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선택의 무게

선택에는 무게가 있다는 걸 알았더라면
글 입력 2022.04.02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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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뭐 먹지? 하는 매일 반복되는 고민과 선택. 일주일에 몇 번을 반복해도 프로가 되지 못하고 매번 초보의 자세와 마음으로 생각한다. 매일 끼니를 챙기고 살고 배도 고픈데 생각나는 게 없어서 매번 수많은 선택지 앞에서 갈대가 된다.

 

그래도 내일 뭐 먹지? 내일 뭐 입지? 하는 고민은 수 백 번이고 수 천 번이고 언제든, 언제까지나 할 수 있다. 선택에 무게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배고픈데 비싸고 맛없는 걸 먹는다면야 기분은 상하지만, 그래도 식욕이란 기본적인 욕구는 충족시켰으니 완전 실패는 아니다.

 

*

 

예체능을 하는 몇몇을 제외하고 빠르면 중3 때 본인의 진로를 결정한다. 누군가는 특성화고에 진학해서 이른 취업으로 방향을 잡고 누군가는 남들 하는 대로 수능을 준비한다. 열아홉에 끝과 스물의 시작에서 누군가는 재도전을 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차선을 택하기도 한다. 거의 처음으로 하는 큰 결정이라 이게 맞는 건지 확신이 없지만, 눈 앞에 놓인 건 해답 없는 선택지이기 때문에 무언가를 선택해야만 한다.

 

대학을 졸업할 때가 되면 거의 모든 학우들이 취업을 준비한다. 이 직무를 선택한 게 맞는지 모르지만 선배들이 이쪽 방향으로 나가니까 따라서 자격증을 하나씩 따면서 남이 걸은 길을 따른다. 누가 먼저 걸어간 길을 뒤따라 걷기만 하면 좋을텐데 매순간이 갈림길이다.

 

남들은 저마다 방향을 정해서 회사로 들어가는데 나만 계속 갈림길만 지나치게 되면 마음이 급해져서 다음 번 갈래길에서 방향을 정해야 한다는 조급증에 시달리기도 한다. 그렇게 불안한 선택을 하다보면, 눈앞에 반복해서 나타나는 갈림길에 익숙해지면 차츰 선택의 무게를 경험하게 된다.

 

*

 

어느 순간부터 남들의 뒤를 따라갈 수 없게 된다. 크고 작은 나만의 선택으로 방향을 정했기 때문에 내가 걸어온 길은 온전히 내 것이 되었고, 그 길이 앞으로의 방향을 미리 결정하는 상황도 생긴다. 과거의 선택이 미래의 방향이 된다. 내 인생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걸 선택을 통해 깨닫는다.

 

어릴 땐 어리니까 어른이 만들어둔 시스템 속에서 안전하게 성장만 하면 됐다. 또래와 사회화가 필요한 시기에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가고, 학교를 다니기 시작하면서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것들을 배운다. 남들과 같은 나이에 같은 장소에서 같은 걸 습득한다. 학생이든 학교밖 청소년이든 대체로 성인이 되기 위한 과정으로 ‘학력 인정’이란 과정을 거친다. 그렇게 정해진 대로 살아가기만 하다가 덜컥, 선택하는 상황에 내몰린다.

 

*

 

왜 선택의 무게는 경험으로 체득하게 되는 걸까.

 

살다보면 누가 알려주지 않고 혼자 부딪히고 깨져가면서 배우게 되는 것들이 있는데, 나는 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미래까지 가늠하며 선택해야 하는 일이 많이 힘들었다. 어떤 결과를 낳을지 알 수 없어서 불안하고, 시간이 지나고 틀린 선택이 될까봐 잠 못 이루는 밤이 이어졌다. 미래의 나를 미리 내어 쓰는 바람에 혹독하게 값을 치르게 될까봐. 그게 많이 무서웠다.

 

나를 뒤흔드는 선택의 순간은 늘 예고 없이 불쑥 찾아온다. 그럴 때면 가족과 친구들에게 조언을 구한다. 어디에도 답은 없지만, 나를 오랜 시간 지켜본 사람들은 내가 견뎌낼 수 있는 상황을 재어보고 의견을 제시한다. 내가 어떤 선택을 하든 나를 변함없이 지지해줄 사람들. 버거운 선택의 무게에서 내가 찾은 대피소는 그것이었다. 흔들리는 나를 단단하게 붙잡아줄, 견뎌낼 수 있도록 힘을 주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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