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불길한 축제 속으로 - 팀 버튼 특별전

글 입력 2022.05.21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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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좋아하는 사람 치고 '팀 버튼'이라는 이름을 한 번도 안 들어본 사람은 드물 것이다. <비틀주스>, <가위손>, <화성침공>,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 악몽>, <유령신부>, <찰리와 초콜릿 공장>, <프랑켄 위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까지.

 

1980년대에 작품 활동을 시작해 최근까지도 꾸준히 영화를 만들어온 감독답게 전 세계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에게 사랑받는다. 한번 보면 쉽게 잊어버리기 힘든 팀 버튼의 몽환적이고 기괴한 세계는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줬다. 지난 2012년 서울에서 선보였던 팀 버튼 특별전이 10년 만에 DDP로 돌아왔다.

 

 

 

칼 아츠(CalArts)의 학생, 팀 버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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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전’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만큼 이번 전시에서는 150여 점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스케치, 회화, 영화 콘셉트아트, 사진, 영상 등 팀 버튼의 작업물이 전시장을 가득 채우고 있다. 그중에서도 팀 버튼이 본격적으로 데뷔하기 전 만들었던 여러 단편영화와 드로잉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지금껏 접하기 어려웠던 팀 버튼의 초창기 작품들은 첫 번째 섹션인 ‘인플루언스(INFLUENCES)’에서 만나볼 수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어딘가 투박하고 난해하지만 도전 정신이 돋보이는 영상물들이 곳곳에서 재생되고 있다. 노련하지는 않지만 개성이 있고 신인의 패기가 넘쳐난다. 팀 버튼이 제작을 고려해 달라며 디즈니에 보낸 그림 원고와 친필 편지도 전시되어 있다. 디즈니를 통해 자신의 작품을 선보이고 꿈을 펼치고자 했던 학생 팀 버튼의 간절한 마음이 드러난다.


또 눈길이 가는 작품은 ‘생명체 시리즈’ 중 하나이다. 미키마우스 머리가 달린 기계괴물이 기계팔(다리)을 휘두르며 생생한 색을 지닌 생명체들을 잡아먹고, 괴물이 집어 삼킨 생명체는 똑같이 생긴 작은 박스가 되어 컨베이어 벨트 위에 놓이는 모습이 그림에 담겨 있다.

 

팀 버튼이 원대한 꿈을 안고 디즈니에 입사했지만 성향이 맞지 않아 입사한 지 몇 년 지나지 않아 퇴사했다는 배경을 알고 있다면 재밌게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자신만의 확고한 세계관을 가지고 이제 막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팀 버튼의 젊은 시절이 그려지는 듯했다.

 

 

 

불길한 축제에서 마주친 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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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섹션에서는 본격적으로 팀 버튼의 작품 세계를 만나본다. <크리스마스의 악몽>, <유령신부>, <찰리와 초콜릿 공장>, <스위니 토드의 이발사> 등 여기서부터 우리에게 좀 더 익숙한 작품이 나오기 시작한다.

 

전시에서 소개하는 팀 버튼의 대표적인 테마 중 하나는 ‘홀리데이’이다. 축제는 팀 버튼의 작품에서 흔히 사용되는 테마다. 예상했듯이 마냥 즐거운 축제는 아니다. 팀 버튼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흥겨운 축제의 백스테이지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물건들, 진짜 표정을 알아볼 수 없는 어릿광대 같은 이미지가 떠오른다.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 악몽>은 홀리데이 테마를 잘 보여준다. 크리스마스타운의 모습에 흥미를 느낀 할로윈타운의 잭 스켈링튼이 산타를 납치하며 시작되는 이 작품은 '크리스마스'와 '악몽'이라는 상반된 두 단어가 조합된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시끌벅적하고 화려한 축제 분위기 속 공포적인 요소가 곳곳에 녹아 있다.

     

팀 버튼 작품 세계의 또 다른 대표적인 테마는 ‘카니발레스크(Carnivalesque)’이다. 이 테마에는 언뜻 보기에 서로 어울릴 수 없을 것 같은 유머와 공포라는 개념이 공존한다. <화성침공>에서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하고 아무런 논리 없이 지구인들을 학살하는 화성인의 모습, <비틀주스>에서 유령이면서도 오히려 사람을 무서워하는 부부의 모습이 떠오른다. 팀 버튼의 작품 속에서 캐릭터가 겪는 비극은 종종 우스꽝스럽거나 하찮게 묘사된다.

 

그의 비극에 신경 쓰는 건 관객뿐이다. 잔인하지만, 이러한 모습은 실제 현실의 모습과 닮아 있기도 하다. 나의 비극은 끝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반면 타인의 비극은 내일이면 잊히고, 때론 이야기 소재가 될 정도로 가볍게 여겨지기도 하는 걸 떠올려보면 된다. 희극 속에 비극이 있고 비극 속에는 또 다시 희극이 있는, 마치 러시아인형 같은 삶의 속성을 팀 버튼은 독특한 작품세계로 보여준다.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에 균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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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버튼의 작품에서 빠질 수 없는 또 다른 요소는 바로 ‘괴물’이다. 전시에서는 좀 더 구체적으로 '오해받는 낙오자'라 칭한다. 그가 만들어낸 괴물은 거대한 체구에 막강한 힘으로 사람들을 위협하는 '괴수'라기보다 오해받고 소외되고 차별받는 아웃사이더에 가깝다.

     

손이 가위로 이루어져 있어 다른 사람의 손을 맞잡지 못하는 <가위손>의 '에드워드 시저핸드', 플래시 애니메이션 <스테인 보이의 세계>속 여러 캐릭터들을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스테인 보이의 세계>는 이러한 팀 버튼 특유의 우울함과 기괴함을 극대화한 작품이다. 눈에 못이 박힌 아이, 피와 살이 아니라 철로 된 피부를 갖고 태어난 아이, 계속해서 사람을 빤히 응시하는 소녀 등 마땅히 희망이어야 할 어린아이는 불화의 씨앗이 되고, 불길함의 상징으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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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의 이상한 부분이 ‘치료’된다거나 복구되지 않는다는 것도 팀 버튼 작품의 특징이다. 그는 헛된 희망을 불어넣기보다는 세상을 정상과 비정상으로 나누는 사고방식에 균열을 내고 삶의 어두운 단면을 있는 그대로 그리고자 했다. 그의 작품을 보는 우리는 처음에는 낯선 외양을 가진 이들에게 거부감을 느끼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그들을 대하는 소위 '정상적인' 사람들의 태도에 더 큰 반감을 갖게 된다.

     

더불어, 어딘가 나사가 빠져 있는 것 같고 우울한 캐릭터들을 보다 보면 그들이 전혀 상관없는 존재가 아니라 우리 마음속 한구석에 존재하는 어둠을 반영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사람들이 체면을 차리느라 못 드러내는 것들, 여러 가지 금기를 팀 버튼은 거침없이 그려낸다.

 

그리고 그런 마음도 우리의 일부이므로 안고 살아가도 된다고 말해주는 듯하다. 팀 버튼이 단순히 자극적인 이미지로 눈길을 끄는 감독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어른들을 위한 동화를 만든다고 평가받는 것은 그가 우리의 마음을 관통하는 본질을 작품으로 구현하고 있다는 증거다.

     

*

 

이번 팀 버튼 특별전은 규모도 크고 구석구석 돌아볼수록 눈에 들어오는 게 많은 전시다. 앞서 언급한 셕션 외에도 총 10개로 나누어진 섹션에서 팀 버튼을 관통하는 테마와 50년 가까이 쌓인 방대한 작업물을 만나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번 서울 전시를 위해 팀 버튼이 특별히 새롭게 제작한 구조물도 있다.

 

팀 버튼을 속속들이 알지 못해도 한 번쯤 그의 작품에 눈길을 빼앗겨본 적이 있다면 흥미로운 전시가 될 것이다.

 

 

[김소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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