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꿈은 혼자 꾸는게 아니구나

혼자만 꾸는 꿈보단, '함께 꾸는 꿈'
글 입력 2022.05.02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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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자주 꾸는 편이다. 거의 다몽증과 같은 수준으로 매일 잠에서 꿈을 꾸는데,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면 마치 다른 세계에 여행을 다녀온 것처럼 생생히 기억난다. 이렇게 꿈을 많이 꾸다보니 종종 잠에서 깰 때가 많다. 아무래도 뇌에서 꿈을 만들어내기에 자면서도 머리가 조금 무거워질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무겁고 복잡해진 머리를 식히고자 저절로 일어나게 된다.

 

오늘도 어김없이 꿈을 꿨다. 전날 교환학생 친구들과 K-pop 댄스 소모임을 하고 왔는데, 친구들과 내내 영어로 대화한지라 꿈에서도 영어로 대화를 하고 있었다. 토익을 공부할 때나 리스닝 스피킹을 꽤 열심히 했을 때도 그랬는데 일상에서 자주 반복하거나 실행한 것들, 또는 무의식까지 묻어둔 생각들은 어김없이 꼭 꿈에서 나온다.

 

아무튼 꿈에서는 친구들과 어제 저녁까지 모여 반포 한강 풀밭에 둘러 앉아 이야기를 한 것처럼, 그렇게 단란하게 대화를 나눴다. 그런데 꿈에서 깨어보니 침대에 누워있는건 나 혼자였다. 순간적으로 '홀로' 있음을 의식하게 됐다. 잠을 자고 꿈을 꾸는 것은 평생동안 스스로의 일이었는데 문득 오묘하다는 기분이 들었다.

 

꿈을 아무리 많이 꿔도 결국 수면 상태에서 꿈을 꾸는 것은 내 뇌가 만들어낸 스스로의 이야기지 않나. 어제 친구들과 이야기한 것 실제로 일어난 일이었어도 꿈에서만큼은 그건 사실이 아니라 허구였다. 하지만 꿈 속에서 보인 사람들이 잠을 깨는 순간 1초만에 사라지니까 허전한 기분이 들었다.

 

문득 깨달았다. 현실 세계의 꿈을 꾼다면 잠을 잘 때와는 달리 꿈을 꾸는 주체가 '나 혼자'만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즉 꿈은, 혼자가 아닌 함께 꾸는 것이 정말로 진정으로 의미있는 일이 아닌가...라는 생각.

 

짧지만 짧지만은 않은 23년동안 무수히 많은 꿈을 꾸고, 기억하고, 다음날 아침 엄마한테 이야기할 때 '그냥 잊어버려'라는 말을 수없이 들은 나로서는, 혼자 꾸는 꿈은 개꿈일 때가 많고(현실세계에서도 혼자서만 생각하고 혼자만의 잣대로 품은 꿈은 종종 빠르게 사라지기 마련이다. 개꿈이랑 비유하는게 웃기지만 거의 유사) 결국 그날 아무리 진지하게 꿈에서 머리를 써도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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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책에서 봤다. 전문가로서 가장 마지막 단계에 있는 사람은 '함께 잘하는 사람'이라는걸. 이진선 디자이너의 <사수가 없어도 괜찮습니다>에서 그랬다. "혼자만 잘하면 무슨 재민가"라는 소제목을 담은 파트에서 나온 내용이다.

 

요약하자면 전문가는 "자신을 뛰어넘어 주변에게까지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진선 작가에 따르면 그 사람이 전문가인지 여부를 가늠하기 위해서는 단지 성과만 확인해서는 안된다고. 그가 속한 '공동체'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 그리고 공동체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함께 살펴봐야 한다.

 

 

"오래 일한다고 해서 전문성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며,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역량에 필요한 의식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유독 눈에 띄는 부분이 있었다. 다른 구간보다 숙련자에서 전문가로 넘어가는 구간의 비율이 급격히 감소하는 것이었다. 난 그 이유가 궁금했다. (중랙) 마스터 단계까지 올라간 전문가는 혼자 잘하는 사람이 아닌 함께 잘하는 사람이었다. 자신이 속한 분야에서 영향력을 갖고 있으며, 후배들을 자신보다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드는 것을 의무이자 소명으로 생각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더불어 사람 자체가 바로 지식의 근원이기 때문에 그의 말은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참고 자료가 된다."

 

<사수가 없어도 괜찮습니다(이진선)> 중에서

 


꿈을 아무리 많이 또는 생생하게 꿔도 개운하지 않았던 이유가 명확해졌다. 혼자 꾸는 꿈이기에 그토록 머리가 아팠던 것이다. 홀로 싸우는 꿈의 세계에서는 나의 복잡함과 고난을 함께 해결해갈 사람이 없고, 오로지 팽팽히 묵묵하게 머리싸움만 하는 나의 두뇌만 바빴을 뿐이다.

 

혼자 꿈을 꾸는 사람, 혼자 잘하는 사람이 아닌 함께 잘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희미하게 인식하고 있었던 '함께'의 가치를, 오늘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느끼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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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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