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피스] 자연과 행복의 따스함을 새기는 타투이스트 파과의 세계

타투이스트 파과의 세계를 들여다봅니다.
글 입력 2022.04.2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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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는 볼 수 없었던 세상을,

그들의 시선과 역사를 빌려 완성합니다.

그렇게 그들의 마스터피스를 이해합니다.




CHAPTER 1. 안녕하세요, 타투이스트 파과입니다.



썸네일용 이미지.jpg

  

 

-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 서교동에서 작업하고 있는 4년 차 타투이스트 파과입니다.

 

 

- “파과”는 흠집이 난 과일의 의미를 여름의 생기 있는 느낌과 엮어 표현했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파과라는 닉네임은 어떻게 정하게 된 걸까요?


제가 과일을 좋아하기도 하고, 제가 그리는 것도 식물이랑 과일이 비중이 커요. 그래서 과일이랑 관련된 한글 이름이나 한자 이름을 짓고 싶다는 마음에 여러 가지를 찾아보았죠. 제가 구병모 작가님을 좋아하는데, 구병모 작가님의 책 중 ‘파과’라는 책이 있어요. 아직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이름을 정할 때 그 영향을 받기도 했죠. 여러 조건을 고려했을 때 파과라는 이름이 딱 맞겠다 싶어서 정했어요.

 

 

- 과거에는 드로잉햄이라는 닉네임으로 아이디어스에서 초상화도 그리셨었고, 귀여운 햄스터 굿즈를 내며 다양하게 활동하셨었는데, 어느 순간 타투이스트로 전향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사실 타투이스트 대부분이 타투를 받다가 흥미가 생겨서 수강생이 되는 걸로 아는데, 저도 비슷한 케이스예요. 두 번째 타투를 받으면서 작업자분이랑 대화를 하는데, 마침 그때 그 작업자분께서 회화과를 졸업하신 분이었어요. 저도 회화과를 졸업했거든요. 그런데 그때 제가 마침 진로 고민도 하고 있던 참이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회사원 생활은 안 맞겠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제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었는데, 그때 이야기를 나누면서 제 마음이 불타오르는 듯한 느낌이 들은 거예요. 궁금함과 호기심에 타투를 배워봐야겠다는 마음이 생겼고, 크게 오래 고민 안 하고 바로 수강 신청하고 배웠던 것 같아요. 그렇게 시작한 타투가 적성에 잘 맞았던 거죠.


지금 생각하면 그때 진로 고민을 하다가 ‘이거 왠지 잘 맞을 것 같다’는 마음을 안 놓치고 바로 시작했던 것이 저 스스로도 운이 좋았고, 잘 선택한 것 같아요.



- 타투에 처음 매력을 느끼게 되신 계기가 있었나요?


제가 타투를 20살이 되자마자 받고 그런 것은 아니에요. 22살, 23살 때 첫 타투를 받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때 당시에는 제가 타투이스트가 될 것을 전혀 상상도 못했어요. 그래서 아직도 그때 약간 얼어서 긴장한 모습으로 타투숍에 갔던 것이 기억이 나요.


처음에는 SNS를 보다가 무척 귀엽고 하찮은 낙서 같은 햄스터 그림이 타투 도안으로 올라온 걸 보게 되었어요. 그런데 그게 너무 귀여운 거예요. 제가 햄스터를 좋아하기도 하고 그런 귀여운 드로잉을 몸에 남길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알게 되면서 그때 처음 타투에 대해서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그때는 용기가 안 나서 실행으로 옮기지는 못했죠.


시간이 흐른 뒤 조금 더 고민을 하다가 귀여운 초식 공룡 타투를 했어요. 그때 ‘타투란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내가 언제든 볼 수 있는 나의 몸 위에 새기는 것’이라는 사실이 다시금 저에게 다가왔죠. 그래서 그때부터 타투이스트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잔잔하게 가지고 있다가, 앞서 말씀드렸던 타투이스트를 만나면서 아예 직업으로도 해볼 수 있겠다고 생각이 흐른 것 같아요.

 

 

 

CHAPTER 2. 타투이스트 파과가 담아내는 따스한 온도


 

심장꽃 작업.jpg

 

 

- 파과 아티스트님의 작품은 오일 파스텔 느낌이 특징이라고 생각해요. 이러한 느낌을 내기 위해서 많이 고민하셨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정말 신기하게도 제 작품을 보고 손님들께서 봐주시는 느낌이 다 다른 것 같아요. 어떤 분은 오일 파스텔 같다고도 하시고, 유화 갔다고 하시는 분도 굉장히 많고요. 색연필도 있었어요. 불투명 수채화 같다는 말씀도 해주시고요. 이렇게 손님분들께서 되게 여러 가지 재료로 봐주시는데, 공통적으로 모두 수작업 재료 느낌이 나서 좋다고 많이 말씀해 주세요.


이 부분은 제가 회화과를 나온 영향이 큰 것 같아요. 제가 유화 느낌을 좋아해서 디지털로 그림을 그릴 때는 유화 느낌이 나는 질감의 브러시를 사용해 그림을 그렸었고, 타투를 시작하기 전에 혼자 일러스트 그림 그리거나 초상화 작업을 할 때는 오일 파스텔을 사용했었어요. 그런 꾸덕꾸덕한 느낌을 스스로 좋아하다 보니 타투를 하며 재료나 느낌을 내는 것 자체에는 큰 고민이 없었던 것 같아요.


대신 그 소재를 활용해서 어떻게 예쁘게 보이게 할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저는 저만의 스타일을 잡고 싶었거든요. 그것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부터 항상 넘고 싶은 허들이었어요. 그래서 타투 시작하고 1~2년 차까지만 해도 제 그림이 통일성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고민이 정말 많았어요. 그런데 봐주시는 분들께서 제가 그림은 파과의 느낌이 난다고 이야기해 주시는 거예요. 그 응원에 힘입어서 용기를 갖고 제가 그리고 싶은 것을 편하게 많이 그려보고 했던 것 같아요.

 

사실 제가 스스로 제 스타일을 잡았다고 생각한 지 얼마 안 됐어요. 지금도 제 스타일이 계속 바뀌는 과정이라고도 생각하고요. 그런데도 제가 무엇을 그리든지 파과의 느낌이 난다고 말씀해 주셔서 저에게 굉장한 힘이 됐어요.


 

- 그렇다면 파과 아티스트님께서 추구하는 스타일은 어떤 스타일일까요?


타투 중에는 밝은 느낌의 타투뿐만 아니라 우울함 같은 감정을 담는 타투 작업도 있잖아요. 분명히 그것도 무척 멋있고 꼭 필요한 스타일의 작업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제가 몇 번 그려보았을 때는 마음에 안 들더라고요. 저는 의식적으로 밝은 분위기와 자연에 가까워지려고 노력해야 저 스스로도 행복하고 좋은 작업물이 나오는 것 같아요. 제가 밝고 따뜻한 분위기와 사랑이 담긴 이야기들을 정말 좋아하거든요.


예전에는 모든 걸 다 잘하고 싶었어요. 이것저것 다 잘하고 싶고, 세밀하게 하시는 타투이스트의 작품을 보면 또 그 스타일이 너무 부럽고, 그런 적이 있었죠. 그런데 어느 순간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그리고 표현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지금은 제가 좋아하고 잘 하는 범위 내에서 말하고 싶은 주제를 깊게 파는 작업자가 되고 싶다는 그 틀이 잡힌 것 같아요.


 

- 아까도 언급해 주셨던 것처럼 작가님의 작품에는 식물과 과일들이 많이 눈에 띄어요. 이렇게 식물이나 과일을 주로 작업을 하시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어릴 때부터 그런 걸 그리는 것을 좋아했던 것 같아요. 개인적인 취향으로 몸에 들어갔을 때 식물류가 되게 예쁘게 어우러진다는 생각도 많이 했죠. 최근에는 고등학교 동창을 만났는데, 그 친구가 과거에 저와 낙서를 하며 같이 미술 하는 친구였거든요. 굉장히 오랜만에 만난 친구였는데 그 친구가 제 타투 계정을 보고 고등학생 때 그렸던 낙서 느낌이 나서 너무 신기했다고 하는 거예요. 그런 이야기를 듣고 나니 저의 취향이 나름 소나무인 것 같다고도 생각해요. 제가 꽃이나 과일을 보는 것도 좋아하는데, 결국에는 제가 봤을 때 제일 예쁘다고 느끼는 것이 언제나 자연에서 나온 것들 같아요. 그래서 계속 그런 그림들을 그리는 것 같고요.



반팔 파레즈미 작업.jpg


 

- 작업을 하며 도안에 대한 영감은 어디에서 얻으시는 편인가요?


정말 다양하게 많이 얻는 것 같아요. 다른 작업자분들의 작업을 보면서 ‘이런 주제를 이렇게 그리실 수도 있구나’ 하면서 자극과 영감을 받을 때도 많고요. 사실 새로운 소스를 찾고 싶다고 생각한다면 정말 그 소스는 어디서든 찾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쇼핑하다 옷 패턴이 예뻐서 메모를 따로 한 적도 있고, 전시 볼 때 이미지적인 부분뿐만이 아니더라도 문장이나 그려보고 싶은 것이 생각나면 그걸 메모해두는 편이에요.


제가 따뜻한 분위기를 좋아해서 식물만이 아니더라도 좀 더 이야기를 담는 도안을 그리고 싶은 마음도 항상 있어요. 그래서 그런 것이 생각나면 적어두기도 하고, 책을 읽다가도 영감을 많이 얻는 편이기도 하죠. 이렇게 제가 영감을 얻는 곳은 굉장히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 그릴 것이 쌓여있기도 하고요. 하하.


 

- 지금까지 그렸던 도안 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는 도안이 있을까요?


인물 도안들이 제가 항상 과일만 그려보다가 새로운 시도를 해보려고 그린 그림들이라서 대부분 기억에 많이 남아있어요. 최근에 작업한 것 중에는 피아노 옆에 코끼리 도안이 있네요. 이 도안은 꼭 그려보고 싶어서 이것도 메모를 따로 해놨던 거고, 그릴 때도 너무 좋았거든요.


방콕의 어떤 피아니스트가 착취되다 구조된 코끼리들이 사는 곳에 가서 코끼리들한테 피아노 연주를 들려주고 싶다고 부탁하고, 허락을 받은 뒤 매일 코끼리들 옆에서 피아노 연주를 하신다고 해요. 코끼리들 때문에 그쪽으로 이사도 하셨다 하시더라고요. 제가 그 영상을 봤는데, 어른 코끼리부터 아기 코끼리까지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들으며 옆에서 귀 팔랑거리고 좋아하고 있었어요. 그 영상을 보고 너무 좋아서 도안으로 꼭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그려봤던 도안이에요.

 

 

코끼리 작업 2.jpg

 

 

타투 도안은 손님께서 선택해 주시고 몸에 받아 가 주셔야 완성된다고 생각하는데, 감사하게 손님께서 받아 가 주셔서 그때도 무척 재밌게 작업한 것이 기억에 남아요.

 

 

 

CHAPTER 3. 파과가 타투를 작업하던 4년의 시간



- 2019년부터 시작해서 타투를 시작한 지 벌써 4년 차이시네요. 그동안 타투를 하며, 스스로 변했다고 느끼는 점이 있을까요?


타투이스트가 사람을 대하는 직업이다 보니 손님을 1 대 1로 만나고 개인적인 이야기도 많이 듣게 되죠. 손님의 피부를 몇 시간 동안 만지고, 케어하는 작업도 하니까요. 그런데 처음 시작할 때는 타투이스트라는 직업에 대해 그렇게까지 깊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냥 직업적으로만 생각을 하고, 내가 그림을 다양하게 그려도 사람들이 좋아해 주는구나 생각하며 그 부분에 좀 더 초점을 맞췄었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연차가 쌓이면서 타투가 몸에 평생 남는 작업이라는 사실에 조금 더 책임감이 쌓인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원래는 굉장히 소심한 편이고 말도 웬만하면 낯선 사람들이랑 안 하는 편이었어요. 그런데 타투는 평생 가지고 가는 내 몸에 그림을 남기는 작업이기 때문에 새겨지는 과정의 기억도 손님들께는 매우 중요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손님들을 만나면서 최대한 좋은 기억을 만들어드리려고 노력하게 되었고, 손님들께 친절하게 대하는 부분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었죠. 처음 타투를 시작했을 때는 말도 로봇처럼 하고, 아무리 손님들을 응대하는 법을 연습해도 어색했는데 이제는 자연스러워지면서 손님들과 이야기하는 것도 점점 재밌어졌어요. 사람들을 대하는 거, 그리고 여러 다양한 이야기를 듣는 것이 즐거워진 거죠.



- 다양하게 타투를 새기면서 도안뿐만 아니라 작업하는 과정에서도 기억에 남는 일이 있을 것 같아요.


타투를 시작하고 나서 언젠가 우연히 예전에 알던 사람이 손님으로 올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어느 날 고등학교 때 동창이 손님으로 온 거예요. 그 친구는 제 얘기를 소식을 건너 건너 들은 상태로 약간 반신반의하면서 왔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아예 모르고 있었던 상태에서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 앞에 있어서 깜짝 놀랐었죠. 그래서 친구한테 평소보다 긴장한 채로 작업했던 게 기억이 나요.


또, 외국인 손님들 작업할 때도 많이 기억에 남아요. 제가 영어를 아주 잘하진 않지만 그래도 미국 드라마, 영국 드라마를 보는 것을 좋아해서 조금 할 줄 알거든요. 어떤 분은 즐겁게 가족 이야기를 하셨었는데, 그 이야기를 듣는 것이 재미있었어요. 사실 꼭 외국인분 아니어도 저랑 완전히 다른 인생을 사는 분들의 평소라면 들을 수 없는 이야기들을 듣는 과정이 굉장히 재미있어요.


그리고 단골로 자주 찾아주시는 분들도 정말 감사하고 기억에 남네요. 제가 낯을 가리는 편인데 제 손님께서도 신기하게 저랑 비슷하게 낯을 가리는 분들이 많아요. 그림을 보고 와서 그런지 작업자랑 손님이랑 분위기나 결이 비슷한 경우가 많거든요. 그러다 보니 어떤 분은 작업을 세 번이나 했는데도 그분께서 어떤 직업을 가지셨는지 몰랐던 적도 있어요. 그런데 여러 번 오시면서 이제는 낯을 가리지 않고 친구처럼 장난도 치면서 낯설었던 손님과 유대를 쌓는 과정도 재미있어요.


이렇게 제일 소소한 부분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 타투 작업을 하며 특히 중요시 생각하거나 주의 깊게 여기는 부분은 무엇일까요?


그림적인 측면에서 이야기를 해보자면, 사람들이 봤을 때 예쁜 그림이라고 느껴지는 거랑 몸에 들어갔을 때 예쁘다고 느껴지는 그림이 조금 다를 수가 있어요. 사람의 몸에는 곡선이 있기 때문에 흰 벽에 액자를 거는 것과 느낌이 아무래도 다르니까요. 그래서 제 개인적인 취향으로, 틀이 동그랗거나 네모난 모양으로 액자처럼 잡혀 있는 것보다는, 틀 없이 몸을 캔버스라고 생각하고 좀 더 몸의 곡선에 맞춰서 들어가는 작업을 많이 하려고 해요. 이전에도 원형 틀 같은 곳에 맞춰 맞춰 작업하려고 시도해 본 적은 있는데 아무래도 저의 취향은 아니더라고요.

 


식물과 사슴 작업.jpg

 

 

작업을 할 때는 아무래도 저는 색을 많이 쓰니까 조색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에요. 도안의 크기가 작고 색이 많이 들어가는 경우에는 작업 시간보다 조색하는 시간이 오히려 더 걸릴 때도 있어요. 제가 잉크를 굉장히 많이 쓰는 편이거든요. 이제는 실력이 쌓이면서 작업시간도 짧아진 편인데, 그래도 최대한 색을 잘 넣으면서 빠르게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면 부으면서 더 고통도 있고 잉크도 잘 안 들어가게 되거든요.


 

 

CHAPTER 4. 타투이스트 파과에게 듣는 타투의 법제화



- 현재는 타투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2022년 3월 31일에 헌법소원에서는 여전히 타투를 의료법 위반으로 보고 있네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법이 바뀌는 게 정말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전 세계에서 타투를 불법으로 보는 곳이 한국만 남아 있잖아요. 계속 한국만 이 상태로 버틸 수는 없다고는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많이 답답한 마음도 있지만 그래도 법이 바뀌기까지 시간이 얼마 안 남은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조합원도 생겼고요.


손님께서도 저도 편하게 작업하려면 결국에는 제도가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타투이스트가 되고 싶어도 수강생으로 들어간 곳에 소속되어서 거기서 배운 지식들만 갖고 주먹구구식으로 손님 응대하는 것이 현실이잖아요. 그래서 탈도 많은 편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타투에 관한 법과 제도가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곧 그렇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다만 그 시기가 언제가 될지는 전혀 모르겠네요.



- 말씀해 주셨던 것처럼 다른 나라에서는 이미 타투를 위한 법이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어요. 대한민국에서 타투가 자리 잡기 위해서는 어떤 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타투도 시술자랑 피시술자 간에 일회성적인 계약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이와 관련해서 문제가 많아요. 타투가 불법을 넘어서서 아예 무법인 상태다 되게 악용하는 분들이 시술자와 피시술자 모두 많거든요.


예를 들면 피시술자의 경우 타투 작업을 받아 가신 뒤에 나중에 “이 타투가 마음에 안 드니까 커버업을 하거나 레이저 제거 시술을 하겠다, 그러니까 견적에 맞춰서 200만 원을 달라” 이렇게 이야기하는 경우도 정말 상상 이상으로 많아요. 그렇게 작정을 하지 않더라도, 손님이 마음에 들어서 받았는데 마음에 안 들고 약간 트러블이 생겼다고 신고를 하는 경우도 있고요. 반대로 시술자도 미성년자들 상대로 권력을 행사하는 경우도 있죠.


이렇게 타투가 법에 사각지대에 있다 보니 어떻게 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고, 계약 사항에 대해서도 지금은 완전히 작업자 개인의 판단으로 모두 해야 되니까 어려움이 많아요. 그렇기 때문에 시술자랑 피시술자의 관계에 대해서 명시하며 명확한 권리 사항에 대한 것들이 꼭 법으로 정해졌으면 좋겠어요. 물론 위생 관련해서도 정말 기본적인 사항으로 들어가야 된다고 생각하고요. 그런 것들이 제일 시급한 것 같아요.



- 사람들의 인식이 더욱 변화하기 위해서 타투이스트도 특별히 해야 한다 싶은 것이 있을까요?


아무래도 인지도가 많고 영향력을 가진 타투이스트가 목소리를 내주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저도 비거니즘을 지향하면서 한 사람의 목소리가 얼마나 큰 영향이 있는지를 알고 있거든요. 어쨌든 몸을 담고 있는 곳의 일이니까, 계속 진지하게 타투를 업으로 삼고 갈 것이라면 타투 업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리고 스스로 어떤 좋은 영향을 끼칠지에 대해서 계속 고민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작게는 포스팅을 하는 것도 영향을 끼칠 수도 있겠죠. 제가 인상 깊게 봤던 것 중에는 타투 작업하신 것 중 일부는 기부를 하시는 분들과,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 지지하거나 응원하는 도안을 만들어서 판매하시고 그 도안이 팔린 그 수익금은 모두 기부하시는 분들이었어요. 그런 식으로 작업과 완전히 직접적으로 연결시켜서 영향을 끼치는 등, 타투이스트가 좋은 영향을 끼치는 방법은 여러 가지 있을 것 같아요.

 

 

 

CHAPTER 5. 파과에게서 떼어낼 수 없는 이야기, 비거니즘과 페미니즘


 

작업예시_ 백피스, 팔 도안.JPG

 

 

- 2018년 4월 9일 처음 비건과 관련된 책을 빌리기 시작하며 비건에 관심을 가지며 비건을 시작하셨죠. 그때 읽으셨던 책이 채식의 유혹, 음식혁명, 우리는 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였던 것으로 기억해요. 어떠셨나요?


원래 처음에는 다큐를 보고 건강 때문에 채식을 시작했어요. <우리 몸을 죽이는 자본의 밥상>이라는 다큐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아서 육식을 끊겠다 마음먹은 것이거든요. 그런데 이것을 지속하려면 커뮤니티에 들어가 있어야 되잖아요. 그래서 함께 식단 할 사람을 찾으며 여기저기 알아보고, 단톡방에도 들어가고 sns에서 팔로우도 하고 하면서 보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동물권 이슈들도 계속 접하게 된 거죠. 그러다 보니까 관련된 책을 읽어보고 싶어져서 읽게 된 거예요.


그리고 그때 엄청 충격을 받은 거죠. 진부할 수도 있지만 정말, 정말 충격적이었어요. 그와 동시에 그동안 제가 이상하게 위화감을 느끼고, 애써 안 보려고 했던 것들, 좀 꼬여있다고 느꼈던 그런 지점들이 한 번에 연결되며 단순해지는 느낌이었어요. 즉, 제가 그동안 이상함을 느꼈던 지점들에 대한 설명을 찾은 느낌이었죠. 그래서 엄청 고통스러우면서 동시에 새로운 세상을 찾은 느낌이기도 하고, 정말 여러 가지로 복잡했어요. 진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구나, 그 생각이 딱 들었죠.


그래서 초반에는 진짜 열성 비건이었어요. 시위도 나가고, 비건 활동도 직접 나가고 그렇게 많이 했었죠. 가치관에 엄청 큰 변화도 생겼고요. 일반적으로는 육식을 줄여보겠다고 했을 때 조금씩 줄여 나가잖아요. 그런데 저는 그다음 날부터 아예 육식을 끊고 안 먹기 시작했어요. 물론 완벽하게는 하지 못했죠. 육류 같은 것은 아예 끊게 됐지만, 사실 가공식품들이 정말 힘든 부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고기는 내가 사 와서 스테이크를 굽지 않는 이상 먹지 않을 수 있는데, 특정한 과자를 먹고 싶다고 했을 때에도 육식과 연결되어 있으니까요. 그래서 이런 부분들이 많이 어렵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결국에는 지속 가능성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그걸로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주어선 안 되겠지만, 그래도 본인이 노력하며 내 가치관을 행동이랑 일치시키려고 한다는 그 지점만 넘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해요.


초반에는 저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다 같이 채식을 하도록 바꾸고 싶은 것이 저에게 또 다른 고통이었던 것 같아요. 일단 내가 먼저 변하고 나의 식습관이나 라이프 스타일을 바꾸며 잘 사는 모습을 보여주면 주변 사람들도 같이 자연스럽게 영향을 받는다는 걸 지금은 알아요. 하지만 그때는 좀 더 투쟁적이었거든요.



- 비건 타투도 따로 있는 것으로 알아요. 일반 타투와 비건 타투를 구분 짓는 차이점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사실 크게 다르지는 않고, 쓰는 물품과 작업자의 가치관, 그리고 그리는 도안 정도가 다르다고 생각해요. 작업물 결과는 당연히 똑같고요.


다행히 제일 대중적으로 쓰는 타투 잉크들이 다 비건이에요. 그래서 다른 타투이스트 분들도 본인도 모르게 잉크는 다 비건 잉크를 쓰고 계세요. 그래서 잉크는 괜찮지만, 그 외의 애프터케어 제품, 작업 때 혹은 셰이빙 할 때 쓰는 사소한 제품들을 신경 쓰면서 비건 타투라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인 것 같아요.


사실 저는 도안에서도 많이 느껴요. 타투도 그림이니까 계란 프라이나 치킨을 들고 있는 등 육식과 관련된 도안이 무척 많아요. 그런데 저는 제가 비건을 지향하니까 그런 도안을 당연히 그리지 않고, 가끔 그런 문의가 들어올 때면 그런 도안은 제가 작업하지 못한다고 말씀드리죠. 그래서 비건 타투라고 했을 때 ‘내가 지향하는 가치관을 이 작업자도 갖고 있구나’에서 오는 동질감과 믿음도 크다고 생각해요.

 

 

- 과거 페미니즘 스티커를 만드시는 등 페미니즘 활동도 많이 하셨었는데, 아티스트님의 작품에서도 페미니즘적인 측면이 담겨있을 때도 있을까요?


지금은 그런 신념을 나타내려고 하는 도안을 따로 그린 적은 없어요. 여성의 날 때마다 한 번씩 그리는 도안 말고는 직접적으로는 없는 것 같은데, 제 도안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것 같아요. 당연히 성적 대상화하지 않는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요. 주문 제작 도안으로 들어오는 인물 도안 말고는 제가 그리는 인물 도안은 성별 너무 부각해서 그리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에요. 딱 남자와 여자를 구분 짓기보다는, 이 짧은 머리 스타일의 인물이 머리가 짧은 여성일 수도 있는 것처럼요. 이런 식으로 저만 아는 포인트들을 넣는 것 같아요.

 

 

선우정아 동거 도안.JPG


 

 

CHAPTER 6. 앞으로의 타투이스트 파과



- 앞으로는 타투를 하며 새롭게 해보고 싶은 활동은?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큰 작업에 대한 열망이 있어서 큰 작업을 하고 싶다는 글도 올리며 여러 작업을 했어요. 그런데 정말 재미있더라고요. 그래서 큰 작업도 앞으로도 여러 가지로 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제가 올해 졸업을 했거든요. 졸업 후 오롯이 타투에만 집중해서 다양하게 영역을 넓혀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그래서 재작년부터 만들어오던 타투 스티커를 올해는 텀블벅 프로젝트로 준비 중이기도 해요.



타투스티커 2021.jpg


 

또, 타투 크기도 다양하게 여러 가지로 해보고 싶고, 주제도 적어놓은 주제를 들이 많아서 시리즈로 여러 가지로 그려보고 싶어요. 나중에는 저만의 브랜드도 만들어보고도 싶네요.

 

 


CHAPTER 7. 마지막으로, 아티스트님께 타투란 무엇인가요?


 

제 그림을 다른 사람들에게 가장 효과적으로 사랑받을 수 있는 고마운 표출 수단이에요. 동시에 저는 성격상 인간관계 풀이 적은데, 그런 저에게 매번 새로운 사람을 만나며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는 수단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타투 덕분에 성장도 많이 했어요. 타투를 시작한 초반에는 작업이 어렵고 염증도 내고 하면서 눈물로 지새웠던 날들도 있는데, 이제는 그 경험들이 다 저에게 있어 진짜 고마운 경험들인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몇십 년 뒤까지 타투 일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확신은 못하겠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어려운 순간들이 있음에도 정말 즐거운 마음으로 그림을 계속 그릴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바로 타투 같아요. 제가 지금까지 했던 그림 관련된 활동 중에서 제일 즐겁고 제일 매번 새롭고 영역이 무궁무진해서 스스로도 제가 앞으로 어떤 그림을 그릴지 기대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타투스티커 룩북 촬영 1.JPEG

 

 



김혜빈_전문필진.JPG

 

 

[김혜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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