[Opinion] 진심으로 부딪히는 소녀들의 청춘의 이야기 [만화]

글 입력 2022.05.26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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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여운을 남긴 작품은 문득문득 다시 보고 싶어진다. 이번 글에서는 그런 작품 중 하나인 나의 인생 애니메이션 <울려라 유포니엄>을 소개하고자 한다.

 

<울려라 유포니엄>은 키타우지 고등학교의 취주악부 활동을 소재로 하는 애니메이션이다. 

 

[취주악부 활동을 통해 찾아가는 다시 없을 소중한 것들. 이것은 진심으로 부딪히는 소녀들의 청춘의 이야기. - 애니 소개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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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애니메이션 중 부활동을 다룬 애니메이션은 굉장히 많다. 대부분 운동부를 많이 소재로 삼으며, 그 주인공은 대부분 남학생이다. 슬램덩크(농구부), 쿠로코의 농구, 하이큐(배구부), 프리(수영부) 등이 있겠다.

 

고등학생들의 열정과 패기, 청춘, 성장을 담은 이런 류의 애니를 필자도 매우 좋아하나, 늘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러한 애니에서 여학생들은 철저히 주변 캐릭터로 남는다는 점이었다. (밴드부를 다룬 <케이온> 정도가 예외가 되겠다.)

 

쿠로코의 농구에서도, 하이큐에서도, 프리에서도 여성 캐릭터는 부의 매니저로 등장한다. 항상 매니저는 예쁜 외모의 캐릭터가 등장하며, 운동부 남학생들의 선망의 대상, 혹은 분위기 메이커로 표현된다. 주인공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온몸으로 부딪히고 아파하고 성장한다면, 이런 서사는 여성 매니저 캐릭터에게는 주어지지 않는다.

 

일정 관리와 기구 관리, 선수들에게 수건이나 음료 가져다주기, 유니폼 세탁 등의 일을 하는 매니저가 왜 꼭 예쁜 여학생이어야하는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의도적으로 세운 하나의 ‘마스코트’에 가까운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울려라 유포니엄>은 독보적인 작품이다. 메인 주인공인 쿠미코를 비롯해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이 여성 캐릭터들이다. 애니는 취주악부의 활동과 연습, 그리고 대회에 나가는 과정을 다룰 뿐 아니라 주인공과 등장인묻들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다루고 있다.

 

원작 작가도 여성이라 그런지 고등학생 시절, 누구나 겪어보았을 법한 감정에 깊이 감정이입 하며 볼 수 있었다. 누군가는 특별해지고 싶어서, 누군가는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어서, 누군가는 친구를 위해서, 그리고 누군가는 음악을 사랑해서. 저마다의 이유와 이야기를 가지고 부활동에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여학생들의 모습을 이 애니에서는 볼 수 있다.


<울려라 유포니엄>을 보면서, 일본의 학창시절 부활동이 너무나 부러워지기도 했다. 물론 우리나라의 학교에도 동아리가 있긴 하지만, 중학교 이상이 되면 대부분 생활기록부 기록을 위해, 학업과 관련된 주제의 활동을 하거나, 이마저도 아니면 자습이나 영화를 보는 시간이 되기가 일쑤다. 학창시절에 공부 외의 무언가에 전력을 다해볼 기회가 우리에게는 있었는가?

 

 

"포기하는 건 마지막까지 진짜 열심히 노력한 뒤에 해주세요!"

 

- 극 중 쿠미코의 대사

 

 

작품 자체도 휼륭하지만, 내가 이 애니를 특별히 좋아하는 이유는 너무나도 공감되는 경험과 감정들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내가 음악과 함께 하는 길을 걷고 싶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합주의 즐거움이었다. 초등학교 시절엔 바이올린 학원에서 현악 합주를 하곤 했었고, 고등학교에서도 관현악 동아리 활동을 했었다. 물론 애니메이션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작은 규모의, 10명 내외의 실내악 규모의 동아리였지만, 내게는 너무나 소중한 추억이다.

 

친구들과 짬짬이 시간을 내어 연습하고, 화음을 맞추고, 조금 더 나은 소리로 만들어나가는 과정. 그리하여 무대에 섰을 때의 그 짜릿함. 그리고 끝났을 때의 먹먹함과 아쉬움까지.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마지막으로 무대에 섰던 날, 부원들과 편지를 주고받으며 기쁨의 눈물인지 슬픔의 눈물인지 모를 눈물을 흘렸던 그 기억이 나의 음악에 대한 사랑을 더더욱 키우는 계기가 되었다.

 

대학에 온 나는 또 다시 오케스트라 동아리에 들어갔고, 70명 가량이 함께하는 연주의 짜릿함도 느껴보았고, 그 인원을 내가 이끌어보는 지휘자로서도 무대에 서보았다. 그리고 4학년이 된 지금, 여전히 합주의 재미를 포기하지 못하고 동아리에 남았다.

 

<울려라 유포니엄> 1기 6화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 있다. 고등학교에 들어와 처음 튜바를 시한, 기초연습만 하고 있어 아직까지 재미를 느끼지 못했던 하즈키를 위해 쿠미코와 사파이어는 <작은별>을 함께 연주해준다. 나는 처음으로 합주에 참여한 하즈키가 “뭐랄까.. 음악이 되었어.!”라며 환하게 웃는 모습을 가장 좋아한다. 어떤 감동인지 잘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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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순간”을 공유하는 예술이라고들 한다. 합주는 그런 순간을 한명 한명이 함께 쌓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기에 특별하다.

 

<울려라 유포니엄>은 줄거리 자체도 휼륭하지만, 작화나 연출도 휼륭하며, 음악을 다루는 애니메이션이니 만큼 주인공들이 연주하는 좋은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것도 애니의 재미 중 하나다.

 

극 중 취주악 콩쿨의 자유곡으로 등장했던 "초승달의 춤"은 마츠다 아키토라는 작곡가의 곡으로, 애니메이션을 위해 특별히 작곡되었다고 한다.

 

 

 

 

초승달의 춤 뿐만 아니라 극 중 학교축제와 외부 행사에서 연주하는 신나는 취주악 곡들과 애니의 오프닝과 클로징까지, 눈과 귀가 모두 즐거운 작품이었다.

 

<울려라 유포니엄>의 매 에피소드는 마지막에 "そして, 次の曲が始まるのです。"(그리고 다음 곡이 시작됩니다.)라는 주인공의 대사로 끝맺으며 다음화로 이어진다. 다음화에 계속- 보다 이 애니메이션의 감성에 잘 어울리는 한 마디다. 아직 어린 쿠미코가 매번 새로운 고민을 겪고 언니나 선배와의 이별을 경험하더라도, 곡은 또 다시 이어진다. 그녀의 인생이 계속해서 나아가듯이.

 

기회가 된다면 이 애니메이션을 보고, 여러분의 일상에도 계속해서 음악이 흘렀으면 좋겠다.


 

[김민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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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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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울려라 유포니엄...기억했다가 꼭 보고싶네요~~
      음악이 주는 일체감 또는 고독감...
      영혼의 드레스같아요~~
    •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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