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앤서니 브라운 작가의 개성이 담겨진, 앤서니 브라운 원더랜드 뮤지엄展

글 입력 2022.05.10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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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린 시절을 외국에서 보냈다. 그래서 한국 아이들이 많이 아는 한국 전래 동화, 동화책들보다는 외국의 전래 동화, 동화책들이 더 익숙하다.

 

잠자기 전에 엄마가 읽어주었던 책등 중에 앤서니 브라운 작가의 그림책들도 많았다. 시간이 지났지만, 나는 여전히 앤서니 브라운 작가의 그림책 내용과 삽화들이 기억난다. 나는 그림책들의 내용이 재치가 있고, 가족 관련된 이야기들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이런 나의 어린 시절 기억을 붙잡은 채 어른이 되어서 이번 “앤서니 브라운 원더랜드 뮤지엄展”을 다녀왔다. 전시회 초반부에 등장하는‘전시 출품 도서’를 보며, 내가 읽어본 그림책들을 개수를 세어보았다. 전시에 출품된 총 32개의 도서 중에 나는 5권 밖에 알지 못했다. 이 사실은 나에게 놀라웠다. 굉장히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이외에도 작가가 다양한 작품 활동을 펼쳤다는 사실이 새롭게 다가왔다.


이 전시회는 총 12개의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프롤로그’, ‘어니스트의 멋진 하루’, ‘가족’, ‘윌리’, ‘어린이 눈으로 본 세상’, ‘초현실주의와 셰이프게임’, ‘앤서니 브라운의 동반자, 한나 바르톨린’, ‘배경에 숨긴 디테일’, ‘고릴라와 꼬마곰’, ‘앤서니 브라운의 빌리지’, ‘셰이프게임’, ‘에필로그’.

 

이 섹션들을 순서로 따라가게 된다면 작가가 주로 다루었던 이야기들의 소재, 삽화들의 특징들, 그림책들의 등장인물에 대한 소개 등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야기들의 소재


 

앤서니 브라운 작가의 가족 소재 이야기들은 대부분 그가 경험한 것으로부터 탄생되었다. 그에게는 어머니, 아버지, 형이 있었는데, 2차세계대전 때 아버지가 먼저 떠났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 아빠가 최고야> 작품에서 등장하는 아빠는, 자신의 아버지를 오마주한 것이다.

 

그의 그림책에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고릴라 캐릭터는 강하지만 동시에 자상하고 섬세한 성격의 소유자였던 아버지를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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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아빠가 최고야

 

 

<우리 엄마> 작품에 나오는 엄마는, 그의 엄마를 오마주한 것이다. 유년 시절에 그의 어머니는 꽃무늬 옷을 자주 입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작품의 엄마는 꽃 무늬 옷들을 입고 있다. 또 <터널>에 등장하는 남매의 이야기는 브라운 형제의 유년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있다.

 

앤서니 브라운에게는 여자 형제가 없어서 소녀들의 이야기를 창작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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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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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형

 

 

하지만 이후에 그에게 딸이 생기면서 자신의 딸 엘렌을 주인공으로 삼은 <넌 나의 우주야 Our Girl>으로 가족 시리즈 4부작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이 작품에서 반복된 꽃의 이미지를 발견할 수 있는데, 이는 책 전체를 연결하는 시각적인 모티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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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넌 나의 우주야 Our Girl

 

 

앤서니 브라운 작가는 이런 따듯한 이야기들뿐만 아니라 사회적 약자, 방황하는 어린이들 등의 이야기를 다루기도 했다. 특히 그의 예민한 통찰력을 발견할 수 있는 작품이 바로 <동물원>이다.

 

이 그림책은 가족과 함께 동물원에 놀러 간 형제의 미숙하고 때론 동물과 다르지 않은 행동 그리고 가족 사이의 소통 부재를 동물원 울타리 속 음울하게 묘사된 동물들과 절묘하게 대비시킨다. 그림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엄마는 동물원은 동물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람을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현실적인 문제를 예리하게 지적하고 이를 그림책으로 승화한 것이 새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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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물원

 

 

 

삽화들의 특징


 

전시회에 있는 그림책들의 삽화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는 앤서니 브라운 작가가 기초적인 드로잉을 정말 잘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디지털 드로잉이 아닌 색연필로 동물들의 털을 이렇게 자세하게 그릴 수 있다는 것은 그의 그림 실력이 대단하다는 증거이다. 그의 삽화들은 정교하고 색감들도 주제에 따라 다양하다.

 

그의 삽화들을 재미있게 보는 방법은 삽화를 가까이서 보며 그가 뒷배경에 숨겨 놓은 그림들을 찾아보는 것이다. 그는 뒷배경도 이야기의 전개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런 삽화들의 뒷배경을 자세히 보면 다음 이야기의 힌트를 얻을 수 있다. 혹은 그냥 재미로 뒷배경에 귀여운 그림들을 그려 놓기도 했다.

 

그는 뒷배경마저 놓치지 않는 섬세한 감수성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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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니스트의 멋진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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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한 놀이 공원(뒷 배경 확대)

 

 

 

셰이프 드로잉


 

앤서니 브라운 작가는 어렸을 때 그의 형과 함께 ‘셰이프 드로잉’을 많이 했다고 한다. ‘셰이프 드로잉’이라는 것은, 한 사람이 아무 형태를 그리면 그 다음 사람이 이어서 그림을 완성하는 놀이이다.

 

앤서니 브라운 작가는 대부분의 작품들을 이런 ‘셰이프 드로잉’을 활용해완성해 나갔다고 한다. 전시회에서 그의 셰이프 드로잉을 볼 수 있다. 또 마지막 섹션에서 다른 국내 작가들의 셰이프 드로잉한 NFT아트를 디지털 화면으로 감상할 수 있다.

 

전시회 에필로그 섹션에서 특정 모양이 그려진 두 개의 종이들이 있다. 관객들이 직접 셰이프 드로잉을 참여해 볼 수 있는 섹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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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셰이프 드로잉을 활용하여 르네 마그리트, 조르조 데 키리코, 살바도르 달리 등 작가들의 그림을 그의 작품들에 녹여내기도 했다. 혹은 <미술관에 간 윌리>에서 ‘모나리자’, ‘아담의 창조,’ ‘비너스의 탄생’, ‘이삭 줍기’ 등 고전 명화들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리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이 섹션들이 재미있었다. 이 작품들에서 작가의 개성을 파악할 수 있었고, 새로운 오마주 방식이 신선하고 재미있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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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관에 간 윌리

 

 

전시회는 팜플렛(전시회에 대한 소개, 작가의 소개 등이 적혀진)이 없고, 오직 전시회에 집중할 수 있게 기획되었다. 어른, 아이들 모두즐길 수 있는 전시회이지만, 어린 아이들에게 제일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을 위한 체험 공간이 전시회에 곳곳이 있었다. 창문으로 빼꼼할 수 있는 공간, 집의 형태로 지어진 공간, 셰이프 드로잉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 등. 내가 부모였다면 내 아이들을 전시회에 데려갔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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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이 어떻게 그림을 그려야 하는지 물어오면, 나는 우선 최대한 주의 깊게 보라고 말해준다. 내게는 이것이 미술가에 있어 가장 중요한 기술이다."

 

- 앤서니 브라운

 

 

[안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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