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환상노정기 - 김홍도의 화첩기행 [공연]

글 입력 2022.05.27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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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노정기_포스터.jpg

 

 

서울남산국악당에서 창작국악그룹 그림(The林)이 김홍도의 화첩 기행 ‘환상노정기’를 공연했습니다.

 

창작국악그룹 그림(The林)은 전통국악을 기반으로 융복합 형태의 실험적 시도를 자유롭게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공연은 2022년 서울문화재단 공연장상주단 체육성지원사업에 선정된 서울남산국악당과의 첫 번째 공동기획 공연입니다.

 

‘환상노정기’는 김홍도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인데요. 김홍도가 정조의 어명으로 금강산으로 떠난 여행담을 통해 김홍도의 예술적 고뇌를 엿볼 수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아버지로서의 인간 김홍도의 개인적 삶의 이야기 또한 풀어내고 있습니다.

 

금강산 화첩기행 중 일행과 떨어져 혼자 남게 된 김홍도는 자신의 아들과 똑 닮은 만덕이를 만나게 되는데요. 아들에 대한 그리움으로 호랑이에 물린 아이를 집까지 데려다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됩니다. 그러던 중 낭떠러지에 떨어진 김홍도는 힘들게 그린 그림을 버리고 나서야 가까스로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김홍도와 만덕이 마음을 열어갈 즈음, 갑작스레 호랑이들이 달려듭니다.

 

 

3.환상노정기.jpg

 

 

판소리 음악과 미디어아트의 새로운 조합이 신선하게 다가왔는데요. 3D 영상으로는 김홍도의 대표작인 <금강사군첩(金剛四君帖)>과 <죽하맹호도(竹下猛虎圖)> 그리고 <송하맹호도(松下猛虎圖)>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작품을 바탕으로 다양한 영상디자인도 어우러졌는데요. 조명 효과까지 더해져 압도적인 분위기가 조성되었습니다. 역사적 그림에 음악적 서사를 부여하며 김홍도의 삶을 또 다른 시각으로 재조명해볼 수 있는 실험적인 시도인 것으로 보입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공연의 음악이었습니다. 판소리를 비롯해 거문고, 가야금, 관악기, 타악기의 조화가 돋보였습니다. 하나의 악기가 온전히 조명될 수 있는 시간이 사이사이 배치된 점이 좋았습니다. 함께 웃으며 즐겁게 교류하며 음악을 만들어 나가는 팀워크도 엿볼 수 있었는데요. 편안한 분위기가 관객에게까지 전해진 듯합니다.

 

일전에 판소리의 전통적 형식을 따른 공연을 관람했을 때는 굉장히 노랫말 가사가 어려웠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옛말이 그대로 인용되거나, 당시 화법을 구현해내 현재로선 이해하기 쉽지 않았는데요.

 

이번 공연은 지금 우리가 말하는 방식과 심지어는 트렌디한 유행어까지 가사에 녹여내 공연 내용을 최대한 관람객의 눈높이에 맞추려는 노력이 엿보였습니다.

 


1. 환상노정기.JPG

 

 

무대와 관객의 사이도 무척 가까웠는데요. 관객과 함께 무대를 만들어 나가는 판소리 특성상 매우 중요한 요소인데요. “얼씨구! 절씨구 ! 좋다!” 아이와 어른이 익살맞게 외칠 수 있는 친근한 분위기 속에서 상호소통이 이루어졌습니다.

 

소리꾼이 혼자 극을 끌어가는 중간에 고수가 감초 역할로 무대 정중앙에서 재치 있는 열연을 펼친 부분도 인상 깊었습니다. 이와 같은 흥겨운 분위기뿐만 아니라 긴장되고 무거운 내용이 반전되어 등장해 전반적인 극의 흐름이 흥미로웠습니다.

 

공연이 끝난 후 남산골 한옥마을을 걸으면 그 여운이 극대화되는 듯한데요. 서울남산국악당은 국악 전문 공연장인 만큼 공간이 주는 힘을 느낄 수 있습니다.

 

멀게 느껴졌던 판소리에 한 걸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공연 <환상노정기> 여러분도 관람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윤민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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