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누구나 가슴 속에 품고있는 그 생각 - 회사 버리고 어쩌다 빵집 알바생

퇴사는 도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위한 맺음일 뿐!
글 입력 2022.04.27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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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일어나 씻고, 부대끼는 출근길 대중교통에 몸을 싣고 회사에 도착한다. 책상에 앉기 무섭게, 퇴근 전까지 맡은 업무를 한다. 아, 사실 나는 외근도 잦다. 책상에 앉았다가 나갔다가 이래저래 일을 하다보면 어느덧 점심을 먹고 또 다시 일을 한다. 그러다가 시계를 보면 벌써 퇴근시간. 처음엔 마냥 퇴근시간만 기다렸는데, 이제 퇴근시간 마저 기다려지지 않는다. 왜냐고? 오늘 해야 할 일을 다 하지 못할 때가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매일 조금씩 다른 일을 하고 있지만, 반복적인 일상은 금세 지겨움을 안겨준다. 그리고 생각한다. 누구나 가슴 속속에 한 번 쯤은 품었던 그 다짐을 말이다. '아, 퇴사하고 싶다!'

 

모두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퇴사욕구가 종종 드는 건 사실이다. 물론 그 말은 습관처럼 하는 말일수도 있고 진심으로 원하는 것일 수도 있다. 도대체 왜 퇴사가 직장인들의 꿈이 되었을까? 세상에 안 힘든 일 없고 오히려 남 밑에서 돈 벌 때가 더 쉽다고도 하던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바랄까?

 

그저 쉽게 돈을 벌고 싶어서? 아니면 참을성이 없어서? 필자의 경우, 앞서 말한 이유가 아니라고 완전 부정하진 못하지만, 그게 주된 이유는 아니다. 아무튼 간에 대다수의 직장인들이 어렵사리 들어간 직장을 나오는 게 최종 목표같은 것이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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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모두의 꿈 '퇴사'를 한 사람이 있다. 바로 오늘 소개할 책 <회사 버리고 어쩌다 빵집 알바생>의 저자이자, @gaeddirang이라는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며 인스타툰을 그리는 '개띠랑' 작가다.

 

저자 또한 '개띠랑' 이전에는 누구보다 빠르게 회사원이 되어 사회구성원의 역할을 다했었다. 처음에는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음에 설렜지만 매일 같이 쏟아지는 고강도의 업무, 방송계 업무 특성상 잦은 야근, 설상가상으로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로 결국 두 번의 퇴사를 하게 된다.

 

모두에게 퇴사라는 주제는 무겁다. 일은 자아실현을 하는 도구이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생계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작가가 퇴사를 결정한 것은, 어떠한 노력을 해봐도 극복하기 어려운 힘듦이 염증처럼 삶 전체에 퍼졌기 때문에 휴식이 필요했다.

 

그러나 마냥 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다 생각하였다고 한다. '알바는 어떨까?'

 


"꾸역꾸역 버티는 회사 생활보다는 나를 좋아해 주는 곳에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보자!"

 

그런 생각으로 두 번째 퇴사를 했고, 지금 나는 빵집 알바를 하고 있다. 사실 요즘에도 '잘한 선택일까…? 잘 가고 있는걸까…?'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렇게 두 번째 퇴사 후, 작가는 빵집 알바생이 되었고 책 <회사 버리고 어쩌다 빵집 알바생>에는 알바생으로 일하면서 겪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담겨있다. 빵집에 오는 어린 아이들의 이야기나 빵을 사러 오는 아빠들의 공통 분모 등 많은 사람들을 관찰한 이야기도 있고, 일을 하면서 느낀 것들을 깊이있는 생각으로 풀어낸 이야기 등등 삶 전반을 다루고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아직도...?

 

내가 회사를 그만두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나만의 길을 개척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 제일 컸다. 진짜 내가 좋아하는 일,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었다.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일러 작가가 되고 싶어 퇴근 후에 그림을 그리고 sns에 올린다. 하지만 가끔씩 길을 잃고 헤맬 때가 있는데, 그래도 마음 잘 다독이며 뚜벅뚜벅 걷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얼마 전, 주말에 알바 하던 친구가 빵집에 놀러 왔다. 평일 알바인 나와는 부대끼며 일한 적은 없지만 오며 가며 봤던 사이인데, 그 친구는 날 보자 반가워하며 이렇게 말했다.

 

"언니! 저 서울로 취업했어요! 언니는 아직도 여기서 일하시는 거죠?"

 

분명 나쁜 의도로 말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지만, 그 말을 듣자마자 나는 자존감이 와르르 무너지는 소리를 들었다. 알바하면서도 꿈을 좇아 열심히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남들과는 다르게 걷고 있다는 느낌 때문이었을까...

 

하지만 곧 정신을 차렸다. 각자의 속도가 있는 법! 잠시 주춤했지만, 나는 다시 마음을 잘 추스르고 오늘도 뚜벅뚜벅 걷는다.

 

 

혹자는 안정적인 직장을 힘들다는 이유로 그만 두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이 옳은 선택이냐고 물을 수 있다. 모두가 육체적으로 힘든 것뿐만 아니라 업무와 사람에서 오는 스트레스 상황을 겪고 있는데, 왜 그것도 못 참고서 퇴사 후의 이야기를 엮어 내느냐고 할 수도 있다. 위의 에피소드처럼, '아직도 아르바이트를 해..? 정규직으로 취업하는 것이 아니라...?'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통상적으로 다들 그렇게 산다고 해서 그게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개별적 존재이고, 그렇기 때문에 각자의 한계와 에너지 총량이 다를 수밖에 없다. 남이 시킨 일을 밤낮없이 하는 것이 아닌, '내'가 좋아하는 빵 그리고 그림과 함께 하는 삶은 남들이 보기엔 의아해보일지 몰라도 작가에겐 자기 속도에 맞는 삶을 산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의미있는 일이었을 것이다. 보다 행복하고 활기찬 삶을 살기 위한 첫 걸음을 뗀 것이니까.

 

그러나 퇴사 후에 마냥 행복으로 가득한 삶을 사는 건 아니였다. 인생은 늘 그렇듯 뜻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누가 말한 것처럼 회사도, 알바도 사회의 축소판이기에 다양한 사건과 사람을 마주하는 것은 필수불가결하다.

 

 

오전에 단팥빵 세 개를 사간 손님이 2시간 후 다시 찾아왔다.

 

"단팥빵 하나 먹었는데 배가 불러서 더 못 먹겠어요. 반품해주세요"

 

하... 세상에 참 별일도 많고, 별사람도 다 있다고는 하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빵집에서 반품은 제품에 문제가 있지 않은 이상 하지 않는 일이니 반품이 안 된다고 설명을 드렸는데도 불구하고 손님은 계속 반품을 해 달라고 졸라 댔다. 손님을 반품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가끔 손님에게 서비스 빵을 드렸는데 "이왕 줄 거면 이 빵 말고 다른 빵으로 주면 안 돼요?'라고 할 때가 있다.

 

처음에는 기분 좋은 마음을 담아 주었는데, 그 의도와는 다르게 상대방이 그런 반응을 보일 때마다 인류애는 바사삭 무너져 사라져버리고 만다.

 

 

어딜가나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재미있게 보여준다. 이처럼 책은 일상 속 크고 작은 에피소드들에서 공감을 자아내는 부분을 각색하여 독자로 하여금 웃음짓게 한다.

 

아르바이트 중의 이야기들을 죽 읽다보면, 신기할 만큼 작가가 통찰력과 표현력이 좋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만약 여전히 힘듦을 견디기만 하면서 회사 생활을 했다면, 이런 작가 자신의 강점을 발견할 수 있었을까? 책에서 나온 것처럼 가족과 같이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크게 느낄 수 있었을까? 하루하루 일만 하는 것이 아닌, 걱정이 되지만서도 미래를 차곡차곡 설계하며 자신의 속도대로 주체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었을까?

 

읽으면서 참 많은 공감을 했다. 한참 경제활동인구로서 살아가는 내 또래의 이야기였기에 내가 직접 살갗으로 느끼고 있는 것들이었고, 그로 인해 책을 읽으면서 더 많이 웃고 울었다.

 

 

어디로 가야 할까

 

'여기 때려 쳐도, 더 잘 살 수 있어!'

 

직장을 그만둘 땐, 누구보다 자신 있었다. 그런데, 지금도 그 자신감이 남아있는지 생각해 보면... 불안한 마음이 자신감을 꽤 많이 갉아 먹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지금 잘하고 있는 걸까...?'

'이렇게 알바만 하고 살아도 되는 걸까...?'

'이러려고 퇴사한 게 아니었는데...'

'미래의 나는 뭘 하고 있을까...?'

 

처음 알바를 시작했을 때에는 내 스스로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것 같아서 좋았다. 하지만 지금은 길이 없는데 무작정 걷고 있는 건 아닐까 계속 내 자신을 의심하게 된다. 걷고 있는 길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 아무도 모르니 그것이 인생을 사는 재미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불안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길 잘 찾는 내비게이션 들고 정해진 내 삶의 목적지를 찾아가는 거라면 좋을까?

 

세상에서 가장 빠른 동물인 치타와 가장 느린 동물인 나무늘보도 각자 자기만의 속도에 맞춰 살아가고 있는 거겠지. ' 나도 내 속도에 맞춰서 걸어가면 이 고민의 끝을 알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해 본다.

 

 

알바생이 아닌 직장인으로서 찐 사회생활을 하면 뭔가 좀 다를 줄 알았다.

 

소속감이 생기니 더이상 불안에 휩싸일 필요도 없고, 힘든 취준도 안녕이었으니 이제 나는 내게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며 커리어에 집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 몸에 딱 맞는 일이라고 생각하진 않았어도, 4년 동안 배운 것들을 실천할 수 있다는 것이 보람된다는 것을 잊지 말자고 다짐했다. 그러나 생각보다 사회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작가만큼은 아니지만, 취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나도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는 마음이 생길 정도로 힘들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고 하지만, 다니면 다닐수록 확신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내가 점점 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마음을 고쳐 먹어도 몇 일 가지 않았다.

 

마음의 문제가 어떤 이유에서 비롯되었을까 고민, 또 고민해보았다. 그리고 결론을 찾았다. 내가 내 시간을 주체적으로 사용하지 못해 일어난 일이었다. 회사에 다니다보면 계획한대로 업무를 처리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것이 업무시간에만 적용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주말에도 끊임없이 업무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 정작 나를 위한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서글펐다. 스트레스를 모조리 어디에다가 놓고서 푹 쉬다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디든 다 똑같다

 

나는 내 sns에 나처럼 빵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사연을 받아 주말마다 그림을 그려 주고 있다. 많은 사람과 같이 공감을 나누고자 시작한 일인데 사연이 꽤 많이 온다.

 

그런데 사연을 하나씩 읽다 보면 '와...진짜 별일이 다 생기는구나! 내가 일하면서 겪는 일은 별일도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사연과 비슷한 일이 실제로 나에게 일어나기도 하는데, 그 때마다 이런 생각이 든다.

 

'아... 어디든 똑같다...!'

 

 

웃기면서도 공감이 가는 대목이다. 생각해보면 아르바이트를 했을 땐 그 때의 고충이 있었다. 그러니 회사에서도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맞았다. 어딜 다니나 스트레스 받는 건 마찬가지지만, 기왕이면 내가 조금 더 나답게 빛날 수 있는 곳에서 일을 해야 한다는 사실은 변함 없다고 생각한다.

 

읽으면서,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자신의 속도 대로 천천히 가도 괜찮아!'라는 말이 그렇게 와닿을 수가 없었다. 같은 처지에 있던 사람이 행복을 찾아 떠난 이야기를 보면서 꿈을 꾸게 되었다. '그래, 나도 조만간 나의 템포대로 살면서 사회에서 빛을 받을 수 있겠지?' 하고 말이다.

 

사실 제목에 이끌려 보고싶다는 생각을 했고, 표지에 있는 그림도 무척 귀여워서 그저 그림 몇 컷과 짧은 문장들을 나열한 책이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주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접근했다. 예상대로 책은 위트있게 우리가 직면한 현실을 보여준다. 보여준다고 표현한 것은 웹툰 작기이기 때문에 글보다 귀여운 만화가 더욱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글로 풀어도 잔뜩 공감가는 이야기들인데, 하물며 귀여운 그림체로 얘기하는 이야기는 얼마나 재밌겠는가!


하지만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울림이 있는 책이었다. 현실적인 이야기들 사이로 철학적인 메세지들이 툭툭 오가는 것이 매력적이었다. 읽으면서 나도 현재 내 삶에 대해 성찰하며 자기객관화를 할 수 있었고, 또 위로도 무지하게 많이 받았다.


이 책은 그저 그런 에세이가 아니다.

 

작가 그리고 필자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 지지를 선사해준다. 수많은 사회초년생, 아니 초년생이 아닌 직장인들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주제를 재밌게 보여준다. '나'를 잃지 않기 위해 맞지 않는 사람들과 일을 뒤로한 채 내가 할 수 있는 걸 더 집중해서 하는 것이 오히려 용기있는 선택임을 알려준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평균속력을 유지하는 삶이 결코 실패한 삶이 아니라는 것, 충분히 의미있고 가치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제법 무더워진 날, 따뜻하고 위트있는 책과 함께 이번 주말은 쉬어 가면 어떨까?

 

 

[강윤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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