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짧고 굵게 고전 문학 : 문학 줍줍의 고전문학 플레이리스트 41

글 입력 2022.05.07 12:28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41개의 문학작품을 한 책에 오롯이 담았다. 그러나 가짓수에 비해 두께는 얇다. 한 이야기씩 톺아본 게 아니라 소개말 형식에 가깝다는 것이다. 이는 책 제목에서도 보인다. 플레이리스트. 유튜브 영상 더보기란에 가깝다. 긴 글이라고 해서 반드시 모두가 읽는 건 아니기에, 핵심만 쏙쏙 적어둔.


 

IMG_6551.jpg

 

 

갈래는 크게 아홉이다. 9. 와중에 내가 좋아하는 숫자라서 반가웠다. 각 장의 주제와 연관된 작품이 서너 개 연달아 나온다. 꽤 신기한 일이었다. 많은 이가 관심 있게 보아온 이야기의 핵심이 열 손가락 안으로 세어진다니 말이다. 그만큼 인간 개인의 생각은 보편을 향하는 듯하다.


이처럼 주제별로 나누어져 있기에 평소 관심 있는 분야를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도 있다. 고전문학을 특별히 독파한 적도 없고, 특정 타이틀 때문에 책을 읽지도 않았으므로 유명하다고 해서 무조건 손길이 갔던 건 아니다. 그럼에도 사랑, 정체성, 국가, 일상, 인간을 다룬 장은 적어도 한 권의 책은 읽었다. 그에 반해 가족, 삶과 죽음, 전쟁, 모험은 제목만 들어본 책들이 연이어 나왔다.


무수한 책 중에서 티끌 만한 일부이니 절대적 기준이라고 볼 순 없다. 하지만 평소 취향과 얼추 맞는 것 같다. 나의 관심사는 개인과 개인(들)을 향한다. 여기서 개인은 타인을 의미한다. 물론 가족도 타인이라지만, 소설의 상당수는 가족을 하나의 공동 집단으로 표현하기에 내심 거부감을 느꼈나 보다. 관심이 그다지 생기지 않았던 것을 보면.


41개의 목록 중 읽어 본 책, 그중에서도 가장 좋았던 건 단연 데미안이다. 처음엔 읽기가 참 어려웠다. 두 번째도 그러했고, 세 번째도 그랬다. 4번의 시도 끝에야 완독 했다. 막상 다 읽고 나서는 왜 이 책을 아끼는 사람들이 많은지 의아했는데 줄거리를 서술한 대목을 보며 문득 공감을 느꼈다.


 

어린 싱클레어는 가정으로 대변되는 밝은 세계가 아닌 크로머로 대표되는 또 다른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되고, 그 다른 세계에 끌리는 자신의 모습에 괴로워한다. 하지만 데미안은 모든 인간에게 두 가지 세계가 존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한다. 어린 싱클레어는 처음에 그 다른 세계를 외면하고 자신이 알고 있던 선한 세계로 도피하려 하지만 그런 시도는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음을 깨닫는다.


257

 

 

자기 고백을 좀 하자면, 작년의 나는 거의 하지 않았을 행동을 자주 한다. 법의 울타리 안에 있는 행위(대표적으로 술과 담배) 임에도 뒤늦게 허무함을 느끼곤 했다. 돈 낭비, 건강 낭비다 하면서. 특히 극불호의 영역이었던 담배를 함께 일했던 사람과 피웠던 어제의 복잡한 심정이란. 기분이 안 좋아야 할 것 같은데 그 순간이 꽤 마음에 들어서 착잡했다.


선과 악이 세상에만 있겠는가. 나 자신을 아주 소중히 아끼고 싶은 때가 있는가 하면, 내가 나를 괴롭히고 싶을 때도 있다. 그로 인한 고통에서 위안을 얻기도 하고. 생각해 보면 간단하다. 사는 게 이렇기도 하고 저렇기도 한 것이지, 오롯이 한쪽일 리가 없다. 자기 합리화가 아닌 죄책감이었다. 언제나 나는 나를 좋게만 여겨야 한다고.


이때 적절한 말을 했던 작가가 책에서도 나온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의 작가 프랑수아즈 사강,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그가 마약과 술에 찌든 사람이라는 것에서 누군가는 선을 그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삶에 찌들지 않고 사는 이가 있던가. 다들 어딘가엔 찌들어 사는데.

 

 

IMG_6552.jpg

 


이번에는 책의 구성 방향을 얘기해 본다.


간략히 작가를 소개하고, 등장인물의 관계도와 내용을 간단히 정리하고, 저자 본인의 생각을 짤막하게 덧붙이는 것으로 한 묶음이 끝난다. 그렇게 서너 묶음이 모여 한 챕터가, 그 챕터 아홉이 모여 하나의 책이다.

 

여기에 프롤로그도 덧대어서. '간략, 간단, 짤막'이라는 단어를 계속 붙였듯 전체 흐름이 빠르다. 소설이었다면 몰입에 방해일 수 있을 요소가 설명문에 가까운 글이기에 별 다른 부정적 영향은 없었다.


끝으로 책 전반의 감상이다. 호불호가 강한 형태라고 느꼈다. 하나의 이야기를 깊게 하는 것도 아니다 보니 갈피를 잡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다만 작년부터 시작된 '매일매일 하루 5~15분' 트렌드에 맞춘 책이라서 작은 성취감으로 한 달 남짓을 채워 볼 사람에겐 적절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읽으면 좋아할 사람

-고전문학 감상문 써야 하는데 읽을 시간은 없고, 핵심만 알고 싶다.

-책 읽을 때 감상 포인트가 궁금하다.

-소설은 안 끌리고, 가볍게 읽을 만한 책을 찾고 싶다.

-내가 읽은 책들을 다시 훑어보고 싶다.


읽으면 아쉬울 수 있는 사람

-고전문학을 깊이 있게 알아보고 싶다.

-저자의 생각이나 줄거리 등을 충분히 서술한 책이 좋다.


책에 대한 취향은 갈릴지언정 언제나 그러하듯 경험해서 나쁠 건 없다. 무엇 하나라도 얻는 게 생기니까.



[박윤혜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이름
비밀번호
자동등록방지
24413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E-Mail: artinsight@naver.com   |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Copyright ⓒ 2013-2022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