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안녕, 잘 지내? [사람]

글 입력 2022.04.23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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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학교 선배로부터 잘 지내냐는 연락을 받았다. 미리보기로 뜬 알림을 본 순간부터 답을 하기까지, 머릿속을 가득 채운 물음표는 의문만 확장했다. 왜지. 왜 연락했을까. 나한테 뭐 부탁할 거 있나. 그냥 안부 연락인 건가. 분명 학교에 다녔을 때에는 꽤 친했었던 것 같은데, 휴학과 비대면 수업으로 인해 서로 못 본 시간이 몇 년이 흐른 상태였다. 호기심 반, 두려움 반으로 예전과 다름없는 답을 했고, 그 뒤로 우리의 대화는 길게 이어졌다.

 

몇 년의 공백이 무색하게도 티키타카는 너무 잘 되었고, 당장 예전으로 돌아간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연락의 이유는 단순히 안부였다고 한다. 다른 애 스토리 보는데 너는 인스타를 안 하니까 생각난 김에 연락했다며 안부를 물어봤다고 한다. 인스타그램을 안 하다 보니 사람들의 근황을 모르는 건 늘 나만의 영역이라 생각했는데, 다른 사람이 나의 근황을 궁금해했다는 사실이 놀랍고도 신기했다.

 

*

 

‘안부’, 어떤 사람이 편안하게 잘 지내고 있는지 그렇지 아니한지에 대한 소식, 또는 인사로 그것을 전하거나 묻는 일이라고 한다. 정말 어떠한 요구나 부탁 없이 오로지 상대의 안위가 궁금한 연락이, 그게 뭐라고 나에겐 그렇게나 어려운 일인 걸까.

 

잘 지내냐는 연락 한 통 보내는 게 너무도 어려워서 그간 흐지부지 끝난 관계가 몇인지, 허무하게 놓쳐버린 인연이 몇인지, 도저히 셀 수 없었다. 함께 있을 당시엔 그렇게나 좋은 우리였으면서 몸이 멀어진다 싶으면 곧바로 그렇지 않은 남이 돼버렸다. ‘꼭 밥 한번 먹자’라는 말은 나에게 인연을 끊는 신호탄과도 같았고, 신호탄이 입을 통해 공기 중으로 흩어지는 순간 일제히 약속이라도 한 듯 다음을 기약하며 하나둘 내 관계망에서 사라져갔다.

 

사실 이 모든 결과에는 내 탓이 컸다. 연락하는 게 어렵다며 애써 포장했지만, 내 깊은 속내에는 귀찮음이 크게 자리하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그렇다. 나는 누군가와 연락하는 일을 매우 귀찮아하는 사람이었다. 늘 999+로 고정되어있는 카톡 창, 600개가 임박하는 문자메시지, 스팸으로 가득한 통화기록. 어쩔 수 없는 모순적인 인간인지라 스스로 이유를 뻔히 알면서도 인연이 끊어진다는 거에 대해 가끔 상심하곤 했었다.

 

이러한 일들이 쌓이고 쌓이다 보니 나의 갑작스러운 안부 연락이 당사자에겐 부탁을 빌미로 온 연락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부터가 소식을 모르고 살던 사람에게 연락받으면 의심부터 해왔으니 말이다.

 

*

 

이러한 고민이 무색하게도 별거 아닌 안부 인사 하나가 나를 한 걸음 앞으로 등 떠밀었다. 니가 여태 혼자 고민하고 내린 결론의 오답을 보라고. 갑작스러운 연락은 미리보기만으로 사람을 당황하게 하기에 충분하다는 점은 오답을 빗겨나갔지만, 몇 년의 공백이 어색함을 만들 거라는 예측과 안부 인사를 받은 당사자의 기분이 마냥 당황스럽지만은 않다는 것은 명백한 오답이었다.


정말 신기하게도 한동안 연락이 없었던 사람이 나의 안부를 묻는 일이 그리 기분 나쁘지만은 않았다. 오히려 좋았다. 누군가 나의 안위를 궁금해했다는 사실과 상대방의 용기로 끊긴 인연이 다시 시작될 수 있음이.

   

이러한 사실이 당장 하루아침에 연락처를 뒤지며 연락할 사람을 찾는 행동으로까지 뻗진 못했지만, 적어도 내가 앞으로 누군가와 인연을 길게 이어갈 수 있도록 도와줄 수는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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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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