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여름의 문턱에서 겨울의 모닥불을 만나다

최원영 에디터와의 만남
글 입력 2022.05.17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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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5월 14일 토요일 오후 3시. 혜화역 1번 출구의 “티켓 구매하셨어요?” 하는 익숙한 배경음과 낯선 떨림. 불과 이틀 전에 구매한 새 재킷의 뻣뻣함과 아끼는 치마의 부드러움. 이질적인 것들이 공존하는 가운데, 잘 알면서도 잘 알지 못하는 최원영 에디터를 만났다.


아트인사이트라는 플랫폼을 최원영 에디터의 글 ‘불안한 청춘에게’를 통해 알게 되었다. 에디터 합격 후에 내부 인원과 1대 1 티타임 신청 기회가 있다는 것을 알고 매우 설렜던 감정, 이후에도 계속 활동하는지 알 방법이 없었기에 컬처리스트로서의 글을 기다렸던 초조함을 기억 속에서 다시 꺼내 보았다.


자주 방문하는 카페에 가서 각자 시킨 메뉴는 딸기 스무디와 아이스 아메리카노. 음료가 채 나오기도 전에 이미 이야기가 자연스레 이어졌다. 덕분에 첫 번째 질문(간단한 소개)부터 과감하게 생략했다. 누가 질문을 하고 대답하는지가 정해지지 않은 편한 대화의 시작이었다.

 



 

 

혹시 하현상 어떤 노래 제일 좋아하세요?”

“하나만 고르자면 US인 것 같아요."


잔잔하고, 마음을 진정시키는 선율. 헤어짐과 추억 사이에 놓인 속내가 그대로 드러난 가사. 그래서 오히려 위로가 되는 음악. 최원영 에디터의 글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에서 자신의 삶으로 물 흐르듯 이어지는 글, 희망적이지 않지만 그래서 더 공감이 가고 위로가 되는 글. 추운 겨울에만 느낄 수 있는 잔잔하고 따뜻한 모닥불의 매력이랄까.


글은 언제부터 썼느냐고 물으니 생애에 항상 함께였다고 답하더라. 나는 최원영 에디터의 글이 꼭 유리 벽 너머에서 그의 생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이 난다고 했는데, 일부러 그런 느낌으로 작성한 글이 있다는 답도 들었다.

 

사람들은 일기나 블로그와 같은 개인적인 공간에 본인의 속내를 기록한다. 그에 비해 최원영 에디터는 아트인사이트에 그런 ‘내 마음’을 기록한다고 했다. 속내를 다루고 있음에도 부담스럽거나 불편하지 않은 것은 그의 글이 ‘관조’라는 단어와 닮았기 때문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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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최원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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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정예지 에디터

 

 

이렇게 보면 잔잔하고 진중한 대화가 이어졌을 것 같지만 이야기하는 내내 웃은 기억이 가득하다. 서로에게 사진을 보여주고 좋아하는 피사체와 감정의 기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순간을 영원으로 기억하기 위해 기록하고 사진을 찍는 사람으로서, 같은 주제로 공명할 수 있다는 사실이 벅차게 다가왔다.

 

참고로 최원영 에디터는 고양이 말고는 딱히 좋아하는 피사체가 없으며 자연경관을 선호한다고 한다. 바다를 좋아해서 4시간씩 머물렀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렇게 바다를 좋아하는 사람을 본인 이외에 처음 봐서 신기하기도 했다.


두 사람 모두 아티스트 하현상을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대화의 대부분이 그의 무대, 영상, 슈퍼밴드 이야기가 되었다. 보는 사람까지도 벅차고 행복한 슈퍼밴드의 ‘Viva La Vida’, 첫 팬미팅에서 울며 부른 자작곡 ‘With You’, 제주도의 바람과 청량함이 느껴지는 라이브 영상들까지. 공교롭게도 나의 핸드폰 배경화면과 잠금화면이 모두 하현상 사진이었는데, 최원영 에디터도 같은 사진으로 바꾸고 싶다고 하여 어떤 사진인지도 공유했다.


인터뷰 형식의 만남을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는데 명확한 질답 없이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되어 더 즐거웠던 것 같다. 대화를 녹음할까 싶어 노트북도 챙겨 갔지만 결국 기억과 짤막한 메모에 의지하며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오히려 그날의 분위기를 천천히, 여러 번 곱씹으며 음미하게 되어 행복한 기억에 푹 빠질 수 있었다.


익숙한 카페의 배경이 색다르게 느껴진 경험은 아마 오래도록 기억되지 않을까. 앞으로도 쌀쌀한 날씨의 따뜻한 위로가 되는 최원영 에디터의 글을 더 응원하고, 기다리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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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예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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