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그럴 바엔 그냥 살고 싶은 대로 살자 [문화 전반]

현실의 해피앤딩, 새드앤딩은 자신이 편집점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다르다
글 입력 2022.05.03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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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각해 보면, 10대 시절 나 자신이 나를 그토록 '불행' 하게 여겼던 이유는 다 소설과 영화와 드라마에 대한 내 지나친 믿음 때문이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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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권선징악의 구도를 가지고 있지 않다.

 

작년 영어로 실제로 단편 소설을 처음부터 결말까지 구성을 해 본 경험에 의하면, '권선징악'이라는 이야기 구도는 독자가 쾌감을 느끼도록 구성된 클리셰이기도 하겠지만 동시에 작가가 글쓰기 편하기 위해 오래전 만들어진 이야기 스타일이 아닌가 싶다.

 

지금도 그렇지만 어렸을 때 난 참 좀 이상한 구석이 있는 사람이었다.

 

어렸을 때, 나는 권선징악을 비롯해 '착하면 예쁘다', '좋은 애들은 잘 될 거고 나쁜 애들은 망할 것이다', '학교 공부를 열심히 하면 반드시 공부를 잘할 거고, 공부 잘하면 반드시 좋은 대학을 가며, 좋은 대학을 가면 반드시 성공한다', '운동만 좋아하면 대부분 머리도 별로 좋지 않다' 등등 온갖 구닥다리 말도 안 되는 말들을 전부 믿으며 살았었다.

 

그러나, 10대가 되면서 내 머릿속에는 온갖 어린이용 영화와 책, 드라마로 정립되어 있던 고정관념들이 우수수 깨지기 시작한다.

 

'착한' 애들보다 '못된' 애들이 더 눈치가 빠르고 똑똑하다면 어떻게 되어야 할까? '예쁜데' 자기보다 더 잘난 애들한텐 착하지만 그렇지 않은 애들한테는 세상 못되게 구는 애는 어떻게 될까? 정말 착하고 올바른데 '못생겨서' 애들이 싫어하는 애는 왜 그런 취급을 받아야 하는 걸까?

 

'운동' 도 잘하는데 '공부도' 잘하면 어떻게 되는 거지? 반대로 '운동' 도 못하고 '공부도' 못하고 '외모도' 별로 (=나) 이면 어떻게 되는 걸까?

 

'착해' 보이는 애들이 정말 '착할'까? '못된' 애들이 과연 '못될'까? 왜 누군가를 왕따시키는 애가 잘나가지?

 

등등 소설과 영화와 드라마에서는 완벽해 보였던 논리가 완전히 깨져버린 세상에 대해 비로소 눈을 뜨게 된다. 어쩌면 그래서 내가 그렇게 혼란스러워하고 힘들어하지 않았나 싶다. 순전히 내 잘못된 고정관념으로 인해.

 

그리고 결정적으로 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까지 그 공식에 내가 부합하지 않자, 더욱더 힘들어지고 방황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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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분명 '열심히' 책상에 앉아서 수능 공부라는 것을 하는데 '잘' 하지도 못하고 '좋은 대학' 도 못 가고 있었다. 내 기존 공식에 따르면, 내 인생은 내가 수능을 4번 다 잘 못 본 날, 망해버려야 했다. 수많은 웹툰이나 유튜브, 영화나 드라마, 소설에 의하면 내 인생은 이제 정말 망했어야 한다.

 

세상에서 제일 한심하고 멍청한 사람 중 하나가 나여야 하지 않는가?

 

그러나 사람들은 늘 '그다음' 이 있는 걸 잊는 것 같다. 한심하고 멍청해 보이는 사람도 그 사람 인생에선 주인공이다. 그리고 주인공이 죽기 전까지는, 그의 서사는 이어진다.

 

결과론적으로 내 인생은 망하지도 않았고, 조금 뒤처진 것에 대해선 아직 나조차도 완벽히 극복하지 못한 부분이라 말은 못 하겠는데 어쨌든 한심하게 능력 없는 루저까진 아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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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이렇다' 와 '저렇다'의 경계선에 우리는 늘 살아가고, 해피엔딩과 새드 엔딩은 존재하지 않는다.

 

편집 지점에 따라 해피엔딩이었던 한 사람의 이야기는 처절히 새드엔딩의 이야기일 수가 있고, 한심하고 이상한 인물의 새드엔딩은 어느 시점에선 극렬한 해피엔딩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결국 그 '편집' 은 각자의 몫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결국은 어느 정도는 하고 싶은 걸 하고, 살고 싶은 대로 행동하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렇다 저렇다가 다 의미 없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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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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