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판타지, 자유로운 상상의 세계 [문화 전반]

글 입력 2022.05.14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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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릴 적부터 상상하는 걸 좋아했다. 어마어마한 용을 물리치는 용사가 되는 꿈이나 디즈니 공주가 되는 상상보다는 거대한 농장의 주인이 되어 농부가 되거나 모험을 떠나는 상상을 하곤 했다. 학교에 들어가서도 과학서나 역사서를 보기보다는 동화책을 좋아했고 드라마보다 애니메이션이 좋았다. 과학과 수학이 즐비한 세상보다 마법과 모험이 더 좋았고 그게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이어졌다.

  

평범한 일상 이야기도 판타지라는 카테고리를 추가함으로써 새롭고 독창적인 세계관이 되기도 하고 인물이 처한 상황이 바뀌기도 한다.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아 왔기에 이전에 있던 이어져 오는 흔히 얘기하는 클리셰에서부터 거기서 파생된 다양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마왕을 물리치기 위한 용사의 모험을 기본으로 다른 시선으로 해석한 이야기들부터 게임처럼 능력을 얻어 변해버린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까지 그러한 이야기들에 대한 내 생각을 적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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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의 시작


  

다양한 판타지 작품에서 가장 흔하게 등장하는 소재이다. 주인공은 세상을 지키기 위해, 죽어가는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등 다양한 동기로 모험을 시작하곤 한다.

 

주인공의 직업 또한 다양하다. 클리셰로는 어쩌다 보니 신에게 선택받은 마을 주민 A가 주인공이었다면 요즘은 다른 세계에서 소환된 이가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그들은 여행하며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끊임없이 성장한다. 모험물이 사랑받아 온 이유는 주인공의 끊임없는 성장에 있다. 주인공은 성장, 즉 육체적인 성장을 통해 강한 상대들을 쓰러트려 가는 모습에 통쾌감을 느끼는 독자들이 많다.

 

나는 육체적 성장보다는 주인공의 내면적 성장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를 더 좋아한다. 주인공은 모험을 통해 다양한 사람, 시련을 마주하며 내면적인, 정신적으로도 성장한다.

 

동료와 다른 인물들과의 이별을 통해 더욱 고차원적인 감정을 배우고, 무작정 돌진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전략을 짜는 등 조금씩 어른스러워져 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면서 독자인 나조차도 많은 것을 느끼게 된다. 나뿐만 아니라 다수의 독자도 이러한 주인공의 성장에 많은 것을 느껴 모험담을 좋아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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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천장이다.


  

'사고를 당하거나 깊은 잠에서 깨어나 보니 기존의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었다.'라는 내용은 요즘 많이 보이는 소재이다. 기존에는 평범한 사람이었던 주인공이 책이나 다른 세상 속의 또 다른 인물로 살면서 이야기를 진행한다. 또는 억울하게 변을 당해 복수 또는 숙원을 이루지 못해 시간을 돌려 회귀하는 이야기도 있다. 이러한 빙의, 환생, 회귀 물은 중세물, 현대물 할 것 없이 다양한 시간대의 이야기와 합쳐져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다른 사람으로 일어난 주인공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바꾸거나 죽음과 같이 극한의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며 행동한다. 그러던 중 기존 '원작'의 큰 이야기들은 의도치 않게 혹은 의도적으로 비틀어내면서 어째서 자신에게 이러한 일이 벌어졌는지 과거의 자신은 알지 못했던 뒷이야기를 알게 되는 등 굉장히 매력적인 소재다.

 

독자들은 그러한 주인공들의 행동을 보면서 대리 만족을 느낀다. 현실에서는 일어나지 못하는 상황을 통해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상에서 적응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에 흥미를 느끼며 이전에 알고 있던 지식으로 원작을 바꿔 나가는 이야기를 보며 감동하기도 한다.

 

가족들에게 방치당하고 학대당하던 주인공이 굉장한 능력자가 되어 가족들보다 더 가족같은 사람들을 만나 위로받거나, 원작 속 최고의 악역으로 빙의해 사실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라는 인식을 새겨 주거나,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다 원작의 주인공들을 구원해 자신도 모르게 자신 또한 구원당한다 등 말이다.

 

또한 요즘 워낙 유행하는 소재다 보니 정말 다양한 작품들이 존재해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주로 순수 문학보다는 웹소설에서 많이 보이는 소재다 보니 가볍게 읽기 좋다. 탄탄한 세계관도 세계관이지만 인물에 크게 초점이 맞춰져 있어 인물 서사를 중심인 이야기를 좋아하거나 반전이 큰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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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내가 알던 현실이 아니다.


  

흔히들 그런 생각하지 않는가? '나한테도 초능력이 생겨서 내 앞을 가로막는 것들을 처리하고 싶다.'던가 '세상이 게임처럼 능력치나 스킬이 생겨나 영웅이 되고 싶다.' '좀비들이 나타나 나도 어딘가에 갇혀버리면 어쩌지.' 등 말이다.

 

현대적인 시간성의 배경을 중심으로 하는 아포칼립스 세계관은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사건들은 배경이 현실적이다 보니 독자들에게 크게 와닿는다.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인물들의 생활 패턴, 익히 알고 있는 나라의 등장, 익숙한 이동 수단 등 현실 속에서 일어날 법한 소재를 통해 메시지를 전해서일까, 앞서 소개했던 장르들보다 작가가 보내는 메시지가 다가오는 체감 차이가 다르다.

 

이러한 작품의 매력은 후에 남는 여유의 크다는 것이다. 뜬금없다는 인식을 없애기 위해 작가는 사전에 탄탄하게 사건을 설계하므로 '어? 이러다 진짜 저렇게 되면 어떡하지?'하는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앞서 말했던 장르들 또한 메시지를 전하지만 이러한 세계관의 작품들이 가장 크게 와닿는다.

 

주로 환경오염, 사회 문제 등을 극대화해 주인공들에게 마주하게 하므로 독자들에게도 그러한 주제를 대하는 다양한 사고와 생각, 행동 변화를 요구하기도 하며 인간의 이기로 인해 다가온 종말, 우리보다 더욱 고차원적인 존재들의 등장과 같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독자들의 가치관이나 세계관을 더욱 넓힐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상황을 마주한 주인공들은 다들 다르게 상황을 인식하고 상황을 헤쳐 나가기 위해 노력하기에 그들을 보고 있으면 삶의 의지를 얻을 수 있어서 좋았다.

 

세상에 수많은 판타지 작품이 있지만 작가들은 세계관이 겹치지 않기 위해 언제나 우리의 예상을 뒤집는 독창적인 세계관으로 독자들을 이야기 속 세상으로 이끈다. 비슷한 소재를 사용하더라도 주인공들의 성격과 가치관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다양하게 상황을 헤쳐 나간다. 클리셰를 따르거나 클리셰를 부숴버리거나.

 

판타지를 읽을 바에 삶에 도움이 되는 자기계발서를 읽으라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자기 계발서나 판타지 작품이나 나에게는 똑같이 '판타지'였다. 내가 '해리포터'를 읽는다고 마법사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닌 것처럼 내가 '주식' 관련 책을 읽는다고 주식으로 1천만 원씩 버는 사람이 되는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 자기계발서가 주는 교훈이 있듯 판타지 작품 또한 나에게 주는 교훈이 있다. 그저 재밌고 덜 재밌고의 차이다. 기왕 읽을 거라면 더 재밌는 것에 손이 갈 뿐이다.

 

책 편식 같은 말이기는 하지만 각자 좋아하는 걸 읽었으면 좋겠다. 삶이 팍팍할 때 한 번쯤 즐거움을 위해 펼쳐 보았으면 좋겠다. 평소에는 만날 수 없는 존재들이 가득 등장하고 주인공들이 성장하고 다양한 사건에 휘말리는 마법과 과학, 요정과 기계가 공존하는 판타지를 말이다.

 

 

[빈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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