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내 상상력을 돌려줘 - 앤서니 브라운의 원더랜드 뮤지엄전 [전시]

다 큰 어른에게도 그림책은 필요하다.
글 입력 2022.05.18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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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브라운_공식 포스터 (1).jpg

 

 

요즘 필자는 어린이들이 부럽다. 그들에겐 여러 능력이 있다. 그중 하나는 어른들은 머리를 맞대고 한참을 고민하던 문제에도, 이게 왜 고민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간단·명쾌한 답변을 내놓는 능력이다. 무한한 가능성과 순수함으로 반짝이는 것도, 땀을 뻘뻘 흘려가며 놀이터에서 놀 수 있는 작은 몸도 그리고 지치지 않는 체력도 부럽다.

 

그들의 가장 큰 특징이자 개인적으로 가장 부러운 점은 끝없는 상상력이다.

 

요즘은 상상력을 담당하는 뇌가 자꾸만 굳고 있는 것 같다. 분명 어린이 시절을 거쳐 20대가 되었음에도 그 시절처럼 신선한 사고를 할 수 없다는 게 무지 아쉽다. 조금이라도 말랑말랑한 사고를 위해서 필자가 택한 방법은 어린이들 틈에 껴서 어린이를 위한 전시를 보는 것이었다.

 

앤서니 브라운은 우리에게 친숙한 그림책을 여러 권 출간한 작가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대표작 원화를 감상할 수 있었는데, 그의 그림은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분명 어릴 적 한번쯤은 봤던 그림책의 작가이기 때문이다.

 

그림책은 동심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포근한 힘이 있다. 그의 수많은 그림책 중에서도 특히 <돼지책>과 <우리 아빠가 최고야>는 익숙하다못해 내용이 기억날 정도로 선명했다.

 

 

131.jpg

필자에게 익숙한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책 <우리 아빠가 최고야>

 

 

전시는 총 12개의 섹션으로 구성되어있다.

 

 

1. 프롤로그

  2. 어니스트의 멋진 하루

 3. 가족 

4. 윌리 

5. 어린이 눈으로 본 세상 

6. 초현실주의와 셰이프게임 

7. 앤서니 브라운의 동반자, 한나 바르톨린

  8. 배경에 숨긴 디테일 

9. 고릴라와 꼬마곰 

10. 앤서니 브라운의 빌리지 

11. 셰이프게임 

12. 에필로그

 

 

앤서니 브라운 하면 떠오르는 키워드는 '가족'이었다. 그의 작품 중 알고 있는 것들은 모두 가족이 주제인 책이었다.

 

실제로 앞서 말한 <우리 아빠가 최고야>의 등장인물 '아빠'는 앤서니 브라운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오마주라고 한다. 그는 본인의 가족 이야기와 경험을 그림책에 녹여냈다. 동생의 시선에서 바라본 모든 것이 멋있는 형, 못 하는 것이 없고 누구든지 될 수 있던 우리 엄마 등 어린이의 시선에서 가족 구성원을 바라봤을 때의 모습과 관계를 파고든다.


전시를 보며 가장 흥미로웠던 건 그와 초현실주의의 연결점이었다. 르네 마그리트, 살바도르 달리 등 초현실주의 작가들에게 영감을 받은 그림책 삽화들은 초현실주의 작가전에 온 것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예술가들끼리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과정에 당연히 그림책 작가가 있었다는 것도 무척 신기했다.

 

그림책에 어른이 알아볼 법한 명화를 모티브로 그린 그림을 그린다거나 초현실주의 기법을 사용한다던가 한 것이 그림책은 나이를 불문한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라는 그의 말을 떠올리게 했다.한편으로는 아직 작다는 이유로 세상에서 알게 모르게 무시 당하던 어린이들에게 이토록 진심인 작가가 있다는 게 감사하게 느껴진다.

 

 

Through the Magic Mirror 2-1 1976 @ Anthony Browne병합.jpg

1976년작 <거울 속으로>에서 다양한 초현실주의 기법을 차용한 그림

 

 

앤서니 브라운 작가의 그림들은 한참 봐야 발견할 수 있는 디테일이 많다. 그만큼 정교하다. 어릴 때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그림책을 읽어주시면 우리는 그림을 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그런 그림들이 이렇게 '고퀄리티'였다니!

 

앤서니 브라운은 어린 시절부터의 시각 교육의 중요성을 이야기해왔다. 뚜렷한 색감들을 세심하게 나눠 그림을 완성했는데 그래서인지 그의 그림들은 당장이라도 튀어나올 듯 입체감을 가지고 있다. 그림들을 보면 여러 상상이 튀어오를 수밖에 없었다.

 

 

Ernest the Elephant 2022 @Anthony Browne .jpg

Ernest the Elephant 2022 @Anthony Browne

 

 

셰이프게임(Shape Game)은 한 사람이 아무 형태를 그리면 다음 사람이 그 그림을 완성하는 놀이로 앤서니 브라운의 모든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다.

 

전시장에는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이 놀이 또한 전시장에서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어린이들은 전시장에 마련된 체험 프로그램들로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전시를 즐겼다. 아이들의 셰이프 게임을 찬찬히 둘러봤는데 그들의 그림들은 예상할 수 없어서 좋았다.

 

크면서 시선과 평가에 주눅 들지 않고 지금의 상상력만큼 신선한 생각을 키우며 자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보냈다.

 

 

[크기변환]셰이프 게임.jpg

셰이프 게임 완성작들이 걸려있는 벽


 

어린이 시절이 지난지 한참 된 앤서니 브라운 작가는 계속해서 '어린이의 시각'으로 바라본 세계와 심리를 묘사한다. 예민한 통찰력을 가진 그처럼 마음 한 켠에 어린이의 마음을 가지고 인생을 살아가고 싶다.

 

앤서니 브라운전은 8월 31일까지 예술의전당에서 관람할 수 있다. 어린이들은 물론이고, 현실에 치여 상상력이라는 도구를 활용하지 못했던 어른이들에게도 전시를 향유해보길 추천한다.

 

 

 

컬쳐리스트 권현정.jpg

 

 

[권현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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