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2년간 꿈꿔온 '환상 동화'가 실현된 지금 이 순간! - 원더랜드 페스티벌 WONDERLAND FESTIVAL

가수와 관객 모두가 꿈에 그리던 자리.
글 입력 2022.05.10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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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앗아간 지난 2년. 페스티벌이란 단어는 정말 꿈처럼 들렸다. 사회적 거리두기 초반에는 콘서트를 비롯한 무대가 전면 취소되었다.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콘서트가 한둘씩 열린 이후에도 콘서트에서 환호성을 지르는 것은 금지되었으며, 팬들은 애타는 마음을 손에 불이 나도록 박수를 치는 것으로 표현하곤 했다. 그런 침묵의 2년을 지나, 마음껏 환호할 수 있는 페스티벌이라니. 2년 동안 모두가 간절히 바라던 순간이 2022 원더랜드 페스티벌에서 실현되었다.

 

2022 원더랜드 페스티벌은 4월의 마지막 날과 5월의 첫날 양일에 걸쳐 진행되었다. 5월 1일에는 ‘뮤지컬 덕후’라면 절대 놓칠 수 없는 환상의 라인업이 무대를 장식했다. 뮤지션들은 이 자리가 너무도 그리웠다고 입을 모았다. 국악인 고영열은 ‘여러분과의 이런 만담이 너무도 그리웠다’고 했고, 뮤지컬 배우 조형균은 ‘인이어로 들려오는 여러분의 함성 때문에 심장이 터질 것 같다’며 소감을 전했다. 이 외에도 대부분의 뮤지션이 2년 만의 페스티벌에 대한 소회를 전했다. 뮤지션도, 관객도 모두가 간절히 바라던 꿈만 같은 날이었다. 공연 이름처럼, 정말이지 ‘환상 동화’가 실현되는 순간이었다.

 

500분의 공연 중, 내가 직접 눈에 담았던 순간, 그중에서도 특히나 가슴에 와닿았던 순간을 위주로 내가 느꼈던 울림을 전해보고자 한다.

 

 

 

국악인 고영열


 

판소리계의 라이징 스타, 국악인 고영열이 파이팅 넘치는 무대를 장식했다. 일반적으로 상상하는 국악 무대와는 전혀 다르게 피아노와 밴드가 함께한 공연이었다. 한이 가득 담긴 진한 목소리로 신규 앨범에 담긴 곡부터 ‘범 내려온다’까지 열창했다. 국악의 진입장벽을 한결 낮춘 무대였다.

 

 

 

뮤지컬 배우 강홍석, 조형균, 민우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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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덕후’라면 놓칠 수 없는 조합이었다. 티켓 오픈마다 전석 매진을 자랑하고 있는 뮤지컬 <데스노트>의 ‘류크’ 역을 맡은 강홍석 배우는 새파란 정장 차림으로 무대를 휘저었다. 뮤지컬 <킹키부츠>의 ‘Land of Lola’에서부터 관객의 흥을 한껏 끌어올렸고, 뮤지컬 <엘리자벳>의 넘버 ‘키치’를 부를 땐 관객석의 모두가 ‘키치!’를 외치며 배우와 호흡했다. 뮤지컬 <데스노트>의 대표 넘버 ‘키라’를 부를 땐, 배우에게서 사신 ‘류크’의 모습이 보일 정도로 몰입되었다. 마지막 곡으로는 배우의 음색과 정말 잘 어울리는 ‘서울의 밤’이라는 노래를 불렀는데, 관객은 하나 된 듯 떼창을 하며 무대를 함께 즐겼다. 배우를 보내주기 아쉬운 순간이었다.

 

강홍석 배우가 뜨겁게 달군 분위기를 다시 차분히 가라앉힐 법한 선곡을 가져온 민우혁 배우는 특유의 사근사근한 말투와 부드러운 목소리가 기억에 남는다. ‘아직 맡지 못한 배역의 넘버를 공연에서 부르면, 꼭 그 배역을 맡게 되더라’면서 뮤지컬 <드라큘라>의 ‘Loving you keeps me alive’를 선보였다. 민우혁 배우가 ‘드라큘라’ 역을 맡을 날까지의 염원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마지막은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의 넘버 ‘위대한 생명 창조의 역사가 시작된다’로 장식했는데, 배우의 넓은 음역대를 넋 놓고 감상할 수 있었다.

 

뮤지컬 <시라노>로 한국뮤지컬어워즈 남우주연상을 받고, 뮤지컬 <하데스타운>에서 ‘오르페우스’ 역을 맡은 조형균 배우는 이날 그 누구보다 이 순간을 즐기는 듯했다. 그의 무대 매너와 벅찬 표정은 관객을 함께 들뜨게 하기에 충분했다. 뮤지컬 < The story of my life >의 넘버 ‘나비’를 부를 땐, 동화 같은 가사에 귀를 기울이고 배우의 손짓을 따라가며, 한 편의 영화를 본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분위기를 반전시켜, 뮤지컬 <헤드윅>의 넘버 ‘Midnight Radio’와 ‘Tear me down’이 이어졌고, 해가 쨍쨍한 낮이었음에도 배우를 둘러싼 공기는 자정 녘 푸르스름한 공기로 보였다. 이날의 무대는 조형균 배우에게 완전히 매료되기에 충분했다.

 

 

 

옥주현 X 이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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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쯤 되자, 공기가 차가워진 것이 피부로 느껴졌다. 옥주현, 이지혜 배우는 눈물을 쏙 뺄 정도로 세차게 부는 바람을 견디며 그 무엇보다 뜨거운 무대를 보여줬다. 연신 코를 훌쩍거리며 추위와 싸워야 할 정도의 날씨였지만, 두 배우는 품위를 잃지 않고 환상적인 공연을 보여줬다.

 

옥주현 배우는 이날 ‘달’과 ‘사랑’을 노래했다. 그녀가 부르는 ‘Moon River (Audrey Hepburn)’는 때마침 잔잔히 하늘을 비추는 월광과 함께 시작되었다. 배우가 만들어내는 선율뿐만 아니라 그녀의 호흡에도 집중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Natalie Cole의 ‘L.O.V.E’를 부를 땐 관객과 함께했다. 사랑스러운 노랫말과 배우의 음색이 날씨와 상관없이 그 순간을 따뜻하게 했다.

 

이지혜 배우의 무대는 그녀의 팔방미인 적 면모를 드러냈다. 특히, Kristin Chenoweth의 ‘The Girl in 14-G’라는 노래를 불렀을 때 노래의 처음부터 끝까지 감탄밖에 나오지 않았다. 이 노래는 층간소음을 주제로 1인 3역을 해야 하는 노래다. 한국어 제목은 ‘14층에 사는 여자’로, 아파트 14층에 이사 온 여자가 주인공인데, 13층에 살고 오페라를 하는 여자 역할, 15층에 살고 재즈를 하는 여자 역할을 함께 소화해야 하는 노래다. 한 곡에서 뮤지컬과 오페라, 재즈를 모두 소화해내는 배우의 역량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지혜 배우 특유의 사랑스러움을 한껏 느낄 수 있었다.

 

공연의 마지막은 뮤지컬 <레베카>의 대표곡, ‘레베카’로 장식했다. 관객의 앙코르 요청에 이지혜 배우가 무대로 다시 나와 ‘댄버리 부인’을 찾았고, 그때 관객석 D 구역 쪽에서 옥주현 배우가 ‘레베카’를 부르며 등장했다. 나는 D 구역 11열에 있었기에 코앞에서 배우를 목격한 셈인데,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옥주현 배우의 등장을 눈치채지 못했을 정도로 조용히 등장하셨고, 그만큼 모두가 깜짝 놀랐다. 옥주현 배우는 유유히 관중석을 누비며 ‘레베카’를 불렀고, 이지혜 배우와 환상적인 호흡을 보여주었다. 관중석을 돌아다니며 노래했음에도 그녀의 엄청난 성량이 느껴졌고, 무대 장악력에 놀랐다. ‘오늘은 여러분이 모두 제 레베카’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무대의 막을 내렸다. 목이 터져라 환호한, 최고의 공연이었다.

 

 

 

이 벅찬 순간을 영원히 끌어안으려


 

‘페스티벌’이라는 네 글자가 이토록 낯설어질 줄 누가 알았던가. 2년 만의 페스티벌은 그 어떤 공연, 그 어떤 무대에 비할 수 없는 벅찬 울림을 전달했다. 관객이 다 함께 같은 가사를 따라 부르고, 배우의 말에 호응하고, 뜨거운 환호를 보냈던 이 벅찬 순간을 영원히 끌어안고 싶다. 2년의 공백이 있었기에, 그 소중함을 더욱 크게 느낄 수 있었던 2022 원더랜드 페스티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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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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