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절대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 - 책 '나를 지워줘'

글 입력 2022.04.15 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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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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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어떻게 글을 써야 하나 고민이 참 많았다. 분명 잘못된 가해자들에 대한 분노와 피해자들이 갖는 고통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아닌데도 글을 쓰는 게 조심스러웠다. 그만큼 이 내용은 조심스럽고 예민하게 다뤄야 할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디지털 장의사 모리는 불법 영상물로 고통받고 있는 리온의 일을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 속에서 이 사건으로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을 책 속 캐릭터들을 통해 이야기한다.

 

Sns가 발달하면서 나를 포함한 사람들은 자유롭게 자신이 나온 얼굴을 올리며 일상을 공유하고 있다. 하지만 얼굴을 도용하는 범죄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공간이 되기도 했다.

 

참 아이러니하다. 물론 내 자유에 의해 올린 사진이지만 그것을 불법적인 일에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 늘 이상하게 느껴졌다. 딥페이크 역시 얼굴이 알려진 수많은 여성 연예인들에게 광장히 위험한 기술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지금까지 가장 예민하게 봐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런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 나왔기에 결코 가벼운 마음으로 보지는 않았다. 몰카라는 범죄를 범죄라고 생각하지 않는 무분별한 시선들, 그 안에서 고통받는 피해자를 보는 것은 참 힘든 일이었다. 최근에 봤던 드라마 '소년심판'에서도 비슷한 에피소드가 있었다. 책 속 범죄는 학생들 대상으로 일어났지만 난 그런 가해자가 어리다는 이유로 넘어갈만한 일이 아니라 심각한 범죄였다.

 

그것들은 좀비였다. 좀비 하나를 죽여도 새로운 좀비는 그보다 빨리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원본 사진은 물론 딥페이크로 조작한 사진과 영상도 처음에는 몇 명만 내려받는다. 하지만 그들이 다른 곳에 그것들을 게시하면 몇 배로 늘어난 사람들이 내려받게 되는 것이다. 재이는 인터넷에서 자신의 얼굴을 완전히 지워 내지 못할 것 같았다. 그 아득함에 주먹으로 가슴을 내리쳤다. - 157쪽, 민재이_유포

 

수석이 말을 더듬으며 모리를 제지했다. 하지만 모리는 멈출 수 없었다. 진욱에게 사연이 있다고 해서 잘못이 저절로 용서되지는 않았다. 용서받아서는 안 된다. 모두가 납득할 만한 이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리온이 베란다에서 뛰어내린 순간을 되돌리지 못한다. - 175쪽, 강모리_추적

 

책 속에서 재이는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가해자였다. 그녀의 피해 사실이 안타깝지만 가해를 행한 것을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었다. 자기가 살겠다고 친구를 또 다른 고통으로 몰아넣은 것이 아닌가.

 

하지만 피해자인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는 걸 알기에 그저 재이만의 생존방식이 친구를 죽음에 가깝게 했다는 사실에 마음이 복잡했다. 또한 누군가는 단순히 재미로 장난으로 했을지도 모른다는 안일한 생각이 피해자를 고통으로 몰아넣는 것을 생각해서 너무나도 마음이 아팠다.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하는 경우는 소설이 아닌 현실에서도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왜 그 사람을 믿었니?' '왜 짧은 옷을 입고 밤늦게 돌아다녔니?' 등 피해자를 여러 번 죽이는 말들이 그동안 참 많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현실을 보면 절대 일어나선 안되는 일이 지금도 너무나 많이 일어나고 있다. 피해의 규모를 과연 따질 수 있을까? 나는 없다고 생각한다. 결코 일어나선 안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의 말처럼 실제는 훨씬 더 참혹하다는 것을 안다. 그렇기에 경각심 있게 바라봐야 하고 해결해야 할 일들도 참 많다고 느꼈다. 그리고 나 역시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이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김지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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