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 즐거운, 앤서니 브라운의 원더랜드 뮤지엄 展

따뜻한 이야기와 환상의 그림이 있는 곳
글 입력 2022.05.15 0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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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브라운_공식 포스터.jpg

 

 

"어린이들이 어떻게 그림을 그려야 하는지 물어오면, 나는 우선 최대한 주의 깊게 보라고 말해준다. 내게는 이것이 미술가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기술이다."


<돼지책>, <미술관에 간 윌리>등 한국에서 많은 베스트셀러를 낸 작가. 한국인이 가장 사랑한 그림책 작가. 앤서니 브라운이 한국에 왔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전시되는 <앤서니 브라운의 원더랜드 뮤지엄 展>에서는 아시아 최초로 공개되는 200여 점의 원화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또한 앤서니 브라운의 이야기를 새로운 방식으로 재해석한 미디어아트와 놀이형 설치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이 전시의 이름이 '원더랜드 뮤지엄'이듯이 놀이동산에 온 것처럼 재밌게 놀다 가는 전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담겼다고 한다.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따뜻한 이야기와 환상의 그림이 있는 <앤서니 브라운의 원더랜드 뮤지엄 展>에 다녀왔다.

 

 

 

침팬지 윌리와 앤서니 브라운



[크기변환]20220515_212821-11.jpg

 

 

온화하고 사려 깊은 침팬지 윌리는 앤서니 브라운의 분신 같은 존재다. 큰 하관과 입, 눈의 생김새가 마치 앤서니 브라운 자신과 닮아있다. 실제로 앤서니 브라운이 젊은 시절에 그렸던 윌리는 어린아이 같은 모습인데 반해 최근에 그린 윌리는 자신과 동일하게 나이가 들어 어른스러워진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아기 침팬지인 윌리는 작가의 작품에서 많이 등장하는데, 특히 작가의 유년기 시절의 모습을 많이 담고 있다. <겁쟁이 윌리>에서는 몸집이 작고 겁쟁이였던 윌리는 당당해지기 위해 운동을 해서 몸집을 키웠다. 노력의 끝에 윌리는 몸이 커져 기세등등하게 거리를 걷지만, 가로등에 부딪치고 곧바로 가로등에게 사과를 한다.

 

외면의 변화로 자신은 당당해졌다 믿었지만 내면의 겁쟁이의 모습은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었던 것이다. 외면만으로 자신의 본모습과 자신의 고유한 성격은 바꿀 수 없음을 보여준다.


Willy the Wimp 1984@ Anthony Browne  .jpg

 

 

윌리는 이야기 속에서 약자(underdog)를 상징한다. 앤서니 브라운은 윌리를 통해 우리 사회에서 약자의 처지에 놓인 어린이에게 용기를 주고 세상을 알려준다. 어린이뿐만 아니라 윌리는 어른에게도 충분히 공감과 위로, 또 깨달음을 주는 존재이다.


  

 

셰이프게임 (Shape Game)


 

The Shape Game 2003 @ Anthony Browne.jpg

 

 

셰이프게임은 앤서니 브라운이 형과 많이 했던 게임이다. 셰이프게임은 처음에 아무 모양을 그리고 다음 사람이 이어서 그림을 완성하는 놀이다.

 

이 게임은 어떤 상상치 못한 모양이 주어지더라도 그림으로 완성시켜야 하기에 창의성과 상상력, 순발력을 요한다. 처음에 어떤 모양이 주어지느냐, 다음에 어떤 사람이 그리느냐에 따라 그림은 전혀 다르게 완성되기에, 셰이프게임은 상상치 못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때 사용할 수 있는 탁월한 방식이다.

 

앤서니 브라운은 이 게임의 원리를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 때에도 적용시키고, 명화에도 적용시켰다. 자신의 유년 시절 이야기와 아빠, 엄마, 형의 이야기를 할 때 실제 이야기에서 아이디어를 얻는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경험을 있는 그대로 들려주지 않는다. 셰이프 게임을 통해 조금 다른 이야기로 변형시킨다.

 

 

Willy_s Pictures  2000 @ Anthony Browne.jpg

 

 

미술관에 간 윌리는 셰이프게임의 가장 대표적인 예시다. 침팬지 윌리는 모든 명화에서 등장하기 시작한다. 우리가 잘 아는 '모나리자', '아담의 창조', '비너스의 탄생' 등등을 셰이프 게임을 통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다시 그려내어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떤 명작을 오마주한 것인지 맞춰보며 미술사적 지식도 쌓고 원본을 어떻게 변형시켰는지 찾아보며 비교한다면 재밌게 관람할 수 있을 것이다.

 

 


어린이의 눈으로 그림 속 비밀 찾기


 

Voices in the Park 1998 @ Anthony Browne .jpg

 

 

앤서니 브라운은 그림들에 자그만 비밀들을 숨겨놓았다. 배경에 작고 재미난 디테일이 숨겨져있다는 것인데, 초현실주의의 영향 중 하나다. 마치 어린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듯 엉뚱하고 기발한 디테일들은 아무 뜻 없이 그려지기도 서사와 플롯을 암시하기도 한다. 앤서니 브라운을 독보적인 그림책 작가로 만들어준 그만의 기법 중 하나다.

 

브라운이 이러한 디테일을 숨겨놓을 수 있는 이유는 그림을 그리는 방식에 있다. 원본보다 훨씬 큰 종이에 작업을 하고 책에 작품을 실을 때 축소를 시킨다고 한다. 브라운의 이러한 작은 행동이 디테일을 살리는 작품을 만든 것이다.

 

찾으려고 노력하는 만큼, 동심의 눈으로 보는 만큼 숨은 그림이 보일 것이고 재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의 그림들에서 작은 디테일들을 찾아가면서 작품을 관람한다면 분명 한걸음 한걸음마다 즐거운 전시가 될 것이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 따뜻한 웃음이 지어지게 할 전시, <앤서니 브라운의 원더랜드 뮤지엄 展>에 당신을 초대한다.

 

 

 

[아트인사이트] 이소희 컬쳐리스트.jpg

 

 

[이소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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