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카페 안에 담긴 '철' [공간]

공간의 특색을 담아낸 테라로사 포스코센터점
글 입력 2022.04.08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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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프랜차이즈 가게를 자주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알고 있는 맛, 실패할 수 없는 보장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언제 어느 곳을 가도 똑같은 상품과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 프랜차이즈의 장점이자 그들의 생존 법칙이다.


하지만 여기, 같은 브랜드이지만 색다른 컨셉을 보여주는 매장이 있다. 바로 카페 테라로사 포스코센터점.


테라로사는 강릉에 본점을 두고 있는 체인점으로, 스페셜티를 중점적으로 파는 카페다. 사람들에게는 '강릉에 있는 엄청나게 큰 커피공장'으로 유명해 매일 수많은 손님이 찾아와 줄을 선다고.


이런 테라로사는 전국에 10개가 넘는 수의 체인점을 운영 중인데, 나는 그중 포스코센터점을 방문했다. 이곳은 지점 이름대로, 선릉역에 있는 포스코 본사 건물 1층에 자리 잡고 있다. 이 카페가 특별한 이유는, 장소가 몸담은 기업의 특성을 뚜렷이 감싸 안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대표 철강업체로 불리는 포스코답게, 테라로사 포스코센터점은 묵직하고 단단한 '철'과 같은 느낌이 있다.

 

 

 

철이 있지만, 따뜻한 웅장함을 품은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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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찍하고 층높이가 높은 공간이 짙은 검은색으로 둘려있어 어딘가 모르게 웅장하고 깊이 있어 보인다. 천장은 끊어짐 없는 긴-일직선의 무늬가 곧게 이어져 있고, 테이블과 의자도 각지고 차가운 느낌의 철 소재가 많다.

 

굉장히 낡아 보이는 빈티지 테이블이 이렇게 잘 멋들어져 보일 수가 없었다. 1층과 2층 사이의 계단은 아주 널따란데, 계단과 난간 모두 검은 철제로 이루어져 있어 컨셉의 통일성이 두드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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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 한구석에는 포스코 직원들이 쓰고 있을 것만 같은 현장 안전모가 소품처럼 놓여있다. 빨강 주황 노랑, 알록달록한 색깔 덕에 작은 부피에도 존재감이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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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2층 한쪽에는 Steel Gallery라 하여 포스코의 철강제품을 쉽게 구경할 수 있는 전시장도 있었다. 현재는 코로나 19로 인해 임시폐쇄 중이라 아쉬웠지만, 카페 내에 회사 갤러리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새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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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치되어있는 것만 보면, 차갑고 딱딱한 아이템들로 이루어져 있어 오래 있기엔 불편한 카페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서브 컬러로 따뜻한 우드톤을 활용해, 냉한 느낌을 보완해주고 있다. 철제의자와 같이 얄상한 태는 같지만, 부분부분 우드 컬러 의자들이 놓여있다. 거의 모든 테이블 위에는 각각의 조명이 환하게 켜져 있고, 이 역시 은은한 노란빛이 돌아 따스한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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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포스코센터점이 웅장하면서도 따뜻해 보이는 데에는 큰 이유가 따로 있다. 바로 1만 여권의 서적들. 이곳은 북카페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1층 벽면이 책으로 가득 차 있다. 한눈에 담을 수 없을 정도로 긴 벽면이 빼곡하게 책으로 둘러져 있어 언뜻 보면 서점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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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중 일부는 정말 사람들에게 읽힌 흔적이 너덜너덜하게 남아 있어 빈티지함이 물씬 느껴진다. 여러 종류의 서적이 있는 만큼, 알록달록한 색감이 많아 자칫 우중충해 보일 수도 있는 카페의 색감을 확 올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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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들은 포스코에서 보유하고 있는 책이라고 한다. 원래 북카페가 아닌 테라로사가 책을 잔뜩 껴안아 손님을 맞이하는 형태가 참 보기 좋았다. 테라로사가 가지고 있는 고품질의 상품과 서비스는 유지하되, 자리 잡고 있는 장소에 따라 변화를 꾀해, 색다른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는 것이.

 

 

 

마시고, 휴식하는 카페의 본질에 충실하다


 

'포스코'의 특색을 담아냈다는 부분 외에, 순전히 이 카페만의 매력 포인트도 많다. 우선 카페에 와있음을 흠뻑 즐길 수 있는 '바'자리다. 테라로사는 주문, 음료제조, 디저트 준비까지 모두 기다란 한 테이블 안에서 이루어진다. 그래서 유난히 폭이 좁고 길이는 긴 바가 특징적인데, 그 뒤편을 고객들이 앉을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 놓았다. 그곳에 앉으면 앞으로는 커피를 내리고 있는 바리스타들로, 뒤에는 천장까지 쌓여있는 책들 사이에 껴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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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은한 커피 향과 커피를 내리는 소리, 그리고 보기만 해도 마음이 든든해지는 책들에 둘러싸여 있게 되니 생생한 북카페 한가운데에 있는 기분이다. 혼자 오는 손님들이 앉기에 더욱 최적화된 공간이다.

 

또 다른 점은, 전체적으로 테이블이 아주 크고 간격이 넓다는 것이다. 큰 카페가 가질 수 있는 최대 장점이 아닌가 싶다. 빼곡히 들어찬 테이블과 사람들의 모습이 아니라, 여백이 주는 안정감과 시원함. 이 느낌은 휴식을 취하는 카페에서 가장 근본적으로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또한, 서울 한복판에 있는 만큼, 작업을 위해 노트북을 들고 오는 손님들이 많은데, 이를 고려한 점인지 구석구석 콘센트도 많았다. 넓은 자리, 넓은 간격, 든든한 전깃줄. 최고의 작업 장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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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혼자 있기 좋은 자리가 많은 데, 동시에 미팅이나 수다를 떨기에 좋은 큼지막한 자리도 많다는 게 장점이다. 실제로 회사 근처라 그런지 공적인 대화를 나누는 손님들을 여럿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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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좋았던 점은 커피와 디저트 라인이다. 뭐니뭐니해도 카페는 결국 맛있는 게 최고다. 테라로사는 스페셜티에 강점을 둔 만큼 핸드드립 커피 메뉴가 가장 많았고 나머지 메뉴도 커피가 대부분이다. 그 외의 음료는 주스와 티를 제공하고 있는데 나는 이렇게 선택과 집중으로 깔끔한 메뉴를 제공하는 곳을 좋아한다. 결정하는 데에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이라 그런지, 자신 있는 메뉴 몇 가지를 확실하게 보여하는 가게가 때때로 편안하다.


디저트 라인이 마음에 들었던 이유는 반대다. 케이크, 파이, 쿠키, 파운드 케이크 등 다양하게 팔고 있었다. 카페에서 먹는 디저트는 사람마다 목적이 매우 다른 것 같다. 커피만 마시기는 아쉬워서, 살짝 출출해서, 끼니를 대신해서. 목적도 다른데 취향도 너무나 갈리는 게 디저트이다 보니 다양하게 준비된 디저트 진열장이 반가웠다.

 

뭣보다 다년간의 카페경험으로 보았을 때, 어느 메뉴 하나도 퀄리티가 부족한 게 없어 보였던 게 인상적이다. 보통 케이크가 주력이면 나머지는 구색을 갖춰 떼어온 느낌인데, 테라로사는 언뜻 보기에도 알차고 값을 할 것 같은 품질이었다. 이번 방문 때는 치즈 케이크 하나만 먹어봤지만, 꼭 재방문해서 다른 것을 먹어보고 싶은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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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점마다 다른 컨셉으로 매장을 꾸민다는 테라로사의 전략은 아주 성공적인 것 같다. 언제 어디서나 고객에게 같은 만족도를 줘야 한다고 해서, '같은 경험'만 주는 것은 발길을 머물게 할 수 없다.  그저 트렌드를 좇아 꾸민 컨셉이 아니라, 테라로사가 자리하고 있는 지역의 특색을 채워 만든 새로운 경험. 이것이 테라로사만의 매력이 되어 성공의 길을 만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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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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