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완벽한 음악적 서사의 완성 - 연극, 'Is god is'

흑인과 백인의 음악적 대립
글 입력 2022.04.25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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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화상흉터를 가진 쌍둥이 러신과 아나이아는 죽은 줄만 알았던 엄마의 편지를 받는다. 쌍둥이가 찾아간 곳에서 엄마는 꺼져가는 숨을 붙들며 자신을 이렇게 만든 남자를 잔인하게 죽여달라는 부탁을 한다. 쌍둥이는 당황하지만 이내 엄마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한 여정을 떠난다.


두 사람은 남자를 찾아가는 길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는데...

 

 

극은 흑인과 백인 두 인종에 관해 이야기한다. 둘의 특성은 의복이나 말투 같은 것으로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지만, 주목할만한 점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음악’이다.


여자 쌍둥이들의 메인 테마는 힙합이다. 연극의 배경이 되는 미국에서, 힙합은 크게 동부와 서부, 그리고 남부로 구분된다. 그러나, 연극은 올드 스쿨 힙합 샘플을 주로 사용하므로 동부와 서부를 중심으로 다룬다.


쌍둥이들이 원래 살던 미국의 동부 지역은 힙합의 태동을 함께했다. 1980년대, 뉴욕의 할렘 지역. 오랜 시간 동안 사회적으로 차별받고, 몹시 가난한 빈민 지역. 그곳에는 많은 흑인과 이민자의 후손들이 주로 살았다. 그들은 스스로 느낀 감정과 생각을 자신들의 음악인 블루스, 재즈, 소울 등에 섞었고, 그렇게 만들어진 문화가 바로 '힙합'이다.


동부의 힙합은 '붐뱁 사운드'가 특징이다. '붐뱁'은 우리말로는 '쿵치타치'. 드럼 소리를 흉내 낸 의성어이다. 이름처럼 어둡고 둔탁한 80~90 BPM의 드럼 루프가 인상적이다. ‘먹통 힙합’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쿵치타치'의 '치' 소리에 라임을 맞춰 랩을 뱉는 것이 동부 힙합의 기본 골조가 된다.


여자 쌍둥이들이 착용한 금목걸이와 팀버랜드 부츠는 동부 붐뱁의 시그니처 패션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뮤지션으로는 '나스'가 있다. '나스'는 뉴욕의 화려한 외관에 가려진 어둡고 거친 이면에 관해 이야기한다. 특히 그의 1집 'Illmatic'은 'N.Y. State of Mind'나 'The World is Yours'와 같은 명곡들을 남기며, 힙합 마니아들에게 '동부 힙합의 바이블'이라고 불린다. 쌍둥이들이 동부의 낡은 아파트에서 신을 만나러 갈지 고민하고 막이 바뀔 때, 이 동부 힙합이 등장한다.


동부 힙합이 드럼 라인과 MC의 랩 스킬이 두드러졌다면, 서부힙합은 중독성 강한 멜로디라인과 디제잉이 돋보였다. 이때, 'Still D.R.E'나 'The next episode'로 우리에게 익숙한 프로듀서 닥터 드레는 G-Funk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며 서부 힙합이 미국의 메인스트림이 되는 데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G-Funk는 갱스터(gangster)와 펑크(funk)의 합성어로, 고음의 신시사이저 루프에 갱스터, 섹스, 약물 등에 관한 가사를 얹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닥터 드레가 힙합의 대부라고 칭해지는 까닭은 뛰어난 프로덕션 덕분도 있지만 유수한 신예를 발굴해냈기 때문이다. 그는 스눕독과 켄드릭 라마 그리고 에미넴을 데뷔시켰다. 앞서 언급된 곡 들만큼은 아니지만, 귀에 익숙한 'deep cover'는 지금은 살아있는 전설이 된 스눕독의 데뷔곡이다.


쌍둥이들은 자신의 ‘엄마’를 찾기 위해 미국의 서부에 있는 요양원을 방문한다. 그곳에는 온몸에 화상을 입고 죽어가는 쌍둥이들의 엄마가 있었다. 엄마는 자신과 그들을 불태운 ‘남자’를 죽여달라고 이야기하고, 쌍둥이들이 그 부탁에 응하기로 결심하면서 막이 바뀐다. 그리고 등장하는 곡이 바로 이 서부 힙합을 닮았다.


쌍둥이들은 ‘남자’에 관한 단서를 찾기 위해 당시 소송을 담당하던 변호사의 사무실에 도착한다. 그때, 백인 변호사는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에 낙심해 약물을 과다복용하여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고 있었고, 약 기운 때문인지 이들의 존재조차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 이 남자가 극 중에 등장할 때 디스코와 비슷한 느낌의 4/4 박자 리듬의 곡이 흐른다.


디스코의 유행이 시들해질 무렵, 시카고에서 활동하던 DJ들이 디스코 위에 여러 곡을 릴투릴 테이프(Reel-to-reel tape) 기법으로 리믹스했다. 릴투릴 테이프 기법이란 여러 트랙의 유명한 부분들만 잘라 이어 붙이는 방법이다. 이 위에 드럼 머신으로 4/4 박자의 무한한 루프를 입히고 여러 음향 효과를 삽입해 탄생한 것이 바로 이 '하우스'다.

 




 

이 하우스는 프랑스로 옮겨가고 일렉트로니카 듀오를 만나 ‘프렌치 하우스’라는 이름으로 꽃 핀다. 이 듀오가 바로 ‘다프트 펑크’다. 다프트 펑크는 비주류 장르였던 일렉트로니카를 대중화하여 전 세계에 EDM 열풍을 불러일으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2집 Discovery는 최고의 명반이다.


우여곡절 끝에 ‘남자’의 집에 도착한 쌍둥이. 그 집에는 또 다른 쌍둥이가 있었다. 이들은 소수자인 자신들과 다르게 좋은 집에서 좋은 교육을 받고 자란 백인 남자들이었다. 쌍둥이들은 ‘남자’를 살해하라는 신의 명령을 따르기 위해 스트리퍼로 위장해 남자 쌍둥이들을 죽이기로 하고, 그들을 유혹하기 시작한다.

 

남자 쌍둥이 중 둘째가 먼저 죽고, 그에 분노한 형은 쌍둥이들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이때, 그는 정박자의 미니멀한 전자 음악에 맞추어 로봇이나 마네킹 같은 절도 있는 동작으로 움직인다. 그렇다. 크라프트베르크다.

 




 

크라프트베르크는 독일의 중공업 도시인 뒤셀도르프에서 처음 결성되었다. 이들은 여러 악기에 신시사이저를 사용하여 다양한 음악적 실험을 시도했다. 이들이 처음으로 인기를 끈 것은 앨범 'Autobahn'. 타이틀곡 'Autobahn'은 22분이 넘는 긴 플레이 타임에도 불구하고 대히트를 기록한다. 이후, 발표된 앨범 'Radio-Activity'의 수록곡 'Radio Activity'와 'Antenna'는 국내에서도 한동안 인기를 끌었다. 진취적이고 진보적인 행보를 이어간 크라프트베르크는 훗날 '테크노의 아버지'라고 불리게 된다.


남자 쌍둥이들을 모두 해치운 쌍둥이들은 드디어 ‘남자’와 조우한다. 그리고 시작되는 참담한 복수. 남자 또한 모든 것을 잃었기에 처절하기엔 매한가지다. 이때 귀를 찌르는듯한 기괴한 음악이 나온다. Sophie의 ‘Faceshopping’이다.

 

 

 

 

소피의 2집 Oil Of Every Pearl's Un-Insides는 내가 사랑하는 앨범 베스트 5에 든다. 모든 곡이 다 좋지만, 'Faceshopping'을 특히 사랑한다. 곡에서 소피는 기존에 사랑받던 전자음악의 규칙을 모두 깨부순다. 불규칙한 박자의 묵직하고 둔탁한 베이스가 깔리고 그와 정반대의 귀가 찢어질 것처럼 높은 매탈릭 사운즈를 얹는다. 기승전결의 구조를 무시하는 한편, 2분 10초가 넘어갈 즈음엔 곡의 구성이 완전히 뒤바뀌기도 한다.


앞서 쌍둥이들의 여정에 따른 적절한 음악 선정으로, 클라이맥스에서 어떤 곡이 나올지 기대하고 있던 찰나 'Faceshopping'의 도입이 들리고, 이어지는 아나이아의 각성. 완벽한 음악적 서사의 완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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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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