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이 세상에 우연이란 없는 거라,

글 입력 2022.05.01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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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너 진희 맞지? 뮤지컬 좋아한다면서!"

 

2018년의 어느 날, 학교 앞 거리를 걷다가 너와 처음으로 대화를 하게 됐어. 아마 선다래 앞을 지나칠 때쯤에, 네가 갑자기 나를 붙잡고 말을 걸었거든! 우리 같은 학과 아니냐면서, 내가 공연 보는 걸 좋아한다는 소문(?)을 듣고 대화해보고 싶었다고.


그때 나는 기숙사의 점심시간에 맞게 가려고 서두르고 있었던 상황이라, 우린 조금도 멈춰 서지 않고 계속 걸으면서 얘기했지. 지금도 그 장면을 생각하면 재미있어서 우리가 처음 만난 때에 대해 계속 말하게 되는 것 같아.


연극을 좋아하던 너에게는 첫 뮤지컬이었던 ‘키다리 아저씨’를 시작으로, 우리는 종종 같이 공연을 보러 갔었어. 대충 세어보니 30개 정도의 공연을 같이 본 것 같아. 한 공연을 여러 번 본 것도 있으니 횟수로는 더 많겠지? 공연을 볼 때는 서로 대화하지 못하는데도 함께 공연을 본 사람과의 기억이 잔상처럼 남게 되는 게 참 신기해.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닌, 공연 속 이야기를 함께 보고 공유하는 미묘한 경험이다 보니 어쩌면 더 특이하기도 한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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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내가 원래 주로 좋아하던 공연들보다, 너와는 새로운 공연들을 많이 봤던 것 같아. 당시에는 특이하게 느껴지는 요소들이 있는 공연도 너랑 같이 많이 봤어! 에디터 활동을 하기 전에도 말이야. 무대 세트가 독특했던 벙커 트릴로지, 트라이아웃 공연이었던 차미, 젠더프리 페어가 있었던 오펀스, 그리고 이머시브 형식의 위대한 개츠비 등등!


2년 전부터는 둘 다 아트인사이트 에디터 활동을 시작하면서 정말 더 다양한 공연이나 전시를 함께 본 것 같아. 취미 생활을 같이하는 걸 넘어서 리뷰 쓰는 작업을 하니까 왠지 동업자 같기도 했어. 마냥 대중적이지 않은 공연도 많이 보면서 관객으로서의 충격과 공포를 같이 겪기도 했지. 리뷰를 쓸 공연에 대해 둘 다 이해를 잘 못 했으면 같이 괴로워하고, 집 가는 지하철 안에서 나름대로 서로 이해한 것들을 공유해보던 순간들이 생각나.

 

 


닮은 듯 아닌 듯, 비슷한 듯 다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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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닮았다는 말도 종종 듣곤 했는데, 사람마다 그렇게 말하는 이유는 매번 달랐어. 얼굴, 분위기, 스타일, 성격, 취미... 그래서 한동안은 우리가 가진 비슷한 면들이 많다고만 생각했는데, 사실 요즘에는 너와 내가 다른 점들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해.


아트인사이트에서 신청한 도서만 하더라도 초반 네 개 정도만 겹치고 2년 동안 다 달랐던 거 알아? 똑같은 활동을 하면서도 책 고르는 취향이 이렇게나 다르다는 게 놀라워. 평소에 듣는 음악 스타일도 다르고, 좋아하는 연예인의 분위기도 다르고, 생각해보면 같은 뮤지컬을 봐도 가장 마음에 드는 넘버가 겹쳤던 적이 없는 것 같아.


비슷한 길을 가는가 하면서도 각자 다른 선택을 하고, 인간관계나 사회적 상황에 있어서도 다른 방식의 사고를 하는 경우가 많더라. 사람마다 취향이나 성격이 다른 건 너무 당연한 일인데도, 가끔 이런 점들이 눈에 띌 때면 사람들이 가진 저마다의 고유함에 대해 새삼스럽게 생각해보게 돼.


지금보다 더 어린 나이엔 '나와 비슷하고 잘 맞는' 친구를 찾고 싶었고, 어쩌면 너를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그런 게 가장 중요한 기준이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4년에 가까운 지난 시간 동안 우리가 잘 지낼 수 있도록 해줬던 건 다른 무엇도 아닌, 늘 서로에게 상처 주지 않고 배려하려 했던 우리의 둥근 마음인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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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우연이란 없는 거라

사람들은 운명을 찾아내어

자석처럼 서로를 끌어당겨서 힘을 준대

성장할 수 있도록

 


편지를 쓰려는데 계속 이 가사가 생각났어. 위키드에서 엘파바랑 글린다가 같이 부르는 넘버야. 우리에겐 신나게 웃고, 놀고, 이야기하던 추억들도 물론 많지만, 나는 그 이상으로 너에게 받은 게 많은 것 같아.


새로운 동네에 살게 되었을 때 주변에 네가 있어서 편안했던 마음, 서로 인터뷰 과제를 할 때 주고받은 도움, 아트인사이트 활동을 이렇게 오랜 시간 이어올 수 있도록 한 소중한 기억들, 혼자서는 지나칠 자신이 없었던 낯설고 쓰라린 순간들에 네가 준 위로까지.


그리고 네가 직접 일한 경험도 알려주고 계속 북돋아 줘서 공연장 어셔 지원도 해봤지. 꼭 해보고 싶은 일이었음에도, 사실 여러 이유로 막상 스스로는 지원하지 못하고 대학 생활을 끝낼 수도 있었을 텐데. 비슷한 길 위에서 너는 나에게 용기가 되어주었어.


그래, 비슷한 길. 방향과 모양이 아주 같지는 않아도 결이 비슷한 것 같아.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면 함께 심은 추억들이 지금쯤 듬성듬성 피어나 있을 거야.


앞으로도 서로의 길에 예쁜 조약돌 하나씩 놓아주고, 장애물이 나올 땐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서로 알려주고 도와줄 수 있는 친구로 지냈으면 좋겠다.


언젠가 내가 넓디넓은 빙판길을 마주하면, 꼭 스케이트 타는 법 알려줘!

 

 

 

송진희 컬쳐리스트.jpg

 

 

[송진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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