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출판] "일상 속 모퉁이에서 마주치는 작은 모험을 담으려 해요" - '린틴틴' 박진홍 편집장

글 입력 2022.04.14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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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小昭한 출판


오늘도 어딘가에서 책을 만들고, 누군가는 그 책을 읽습니다.

찾아보지 않으면 발견하기 어려운 출판 이야기,

작고(小) 빛나는(昭) 출판사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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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틴틴

 

'모험 전문 출판사'라고 소개한다. 2021년 피아노조율사의 경양식집 탐방기를 담은 『경양식집에서』를 펴내며 시작되었다. 지금까지 바이크 타는 여성 라이더 26명을 인터뷰한 『슈퍼 커브 생활』, 세계의 다양한 미트볼 요리법을 담은 『고기공』 등을 펴냈다. 

 

 

책은 저마다 이야기를 품고 있다. 책에 들어 있는 콘텐츠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책 한 권이 만들어지는 동안에 그 책을 둘러싼 이야기도 함께 만들어진다. 그냥 만들어지는 책은 없다. 책의 성격과 예비독자를 정하는 기획노트에서, 편집자와 저자가 주고받는 수많은 메일에서, 디자이너와 편집자 간에 오가는 대화 속에서 이야기는 계속 발생한다. 보통 이 이야기들은 책 뒤에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가끔은 독자에게까지 전달되곤 한다. 읽다가 문득, 이 책 참 품이 많이 들었겠다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경양식집에서』라는 책을 보고 린틴틴을 발견했을 때도 그런 생각을 했다. 오래된 경양식집을 찾아 다니는 20년차 피아노조율사의 이야기 자체도 흥미로웠지만 그러한 내용을 만화와 인터뷰를 통해 단조롭지 않게 엮어내고, 내용과 잘 어울리는 디자인으로 풀어낸 것도 인상적이었다. 통통 튀어나가는 듯한 출판사 로고와 ‘모험 전문 출판사’라는 소개글도 눈에 띄었다.

 

이 책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린틴틴이 꿈꾸는 모험은 무엇일까 궁금해하며, 지난 5일 린틴틴의 편집장 박진홍님을 만났다.

 

 

 

모험 전문 출판사, 린틴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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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자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린틴틴’이라는 출판사를 운영하며 책을 만드는 박진홍입니다.


‘린틴틴’은 무슨 뜻인가요?


원래 린틴틴(rintintin)은 옛날에 할리우드에서 활동했던 동물 배우 이름입니다. 셰퍼드예요. 저희는 ‘lintintin’인데, 더벅머리나 그런 털복숭이 삽사리(개)라는 뜻입니다. 별 의미 없이, 부를 때 경쾌한 팝 음악이나 옛날 하이틴 잡지 같은 느낌이 들어서 사명을 '린틴틴'으로 정했어요. 가능한 한 의미가 없는 것으로 지으려 했거든요. 부르기 좋고, 활기찬 느낌이 나면 그걸로 좋다고 생각했어요.


린틴틴은 어떻게 시작하게 된 출판사인가요?


원래 출판사 직원으로 일하며 잡지와 단행본을 만들긴 했지만 직장생활이다 보니 원치 않는 책을 만들어야 할 때도 많았어요. 설레는 일도 점점 줄어들었죠. 언젠가는 내가 원하는 책을 낼 수 있는 출판사를 만들자는 마음을 품고 있었어요. 준비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다 보니 생각보다 빨리, 갑자기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전에도 책을 만드셨다면 출판계에 계속 있으셨던 셈이네요. 지금은 린틴틴에만 집중하고 계신 건가요?


현재는 린틴틴에 집중하면서 편집 외주일이나 글 청탁도 받고 있습니다. 원래 1인출판은 다른 일을 병행하지 않는다면 꾸준히 책을 내야 유지가 되는데, 작년에 두 권밖에 못 내서요, 올해는 좀 더 부지런히 책을 내자고 마음먹고 일하는 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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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 전문 출판사’라는 수식어가 눈에 확 들어왔어요. 로고에서도 '모험 전문'이라는 느낌이 들었고요. 린틴틴은 어떤 모험을 하려 하나요?


모험은 낯설고 두렵기도 하지만 분명 설레는 마음을 불러일으키잖아요. 린틴틴에서는 살아 있는 책, 설레는 책을 만들고 싶어요. 그렇다고 엄청 거창한 걸 추구하는 건 아니고, 생활 속 모퉁이에서 마주치는 것을 다루려 해요. 그런 마음으로 시작했으니, 로고도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보통 작은 출판사들이 시작할 때 로고에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로고에도 린틴틴의 성격이 잘 담기기를 바랐어요. 경쾌한 팝음악처럼 통통 튀는 느낌이 들면 좋겠다 싶어서 디자이너분께 구체적으로 의뢰를 드렸고, 의도했던 대로 잘 나온 것 같아요.


린틴틴의 책을 돋보이게 하는 데 디자인도 한몫한다고 생각합니다. 디자인은 누가 하시나요?


매번 다른 분께 맡기고 있습니다. 디자이너에 따라 사진을 잘 만지는 분이 있는가 하면 타이포그라피를 특히 잘하시는 분도 있거든요. 각자 다른 장점이 있고 특징이 뚜렷하기 때문에 책의 성격에 맞게 그때그때 적절한 분께 의뢰를 드립니다. 한 분이 맡아서 계속 하신다면 안정적이긴 하지만 새로운 시도가 필요할 때는 막히기도 하니까요.

 

 


“살아있는 책을 만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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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린틴틴을 알게 된 건 『경양식집에서』를 읽고 나서예요. 책의 구성이나 만듦새가 린틴틴이라는 통통 튀는 이름과 잘 어울렸어요. 피아노조율사인 저자가 전국을 다니며 오래된 경양식집을 방문한다는 콘셉트도 신선했고요. 이 책은 어떻게 기획하게 되신 건가요?


이 얘기를 하려면 작가님의 첫 책인 『중국집』 얘기부터 해야 할 것 같아요. 예전 직장에 다닐 때 텔레비전을 보다가 우연히 작가님을 알게 되었어요. 피아노조율사가 맛집을 찾아다니는 내용으로, 방송 자체는 맛집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어요. 근데 저는 피아노조율사라는 직업이 먼저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흔치 않은 직업이다 보니 그 세계를 좀 더 알고 싶었거든요. 출장을 갈 때마다 그 지역의 맛집을 찾아다닌다는 내용이 피아노조율사라는 직업에 관한 내용과 어우러지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마침 당시 회사에서 새 단행본을 기획하던 시기여서 제가 작가님께 연락을 드리고, 만화가인 이윤희 님도 합류하게 되면서 『중국집』이 탄생했어요. 그때 인연으로 작가님의 두 번째 책이자 린틴틴의 첫 번째 책인 『경양식집에서』도 함께 만들게 되었습니다.


왜 경양식집이었나요?


첫 번째 책이 중식이었다면 두 번째 책은 분식과 경양식이 후보로 올라왔어요. 논의를 하다가 경양식만의 독특한 매력을 발견했죠. 레트로가 유행하는 시대에 경양식이 요즘 젊은 세대에게는 조금 특이한 문화로, 이전 세대에게는 추억으로 다가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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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구성이 독특했어요. 글과 사진과 만화, 그리고 인터뷰까지 함께 들어 있잖아요. 페이지 숫자를 표기하는 것이나 도비라(속표지)에도 신경을 많이 쓴 티가 났고요.


다양한 요소가 엮인 책을 만들고 싶었어요. 사진과 글은 일반적인 맛집 기행 책이라면 다 있는 요소니까, 여기에 만화와 인터뷰가 추가된다면 독자 입장에서 좀 더 리듬감 있게 책을 읽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경양식집에서』를 만들며 아쉬웠던 일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작가님의 첫 책인 『중국집』이 꽤 잘된 편이었는데 저는 성향상 한 번 잘됐다고 다음 책을 똑같이 만드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경양식집에서』는 『중국집』과 차이를 두기 위해 인터뷰를 추가하기로 했어요. 식당에 찾아가면 음식만큼이나 그걸 만드는 사람에 대해서도 궁금해지잖아요. 오래된 식당에는 그 식당 주인의 삶이 담겨 있기도 하고요. 독자들에게 음식 너머에 있는 사람의 목소리도 전달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시간도 여의치 않았고 거절도 많이 당해서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는 인터뷰 비중이 줄게 되었어요. 거절하신 이유가 의외였어요. 경양식집은 고정 손님만 있는 경우가 많아서 오랫동안 사장님 혼자 또는 사장님 부부가 운영하는 일이 많은데, 그런 분들은 주목받고 갑자기 손님이 늘어나는 걸 원치 않으시더라고요. 책에 나온 경양식집 중에서도 저는 '서울역그릴'에 계신 웨이터분들과 꼭 인터뷰를 해보고 싶었어요. 다른 가게와 달리 거기는 웨이터분들도 20년 이상 일하신 분들이 많았거든요. 그런데 결국 인터뷰를 못 했고, 최근에 코로나19의 여파로 식당은 문을 닫았어요. 그게 정말 아쉬운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럼 『경양식집에서』를 만들며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경양식집은 오래된 곳이 많다 보니 가게 인테리어에도 역사가 담겨 있곤 해요. 기성품을 사용하는 요즘과 달리 옛날에는 식탁 매트나 맥주 홀더 같은 걸 일일이 제작을 맡겼거든요. 가게마다 다 달라서 그걸 보는 재미가 있었어요. 한 경양식집에서는 그때그때 외국 잡지에서 본 좋은 사진을 코팅을 해서 식탁 매트로 쓰고 있었는데, 인상적이었어요.


『경양식집에서』뿐만이 아니라 최근에 나온 『고기공』, 『슈퍼 커브 생활』 같은 책도 신선하고 독특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책을 기획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게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는 ‘지금’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지금 우리가 즐기고, 흥미로운 얘기가 담긴 책, 살아 있다는 느낌을 주는 생생한 책을 만들려 합니다. 실제로 독자분들이 그렇게 느낄지는 모르겠네요(웃음). 그런 느낌을 위해 표지 색감도 일부러 쨍하고 선명한 색을 쓰는 편이에요. 지금까지 나온 책들은 모두 제가 구상한 시리즈 각각의 첫 번째 책에 해당되기 때문에 각 책끼리 결도 다르고 좀 어수선한 느낌이 있는데요, 시리즈를 이어 나가다 보면 좀 더 정리가 될 것 같아요.

 

 


"린틴틴의 강점은 성공한 책을 따라 하지 않고,

하고 싶은 걸 해나가는 데 있는 것 같아요"


 

아까 텔레비전을 보다가 저자를 발견하셨다는 얘기가 재미있었어요. 평소에 어떻게 저자를 발견하고 섭외를 하시나요?


일반적인 방식과는 다르게 저희는 시장조사를 웬만하면 안 해요. 시장조사를 하면 이미 크게 성공한 책과 비슷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보면 작은 출판사 입장에서는 결국 비슷한 책을 더 불리한 상황에서 내는 상황이 되곤 해요. 린틴틴의 강점이 있다면 잘된 걸 따라 하지 않고, 하고 싶은 걸 해나가는 데 있는 것 같아요. 유명하든 유명하지 않든 린틴틴의 성격에 맞는 저자를 찾으려 노력합니다. 그렇게 발견한 저자 분께는 망설이지 않고 진심으로, 정중하게 연락 드려 봅니다.


출판을 하며 보람 있는 순간이 있다면 언제인가요?


첫 번째는 책이 최종적으로 실수 없이 안전하게 나왔을 때고, 두 번째는 독자들의 반응이 활발할 때예요. 세 번째는 좀 개인적인 건데, 같은 업계 분들이 제가 만든 책을 좋아해주시면 뿌듯하더라고요. 책의 소소한 차이점을 잘 알아보시는 분들이니까요. 『중국집』과 『경양식집에서』는 편집자나 디자이너분들이 좋아해주셔서 기뻤습니다.


편집장님께 출판이란 무엇인가요?


요즘 세상에서는 출판도 콘텐츠 사업의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책을 만들고 있지만 책 안에만 갇혀 있으려고 하진 않아요. 책이 영화나 드라마 다른 분야로도 나아갈 수 있으니까요. 『경양식집에서』 같은 경우 피아노조율사가 출장을 가서 뭔가를 먹는다는 콘셉트로 드라마화가 예정되어 있어요. 그래서 저는 출판이라는 거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아요. 다만 책을 만드는 동안에는 할 수 있는 한 멋있게 만들고 싶다는 욕구가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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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틴틴은 어떤 출판사로 기억되고 싶나요?


앞서 얘기한 것과 비슷한 맥락인데요, 지금 이 순간 늘 움직이는 출판사, 재미있는 걸 만드는 출판사였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하루아침에 되는 건 아니고. 앞으로 꾸준히 린틴틴의 개성이 살아 있는 책들을 만들어가야 할 것 같아요.


앞으로 나올 린틴틴의 책들을 소개해주세요.


이번 달에는 크레이그 라이스의 『세 시에 멈춘 여덟 개의 시계』가 ‘틴 하드’ 시리즈의 두 번째 책으로 출간될 예정이에요. 저자인 크레이그 라이스는 하드보일드 장르에 여성 작가가 드물던 1930~40년대에 활동했던 작가로, 굉장히 멋있는 분이에요. 이번에 나오는 책은 이 작가의 데뷔작인데, 하드보일드를 바탕으로 유머가 살아있는 게 특징이에요. 진지한 탐정이 아니라 주정뱅이 탐정들이 등장해 술을 마셔가며 진실을 찾아가는 이야기죠. ‘하드보일드’ 하면 남성 위주고 여성은 팜므파탈이나 소품처럼 쓰인다는 인식이 강한데, 오래된 장르인 만큼 내부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있었고 많은 변화를 겪기도 했어요. 이 소설에서 그런 변화를 찾아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5월에는 '우리나라 코미디언 인명사전' 중 첫 번째 책이 나올 거예요. 1권에는 1세대 코미디언인 구봉서, 서영춘 등을 담았어요. 코미디언 인명사전은 영화평론가 네 분이 저자로 참여하시는 프로젝트로, 1세대부터 시작해 최근에 이르기까지 여러 코미디언의 이야기를 담을 예정입니다.


6월에는 ‘사각사각’이라는 에세이 시리즈 중 첫 번째 책이 나올 예정이에요. 우리 곁에 조금 더 잘 들렸으면 하는 소리들, 이야기들을 담는 시리즈로, 지금 두 번째 책까지는 기획이 되어 있어요.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준비된 질문은 여기까지입니다. 마지막으로 하고픈 말씀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처음이라 너무 두서없이 얘기한 거 같은데 재미있었어요. 저는 회사 다닐 때도 하기 싫은 책을 만들어왔는데, 내 것을 차리고도 그러고 싶진 않아요. 재밌는 걸 하고, 원하는 책을 내고 싶어요. 다만 좋은 책을 내는 작은 출판사들이 기존의 시장 시스템에서 고생하다가 없어지는 걸 볼 때면 안타깝죠. 그래서 출판계에도 다양성이 좀 더 확보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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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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