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억압과 해방의 노래 [영화]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글 입력 2022.05.12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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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작품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를 처음 본 날을 떠올려 보자면 한참 전으로 돌아가야 한다. 몇 살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 아마도 초등학교 고학년쯤이었을 것이다. 한창 가족끼리 영화를 보러 다녔고 집에서도 영화를 구매하여 보는 것이 반복되던 시기였다. 아빠가 좋아하는 영화라고 말하며 보여주었다. 그 이후로 가장 좋아하는 고전 영화를 꼽으라면 망설임 없이 얘기하는 영화가 되었다.


무엇이 그 어린아이의 시선을 사로잡았을까. 그때도, 그리고 아직까지도 ’닐 페리’라는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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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 페리는 명문 고등학교 웰튼 아카데미의 재학생이자 부모님, 특히 아버지의 강한 압박과 기대를 지고 있는 인물이다. 영화 초반에 연감을 그만두라는 아버지의 말에 토를 달자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자신에게 반항하지 말라’며 강압적인 모습을 보인다. 평소 착실하고 모범생인 그가 가정에서 어떻게 교육받았는지 드러나는 부분이다.


“전통, 명예, 규율, 최고.” 웰튼 아카데미의 교훈이다. 일정 퍼센트 이상의 학생들을 아이비리그에 보내기 위해 일관된 교육과 엄격한 규칙을 유지한다. 기숙사 학교에서 생활해본 사람으로서 그 답답하고 숨 막히는 상황에 공감이 간다. 이러한 학생들에게 한여름 밤의 꿈처럼 찾아온 것이 존 키팅 선생님이다. 웰튼 아카데미의 졸업생이자 새로운 영어 선생님으로 온 키팅 선생님은 정형화된 교육과는 다른 수업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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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미, 낭만, 사랑은 삶의 목적인 거야

 

 

지금까지 학생들은 그래프로 표시하고 외우는 방식으로 시를 배웠다. 그러나 우리가 진정으로 시를 배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인의 표현으로 세상을 다시 바라보고 다채로움을 경험하기 위해서다. 키팅 선생님의 수업에서 시를 듣는 닐 페리의 눈동자는 그 어느 때보다도 빛난다. 결국 선생님의 학창 시절 시 모임 ‘죽은 시인의 사회’를 재결성하고 학교 밖 동굴에서 모임을 이어 나간다. 가정과 학교 모든 곳에서 억눌린 삶을 살다 맛본 문학의 달콤함은 닐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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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처음으로, 난 내가 뭘 하고 싶은지를 알았어

 

 

닐 페리는 하고 싶은 일을 찾았다며 연극 오디션에 도전하고 주연 역할을 맡게 된다. 아버지에게는 숨기지만 연극 전날, 모든 것을 들키고 만다. 지금이라도 그만두라고 말하는 아버지와 알겠다고 대답하는 닐 페리. 그러나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된 사람은 그 전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결국 그는 무대에 오르고 그 광경을 목격한 아버지에게 전학을 보내겠다는 말을 듣는다. 키팅 선생님에게서 진심을 전해보라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무대에 오르기 전에도 후에도 닐은 원하는 말을 하지 못한다.


본인의 의견보다 부모의 의견이 먼저인 삶. 무슨 말을 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삶. 타인의 목표를 대신하여 이뤄야 하는 삶.


평생을 그렇게 살아온 사람에게 네가 하고 싶은 말을 해 봐라, 진심을 담으면 알아줄 거다, 라는 말은 너무 꿈같은 이야기지 않았을까. 그렇게 닐 페리는 아무도 자신의 말을 제대로 들어주지 않는 현실을 뒤로 하고 연극 속 요정 ‘퍽’의 화관을 쓰고 죽는다.


어떤 사람들은 그의 죽음을 막을 수 있었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죽은 후에도 남에게서 이유를 찾던 그의 부모는 언젠가 그의 죽음으로 몰아넣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나는 닐의 죽음을 비극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여기서 휘트먼의 시를 보자.


아름다움을 어디서 찾을까?

오 나여, 오 생명이여!

대답은 한 가지, 네가 거기에 있다는 것.

생명과 존재가 있다는 것.

화려한 연극은 계속되고 너 또한 한 편의 시가 된다는 것.


닐 페리에게 아름다움, 삶, 그리고 존재함은 바로 시와 연극이었다. 시를 읽으며 아름다움을 느끼고 연기를 하며 자신이 존재함을 느끼는 삶. 그에게서 연극을 빼앗는 것은 삶을 빼앗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렇기에 연극 속에서, ‘퍽’이라는 등장인물의 상태로 죽은 것이다. 그의 죽음은 육체의 숨을 끊는 행위인 동시에 그가 바라는 삶을 이어 나가는 방식이었다.


더하여, 그의 죽음은 소심한 룸메이트 토드 앤더슨의 각성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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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Captain, My Captain!

 

 

닐의 죽음은 모두 키팅 선생님의 책임으로 돌아가고 그는 학교를 떠나게 된다. 그의 가르침대로, 책상 위에서 세상을 다른 시선으로 보며 선생님을 선장님이라고 부르는 첫 번째 학생이 토드 앤더슨이다. 죽은 시인의 사회 모임에서 시 낭송이 부끄러워 서기를 맡았던 토드 앤더슨.


다른 학생들도 토드를 따라 책상 위로 올라가 키팅 선생님을 부른다. 이 장면은 학생들의 시작에 불과하다. 더 많은 변화가 생길 테고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이날의 기억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이들이 결혼해서 자식이 생기고 학교에 갈 나이가 된다면, 적어도 저런 억압적인 상황에 자식들을 내버려 두진 않을 것이다.


고전이 계속해서 회자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아직도 세상에는 자식을 본인의 소유물처럼 여기며 학생들을 대학 진학률을 높이는 도구로만 쓰는 어른들이 존재한다. 그런 사람들이 영화 한 편, 책 한 권을 읽는다고 바뀌지는 않겠지만 어디선가 억압과 해방의 노래가 계속해서 들린다면 작게나마 변화가 싹트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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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예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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