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나랑 궁 보러 가지 않을래? - 창덕궁 창호 개방의 날

글 입력 2022.04.30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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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4일

창덕궁의 전각 창호를 개방한 날, 창덕궁을 산책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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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정당, 대조전, 낙선재, 궐내 각사 거의 일반인이 갈 수 있는 권역의 건물들의 창과 문이 열렸더라.

 

건물의 복도 따라 한옥의 생김새가 어떤지 만나보았어. 그리고 나이가 들면, 한옥에 살리라 다짐했어. 나는 한옥을 좋아하게 되었어. 모든 걸 담을 순 없었지만, 최대한 한옥을 사랑하는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 사진을 남겼어.

 

내가 찍은 풍경들을 함께 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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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사람, 여기 살았던 사람들은 분명 여유로웠을 거야. 창문 가득 들어오는 풍경은 한옥과 어우러지는 나무들이야. 꽃이 만개하고 열매가 맺힐 때면 얼마나 더 그 창 속 풍경이 아름다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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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도 창덕궁을 와보았지만, 정말 다른 분위기였어. 그땐 이렇게 한옥이 짜임새 있는지, 궁궐의 구조가 이렇게 아름다웠는지 몰랐거든. 더 고즈넉하고 웅장하기도 한데, 날 안겨주는 그런 따뜻함을 풍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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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열려있는 창문들을 들여다보면 어디에서나 액자 속 아름다운 한옥을 만날 수 있어. 내 마음속에 고이 접어 담고 싶을 만큼, 그리고 꼭 이런 액자가 있다면 집에 걸어놓고 싶을 만큼 말이야.

 

닫힌 모습보다 열려있는 창문이 오히려 사람들에게 편안한 안정감을 주는 것 같아. 인제야 창문의 제 역할을 진짜로 만난 기분이 들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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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진 한옥 아래 지나가는 복도에서도 맞은편 복도를 볼 수 있어. 안쪽 공간에서 일직선으로 펼쳐지는 문을 넘어 문, 그리고 또다시 창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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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한옥 기와와 돌담, 우리를 지켜주는 각종 기와 상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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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창문에서 내 쪽을 바라보는 사람들과 많이 마주쳤어. 차갑게만 느껴질 것 같은 궁궐의 정다움을 느낄 수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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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하나 막힌 곳 없이 모두를 연결해주는 그 견고한 창문과 복도, 그게 궁궐의 가치인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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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기둥 사이의 창호를 모두 열면, 그 개방감이 이루 말할 수 없어. 벽과 천장 사이 고풍스러운 문양을 처음 보았어. 평화롭지만 어딘가 위압감과 무게가 느껴져. 섬세함을 바라보다 보면 자연스레 숭고함이 느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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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이 열리는 기와 한옥의 매력을 느껴보면 좋겠다. 이제 우리가 사는 주거 공간들에선 개방감을 쉽게 느낄 수 없잖아. 아파트는 사방이 다른 동으로 막혀있고, 아직도 창문이 조그맣게 나 있는 주택, 건물들도 많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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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우리가 사방이 탁 트여있는 공간에 들어간 기분을 어찌 제대로 알 수 있을까? 창문 없이 만들어도 될 복도나 벽들에도 섬세하게 창문을 하나하나 이어 만든 그 선조의 뜻을 어찌 헤아릴 수 있을까?

 

내 방 창문은 열어도 아파트 단지의 배드민턴장이 보여. 그래서 한옥의 아름다움이 더 귀하게 여겨졌어. 카메라 렌즈엔 닿지 않는 아름다움이 뭔지 알겠더라고. 조선으로 가 저 기와 아래서 마음껏 궁을 돌아다녀 보고 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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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든 바람이 솔솔 불어오고 따스한 햇볕을 맞을 수 있는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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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창문으로 한옥의 돌담, 큰 소나무가 웅장하게 날 지켜주고 왼쪽 창문으로 매화나무의 선홍빛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그곳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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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몇 걸음 걸어가면 저 건넛방에서 날 보며 웃고 있는 사랑하는 사람이 창문 사이로 보여. 그에게 가기 위해 복도를 걸어가면 산뜻한 바람이 불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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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덕궁의 창호 개방은 한옥의 유지 및 보수를 위해 진행된 것이지만, 나는 이 기회를 우연히 얻어 소중한 한옥의 숨은 매력을 느낄 수 있었어. 문들이 열려있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그 풍경들, 액자 속 사진이 사계절에 따라 변한다니.

 

그 사소한 아름다움을 조상들은 너무나 잘 알아챈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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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에서 한옥은 밖에서 바라볼 때의 아름다움보단 안에서 밖을 바라볼 때 아름답도록 구조가 설계되어있다고 한 걸 들었어.

 

그 말을 들었을 땐 잘 몰랐었는데, 이젠 알겠더라. 직접 들어가지 않아도 열린 창문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들어가 보니 그 아름다움이 동서양 어디에서도 만날 수 없다고, 오직 한국에서만 만날 수 있는 거라고 감히 자부할 수 있겠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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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아름다운 시선을 안에 들어가 있는 사람들에게 전하기 위해 이런 풍경을 숨겨두었다니. 훗날 나의 공간도 이렇게 한옥의 아름다움을 품고 있는 곳으로 만들 거야.

 

너도 꼭 창덕궁의 아름다움, 한옥의 고즈넉함을 느끼면 좋겠다. 난 창덕궁 창호개방의 날에 다녀온 이후, 1주일에 한 번씩 궁으로 산책가고 있어.

 

나랑 궁 보러 가지 않을래?

 

 

 

컬쳐리스트 이수진.jpg

 

 

[이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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