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가만 있으면 되는데 자꾸만 뭘 그렇게 할라 그래? [문화 전반]

세상만사에 관심을 두고 기웃거리는 삶은 너무 즐거워.
글 입력 2022.05.03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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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친한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가 이런 얘길 들었다.

 

 

"너는 세상 돌아가는 것에 참 관심이 많은 것 같아. 쉬지를 않는 것 같아."

 

 

어렸을 적부터, 뭘 그런 것까지 다 알고 있냐는 친구들의 질문을 참 많이 받았었다. 그냥 나는 이것 저것에 관심이 많았고, 그것들을 더 깊이 알아가는 것이 재미있어서 그랬던 것 뿐인데. 사람들은 나의 그런 점을 신기하게 생각했고, 또 대단하게 생각해주었다. 그래서 더 열심히 넓고 얕은 삶을 살았던 것 같다.

 

그렇게 이런 저런 것에 관심이 많던 아이는 어느새 직장인이 되었다. 어릴적 동경했던 것처럼 멋진 사원증을 목에 걸고 멋진 오피스룩을 입고 또각또각 발소리를 내면 출근하는 직장인이 된 것은 아니였지만 사회구성원으로서 맡은 바를 다하는, 어쨌든 하루에 8시간 아니 통근 시간까지 포함하면 11시간 정도를 직장에 바치는 삶을 살고 있다.

 

직장에 다닌다는 것은 생각보다 더 어렵고 힘든 일이었다. 왜 다들 어렵게 들어간 회사를 다니면서 퇴사를 부르짖는 지 알 것만 같았다.

 

책상에 매일 같이 앉아있는 직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책상 앞에서 밀린 행정 업무를 할 때마다 꽤 힘들었다. 그렇게 나는 입사 후 하루하루 생기를 잃어갔다. 자꾸만 작아지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잘하는 게 많다고 생각하며 살았었는데, 무능한 신입이라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성공이라는 경험이 축적되어야 자신감도 생길텐데, 실패하는 경험만 늘어가는 기분이었다. 죽어도 소시민은 되지 말아야지 생각했던 나였는데, 어느새 소시민으로 전락해버린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무채색 인간이 되어가고 있었다.

 

무채색 옷은 좋아하지만, 무채색 인간이 되긴 싫었다. 색이 짙은, 매력적인 사람이 되고 싶었다. 이것 저것 많이 아는 사람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는 것에 대한 범위를 확장시키고자 더 많은 활동에 도전했다. 겁이 많은 타입이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기 위해 마음을 여러 번 다잡았다.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내 색을 잃지 않고자 다짐 했다.

 

늘 꼼지락 꼼지락 움직이지 않고서는 못 베기는 나였는데. 언젠가부터 그 모든 것들이 그저 그렇게 다가왔다. 사실 입사 전, 그러니까 2년 전 쯤 번아웃이 왔다. 무얼 해도 재미있지 않았다. 여러 번 생각을 고쳐 먹어도 마찬가지였다. 번아웃이라는 결과가 놀랍지는 않았다. 20살 이후로는 늘 바빴으니까. 늘 알바도 열심히 하고, 시간 쪼개가며 연애도 하고 술도 열심히 마시러 다녔다. 학교 생활도 열심히 하려고 했고, 그 이외의 세상도 경험해보고 싶어서 늘 최선을 다한 편이었다. 그렇게 쉴 틈도 없이 3년을 보냈으니 번아웃이 올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처음엔 받아들이기 힘들었지만 조금씩 회복해보자고 다짐했다.

  

그러나 말처럼 쉽지 않았다. 흔히들 바닥을 치면 위로 올라올 일만 남았다고 하는데, 그 때 나는 땅굴을 파고 지하로 내려갈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힘들기만 했다. 새로운 걸 해보려고 해도 용기가 나질 않았고, 설상가상으로 체력도 바닥을 쳐서 쉽게 피곤을 느꼈다. 그래도 인생에서는 꼭 해야만 하는 과업들이 있으니까. 조금 느려도 제자리를 찾겠지라는 마음으로 발걸음을 뗐던 것 같다. 어쩌다보니 운 좋게 졸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입사를 하게 되었다. 자소서를 쓸 때는 정말 절박했다. 남들보다 뒤떨어져서는 안된다는 압박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 하나의 과업을 끝마쳤다고 생각하며 조금씩 회복되는가 했던 나는, 앞서 말한 것처럼 또 다시 좌절하고 있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퇴근을 하고 나면,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씻고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만지작 대다가 잠들기 일쑤였다. 푹 쉬면 나아질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였다.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었다. 다시 내가 좋아하는 걸 해보기로 했다. 세상이 좋아진 덕에 굳이 직접 경험하지 않고,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큰 노력을 하지 않아도 유튜브 등의 여러 플랫폼을 통해 다방면에서 배움을 얻을 수 있었다. 한동안 읽지 않았던 책도 읽기 시작했다. 그러자, 조금씩 일상이 돌아오는 느낌이 들었다. 한동안 끝없는 우울에서 허우적댔는데, 쉼 없이 몰아치는 일정 속에 나를 내던지니 우울할 틈이 없었다. 몸이 고되고, 가끔은 너무 바쁜 탓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지만 나를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자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얼마 전, 유튜브에서 넘실대다가 장기하의 신곡이 나왔다는 소식을 접했다. 부리나케 포털 검색창에 장기하 석 자를 검색하여 앨범 소개글을 찾아 보았다.

 

 

스스로에게 자주 하는 말이다. 가사로 꼭 한 번 쓰고 싶었다. 이 문장을 쓰고, 두번째 줄을 쓰려는 순간, 나는 또 스스로에게 말하고 있었다. 가만 있으면 되는데 자꾸만 뭘 그렇게 할라 그래?

 

 

소개글을 죽 읽다가 너무 공감되는 구절에 눈이 멈췄다. 가만히 있으면 그만인데 자꾸만 뭘 그렇게 하려고 하냐는 말에 무릎을 탁 쳤다. '그래, 가만히 있으면 되는데 왜 이렇게 사서 고생을 하는 걸까?' 그리고 생각했다. '우리는 애써 노력하면서 뭘 자꾸 증명하려고 하는걸까? 너무 애쓰는 걸까? 아니 오히려 가만히 있으면 안된다고 말해주는 걸까.'

 

그는 이 곡을 만드는데 가장 오래 걸렸다고 한다. 듣기 전엔 6분 짜리 곡이니까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막상 들어 보면 가사는 한 줄, 작곡 구성은 독창성이 돋보이지만 반복되는 구간이 많다 가만 있으면 되는 자꾸만 뭘 그렇게 할라 그래만 자꾸 들린다. 많은 것을 덜어내어 정제된 형태의 노래를 통해 그가 들려주고 싶었던 것을 뭐였을까 생각해보게 만드는 동시에, 아주 '장기하다운' 곡이었다. 그래서 한동안 자주 반복해 들었다. 비단 중독성 있는 비트와 위트있는 전달 방식 때문만은 아니였다. 그의 메세지는 사색의 여지를 주었다.

 

끝없는 우울에 빠졌을 때, 객관화를 끊임없이 하며 생각한 것이 있다. '가만히 있으면 더 우울해지구나, 나는 계속해서 무언갈 해야 하는 사람이구나.' 육체적으로 지치고,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아도 그건 나에게 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들이었다. 그의 가사는 가만히 있으라고 하지만, 사실 이건 열심히 살았을 때 들을 수 있는 이야기인 것처럼 나는 움직여야만 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가만히 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만일 다들 가만히 있었더라면, 우리는 지금처럼 고도로 발전된 사회에서 편의를 누리며 살 수 없지 않았을까? 또 역설적이게도 꾸준하게 일과 좋아하는 것, 그러니까 생산적으로 살았을 때에 우리는 삶의 의미를 찾기도 한다.

 

그렇지만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를 외치며 지나치게 과열된 경쟁사회에서 살다 보면 놓치는 것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의 노래는 이런 삶에 작은 방지턱같은 존재같다고 생각했다. 잠시 속력을 줄이고 각자의 속도로 적당히 열심히 살며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득 담아 만들지 않았을까?

 

아무튼 나는 계속해서 가만히 있지 않고 이것 저것 자꾸 도전하는 삶을 살 것이다!

 


[강윤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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