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조금 천천히 가도 괜찮아 - 회사 버리고 어쩌다 빵집 알바생

글 입력 2022.04.27 0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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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이 된 이후, 잘하고 있다는 말을 듣기가 너무나도 어려워졌다. 다들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데 급급했고, 나 조차도 남의 인생에 관여할 만큼의 여유가 없었다. 바쁘디 바쁜 현대사회를 온 몸으로 버텨가며, 나는 점점 위축됐을 지도 모른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들이 과연 맞는 것일까. 내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일까. 맞는 속도로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일까.

 

그렇게 방황하는 청춘들에게, 이 책은 말한다.

 

 

"조금 천천히 가도 괜찮아!"

 

 

방송 디자인을 하던 5년 차 직장인이 회사 버리고 빵집 알바생이 되었다!

 

책의 화자는 방송 디자인을 하는 직장인이다. 누구보다 빨리 사회에 나오고 싶었던 화자 '개띠랑'은 누구보다 열심히 하루를 살아냈고 회사에 취직했으며 열심히 일했다. 그러나 사회는 냉정하고 치열했다. 방송일은 쉼 없이 돌아갔다. 결국 화자는 냉정하고 치열한 사회에 지쳐 퇴사를 결심하게 된다.

 

퇴사 후 그녀는 '조금만 쉬다가 다시 일을 해야지' 생각했지만 몸과 마음에 휴식과 치유가 필요했다. 그러다가 '알바는 어떨까?' 호기심을 품게 되었고, 그 호기심은 결국 집 근처 오픈한 빵집에 알바 지원을 하는 행동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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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는 작가 개띠랑이 그린 일러스트와 간단한 만화들이 수록되어 있다. 동글동글한 낙서같은 귀여운 그림체로, 읽는 재미가 있었다. 쉬엄쉬엄 하라고 하지만, 결국 일을 시키는 사장님에 대한 에피소드, 빵에는 어떤 재료가 들어갔는지, 무슨 맛이 느껴지는지 물어보는 손님들과 같이 알바를 하면서 겪을 수 있는 일상적인 에피소드들을 간결하지만 임팩트 있게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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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할머니 손님이 오시더니 생크림 롤이 무슨 맛인지 물어보셨다. 설명을 드렸더니 "네가 어떻게 알아? 먹어 봤어?"라고 하시는 것이 아닌가? 당황했지만 이번에는 당당하게 말했다. _96쪽

 

 

책 속에 들어간 만화들 중에 많이 공감이 갔던 말이었다. 최대한 손님을 위해 '어떻게 하면 내가 생각하는 것들을 잘 설명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예의없는 말을 던지고 가는 상황들. 알바 경험이 매우 많은 나로써, 가끔가다 접하는 상황이다. 꽤나 멘탈이 좋은 편이지만, 아무래도 이런 말들을 들으면 울컥하는 기분은 여운이 남기 마련이다.

 

필자는 예식장 홀서빙알바를 1년 6개월간 한 경험이 있다. 심지어 규모도 매우 크고 이름도 누구나 들으면 알 법한 큰 장소였다. 하객으로 연예인도 많이 왔던 것 같다. 공간의 규모가 컸기 때문에 식장에 찾아오는 사람들도 매우 많았다. 바깥에서는 여유롭게 결혼식이 진행되었지만, 아마 하객들은 모를 것이다. 파티션을 쳐놓은 그 안쪽에서는 엄청나게 분주하고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는 걸. 그만큼 일처리도 빠르게 해야했고, 일의 강도가 높아 체력이 많이 필요했다.

 

좋은 사람들도 많았지만, 알바생인 나를 깔보며 기분이 상할 만한 말들을 한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 말들을 들을 때마다 나는 기분이 나쁘기보다 '저 사람들이 나를 이렇게 대할 자격이 있나?' '저건 저 사람의 감정일 뿐, 나와 배제해야 한다. 그 감정에 흡수되지 말자.'하며 참았던 것 같다.

 

그 외에 다른 업종으로도 알바경험이 많다. 현재는 의류 판매알바를 하고 있는데, 꽤나 재미있다. 그리고 같이 일하는 동료들도 너무나 좋은 분들이고, 이전에 했던 일들에 비해 진상손님이 없었다. 그리고 오히려 좋은 손님들을 많이 만났다. 신발 사이즈를 몰라서 신발을 여러번 갖다드려야 하는 손님분들이 계셨는데, 그런 경우에는 신발을 가지러 물류창고에 여러번 가야하고 손님이 떠난 후 정리해야 하는 신발 박스 정리를 해서 다시 창고에 넣어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다.

 

하지만 그건 나의 일이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고, 괜찮다. 하지만 알바생인 나에게 너무 많은 요구를 하는 게 죄송하다고 말씀해주시는 손님들도 계셨고, 자리를 떠날 땐 '감사합니다'하며 인사를 건네는 분들도 계셨다. 그리고 그 말 한마디에 뿌듯해지고 기분이 좋아졌다.

 

 

늘 자기 자리에 앉아서 컴퓨터만 보는 직장은 만나는 사람만 만났었다. 늘 표정 없는 얼굴. 그런데 빵집에서 일하다 보니 짧은 시간이어도 다양한 손님을 마주하게 된다. 그래서 그런지 별의별 일이 생기기도 하지만. 하루는, 줄지 않는 손님으로 지쳐있었는데 한 손님이 “고생이 많네요! 빵 잘 먹을게요!”라는 말을 해 주셨다. 힘이 번쩍 났다. 그리고 따뜻한 그 말 한마디가 힘든 하루를 버틸 수 있게 해주었다. 남이 해 준지 않는다면 나라도 내 자신에게 해 주면 되는건데.. 나는 왜 나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지 못했을까.

 

 


직장인이 아니라 알바생 신분도 괜찮을까?


 

 

처음에는 ‘조금만 하다가 다시 직장을 찾아야지…’라고 생각했었는데 빵집 알바한 지 벌써 2년이 지나고 있다. 알바 초기에는 누군가 나에게 ‘지금 뭐하세요?’’라고 물으면 ‘빵집 알바하고 있어요!’라는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알바생이든 직장인이든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큰 차이는 없다는 것을 잘 안다.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내 인생의 반죽’을 어떻게 하고, ‘내 인생의 오븐’에 어떻게 굽느냐에 따라 내가 만드는 빵 모양과 맛이 달라진다는 것을 배웠으니까!

 

 

'인생의 반죽을 어떻게 하고, 인생의 오븐을 어떻게 굽느냐에 따라 내가 만드는 빵 모앙과 맛이 달라진다' 가장 기억에 남은 문장이었다. 너무나도 맞는 말이었다. 삶은 스스로 만들어갈 수 있다. 지금 내가 어떤 상황에 나를 노출시키냐에 따라 앞으로 1년 후, 10년 후의 내가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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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리 걸음일까?



 

"멀리, 아주 머어얼리 우주에서 떨어져서 보면, 앞으로 한 발짝씩 움직이고 있는 거겠지?"

 

 

나는 사회로 나오기 위해 누구보다 빨리 달렸고, 성공했다고 생각했다. 탄탄대로만 걸을 것 같았던 내 사회생활에 '일시정지' 버튼이 눌린 후 지금은 알바 인생으로 살고 있다. 어느새 뒤를 돌아보니 아무도 없고, 나만 빼고 다들 탄탄대로를 빠르게 가고 있는 것 같았다. 취업을 하고, 회사를 다니고, 좋은 사람 만나서 결혼을 하는 그런 탄탄대로 말이다.

 

'이럴 바엔 그냥 알바가 낫지!'라는 생각으로 퇴사를 했지만 남들이 볼 땐 그냥 나는 알바생이고, 다시 엄마 품으로 돌아온 캥거루족일 뿐인 것 같다는 생각이 종종 든다. 제자리 걸음만 걸으며 계속 한자리만 뱅뱅 맴도는 기분.

 

이런 생각이 나를 찾아올 때는 그냥 가만히 누워 내가 꿈꾸는 내 미래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내가 살고 있는 삶이 너무나도 커서 비록 지금은 제자리걸음처럼 보이지만 나는 한 발 한 발 나아가고 있는 것이라고.

 

언제부터인가 나이를 먹을 수록 시간의 속도가 빨라졌다. 나를 두고 막 간다. 나는 아직 여기에 있는데. 내가 미루고 미루던 '사회'에 점차 뛰어들어야 할 때가 되었다는 것이다. 벌써 현역으로  대학교를 입학한 주변 친구들은 3학년이다. 그들은 어떻게 미래를 살아가야 할지 고민과 걱정이 많다. 아직 나는 2학년이지만, 1년 늦게 대학에 들어간 나도 그들의 고민이 남 고민같지 않다. 언제까지 알바만 하며 살아갈 수는 없는데. 뭔가 나만의 일을 시작해야 하는데. 그런 생각들을 하면 점점 조바심이 생기게 된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과 나를 비교하게 된다. '졸업을 하면 몇 살이지? 토익과 토플은 언제 하지? 자격증도 준비해야 하고, 스펙도 쌓아야 하는데. 이번에 누구는 교환학생을 갔던데. 누구는 캐나다로 어학연수를 갔던데.' 점차 사회에서 추구하는 완벽한 취업인재 기준에 나를 맞추게 된다. 그럴 수록 내 모습은 점차 지워져간다.

 

하지만 우리는 감히 누구도 함부로 규정지을 수 없는 귀한 존재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나는 나로 살아가야 한다. 한국사회의 일반적인 탄탄대로는 취업을 하고, 회사를 다니고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에 골인하는 거라는 인식이 있다. 그렇지만 나의 길도 내가 만들어가는 거다. 내가 어떤 행동을 했든, 그것들은 허투루가 되는 게 아니다. 다 내가 될 것이다. 그러니 조금 느려도 괜찮다. 내가 삶고있는 삶이 너무나도 커서 비록 지금은 제자리걸음처럼 보이지만, 분명히 한 발 한 발 나아가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우리 조금 더 천천히 나아가면서 남들이 원하는 내가 아닌, 정말 되고싶은 나의 모습이 어떤 모습일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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