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는 모순적인 존재다 [사람]

이런 내가 싫으면서도 좋다
글 입력 2022.04.14 14:46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대학에 온 후 '나'라는 사람에 대해 돌아보고 생각해볼 기회가 많아졌다. 주어진 과제를 해내고 정해진 삶의 굴레에 맞추어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던 예전과 달리, 과분한 자유의 시간들이 주어졌다. 그 자유를 만끽했던 방법 중 하나는, '생각하기'였다. 생각의 주제는 자연스레 '나'라는 존재로 흘러갔고, 나는 참 모순적인 인간임을 깨달았다.

 

 

[크기변환][포맷변환]대학.jpg

 

 

나는 집 안에서 취미 생활을 즐기길 좋아하고, 좁고 깊은 관계를 추구한다. 대부분 가족이나 매우 친한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편이다. 이런 생활이 편했고 나와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고등학생의 나와 지금의 내가 별반 다르지 않다고 느꼈고, 매일 사람들과 술을 마시며 놀러 다니는 친구를 보며 '어, 나도 대학생인데 저렇게 살아야 하는 건가?'라고 생각했다. 약간의 외로움도 느꼈던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대학생활'의 이미지를 떠올려 보면, 도서관이나 과방에서 밤을 새며 공부하고 새벽까지 사람들과 술을 마시는, 왁자지껄하고 단체적인 그런 느낌이다. 소위 '잘 논다'는 말 또한 넓은 인간관계를 가지고 자주 여행을 다니거나 술을 많이 마시는 등의 이미지를 떠오르게 한다. 삶에서 한 번밖에 없는 대학 생활을 후회없이 보내고 싶지 않았기에, 사람들이 정해놓은 '잘 논다'는 기준을 벗어나면 안된다는 압박감을 느꼈던 것 같다.

 

그래서 뒤처지고 싶지 않은 마음에 잘 맞지 않는 사람들과의 모임에 나가기도 했고, 잘 마시지도 못하는 술을 막차가 끊길 때까지 마셔보기도 했다. 그렇게 사람들과 하하호호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재밌고 소속감도 느껴졌다. 그러나 집에 오면 항상 기가 빨리는 느낌이 들었고,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나를 잃어버리는 느낌이 들었다. 어차피 평생 인연으로는 이어지지 않을, 대학생 때만 잠깐 친했다가 전부 흩어질 관계를 위해 나의 시간과 돈을 써야 하나라는 이기적인 생각도 잠깐 했다. 나를 잘 모르는, 친하지 않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별로 재미있지 않는 농담에도 억지로 웃었고 계속 나를 꾸미게 되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이 드는 동시에, 이런 경험은 대학생 때만 할 수 있는 거니까 의미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어쩌면 지금 함께 하는 사람들이 참 좋은 사람들이었다는 걸 뒤늦게 깨닫게 되면 어떡하지. 이런 생활을 하지 않는다면 대학에서 정말 좋은 사람을 만나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두려움도 느꼈다.

 

대학에서도 인생 친구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는 기대감, 친하지 않은 사람들과의 피상적인 대화에서 오는 무력감. 소위 말하는 '잘 노는 대학생'이 되고 싶고 어딘가에 소속되고 싶다는 욕구, '잘' 논다는 건 결국 내게 맞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닐까 하는 희망. 이 모든 모순적인 감정들이 이리저리 뒤섞여 내가 서있는 자리를 모호하게 만든다.

 

 

[크기변환][포맷변환]꿈.jpg

 

 

대학이라는 공간을 넘어 나의 삶 전반에서도 이런 모순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나는 완벽주의적 성향이 강한 사람이다. 잘 해내지 못할 것 같으면 시작조차 하지 않는다. 그리고 모든 것과 모든 순간에서 의미를 찾아 낸다. 이런 성격 때문인지, 항상 잘 하고 싶어 하고 의미 있는 시간들만을 보내고 싶어 한다. 그래서 의미 있는 성취를 하지 못하면 부질 없는 시간을 보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사실 내가 인지하지 못했을 뿐, 정말 많은 것들을 얻었는데도 말이다.

 

예전부터 걱정하고 조급한 마음으로 살아왔던 것 같은데, 지금 생각해보니 좀 더 쉽게 살걸, 너무 걱정하지 말걸 이라는 후회가 들었다. 이렇게 피곤하게 사는 내가 싫어서, 의미를 찾아내는 데 집중하지 말고 너무 많은 생각하지 말자고 다짐하며 시간을 보내본 적이 있었다. 그렇게 사니까 마음이 편하긴 한데 살아가는 낙이 없었고 내가 나로서 인생을 살아가는 게 맞는지 회의감이 들었다. 잘 살고 싶고 후회하기 싫다는 압박감, 그렇게 계속 걱정하고 조급해하는 나에 대한 환멸을 함께 느꼈다.

  

이런 모순들을 부정적인 것들로 받아들이고 이겨내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모든 이가 양가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음을 이해하고 이런 나도 받아들여야 하는 건지. 나만 이런 건지, 다른 사람들도 전부 나와 같은 감정을 느끼는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이렇게 생각이 많은 내가 버거울 때도 있지만, 끊임없는 사유를 통해 자신을 알아가고 세상을 받아들이는 내가 좋기도 하다.

 

 

[최지우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5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