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llage를 따라서] 곡선적인 우아함, 샌달우드(Sandalwood)

샌달우드 향에 관하여
글 입력 2022.04.01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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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이 살면서 소비하고 접하는 향은 무궁무진하다. 그럼에도 각각의 향들은 여러 개의 큰 덩어리로 분류할 수 있는데, 이때 가장 큰 덩어리는 분명 ‘플로럴(Floral)’일 것이다. 플로럴은 향의 주제를 담고 있는 미들 노트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렇다면 향의 마무리, 즉 베이스 노트의 큰 덩어리는 무엇일까? 아마 머스크(Musk)와 우디(Woody)일 것이다. 거의 모든 향수의 베이스 노트에는 이 두가지 중 하나 혹은 둘 다가 들어있다. 오늘은 그 중 우디에 해당하는 ‘샌달우드’에 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우선 우디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이미지와 향이 떠오를까? 이름 그대로 나무 혹은 숲이 떠오를 것이다. 그렇다면 향은 어떨까? 누군가는 연필을 깎을 때 나는 향을 떠올릴 수도 있고 누군가는 뜨거운 사우나 증기에 퍼져오는 편백향을 상상할 수도 있다. 어떤 상황을 떠올리던 상상 속의 나무향은 대게 건조하고 조금은 퍼석한 향일 것이다.

 

요즘에야 향에 있어서 성별의 구분을 짓지 않는 것이 트렌드이지만 과거에 우디향은 거의 남성향에 쓰였을 만큼 거칠고 직선적인 이미지를 주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모든 우디향이 그런 이미지를 주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샌달우드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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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달우드는 일명 백단향으로 불리는 나무의 종류로 이름처럼 밝은색을 지니고 있다. 아주 오래전부터 샌달우드는 독특한 향 때문에 다양한 용도로 쓰여왔다. 언제부터 사용되었는지 정확한 시기를 알 수는 없지만 약 4000년 전부터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초기의 샌달우드는 거의 종교적인 목적으로 사용되었다. 이집트에서는 미이라의 방부처리를 하는데 이용했으며 아시아 지역에서는 절과 사원 등을 지을 때 샌달우드를 이용했다고 한다. 제사나 의식을 치룰 때 하늘과의 매개체 역할로서 이용되기도 했다.

 

의외로 향수하면 떠오르는 유럽에는 늦게 소개되었는데, 본격적으로 몸을 치장하는 ‘향수’의 재료로써 쓰이기 시작한 건 19세기쯤이었다. 실제로 샌달우드의 원산지는 인도인데 그 때문인지 아직도 유럽 지역에서는 샌달우드에서 동양적 사원의 이미지를 떠올리곤 한다.

 

천연향료들은 같은 품종이더라도 재배되는 지역에 따라 유의미한 향취의 차이를 보인다. 지역마다 토질과 기후가 같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흔히 와인에서 ‘떼루아(포도 생산에 영향을 주는 기후, 토양, 미네랄 등의 조건)’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샌달우드가 가장 유명한 지역은 원산지인 인도이다. 인도의 샌달우드는 풍부하고 섬세한 향으로 최상급 향료 중 하나로 여겨진다. 그러나 현재 인도는 정부 차원의 엄격한 규제 아래에서 샌달우드를 채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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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달우드는 특이하게도 기생 식물이다. 샌달우드 자체만으로 존재할 수 없고 다른 식물의 뿌리에 기생해야만 영양분을 빨아들일 수 있다. 이렇게 결합된 뿌리는 약 30년은 자라야 향료로써 가치를 지닌 나무로 탄생하게 된다.

 

또한 향기 물질이 주로 뿌리와 심재에 있기 때문에 향을 채취하기 위해서는 나무를 통째로 뽑아내야 한다. 45리터의 향료를 위해서는 약 1톤의 샌달우드를 요하는데, 폭발적 수요를 감당하기에 충분치 않은 공급에 샌달우드를 보호하기 위해서 엄격한 규제를 시행하는 것이다.

 

원래 샌달우드는 ‘Santalum album’이라는 특정 종을 의미하는데 최근엔 공급의 부족으로 Santalum 속에 속하는 종들이 샌달우드라는 이름으로 거래되기도 한다. 또한 샌달우드 향을 내는 다양한 합성향료들이 개발되어 값비싼 천연향료를 대체하고 있다.

 

그래서 도대체 샌달우드는 어떤 향일까? 다른 우디향들이 거칠고 직선적이라 한다면 샌달우드는 부드럽고 곡선적이다. 향이 마치 둥근 포물선을 그리듯 코 끝을 맴돈다. 샌달우드의 가장 큰 특징이 바로 부드러움이다. 나무 특유의 건조한 심지같은 향도 분명 지니고 있지만, 거친 단면이 아닌 매끄럽고 반질반질한 표면이 떠오른다.

 

샌달우드의 핵심을 잘 설명하는 한 단어를 꼽자면 우유스러운 밀키(milky)함이다. 나무를 설명하다가 도대체 왜 우유가 나오는지 의아할지도 모른다. 실제로 우유향이 난다기보다는 마치 우유를 탄듯한 부드러움이라 이해하면 된다.

 

샌달우드가 들어간 향은 부드럽고 따뜻해져서 살결과 잘 어우러진다. 약간의 동물적인 가죽 향도 느껴지는데 이때 가죽도 거친 날 것이 아닌 부드럽게 연마된 스웨이드 느낌의 향이 난다. 시원한 나무, 입자 고운 파우더, 부드러운 크림, 스웨이드 가죽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향이 느껴지는 샌달우드는 그만큼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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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하고 부드러운 샌달우드는 상대적으로 다른 우디들에 비해 여성 향에 많이 쓰인다. 베이스노트에 쓰이는 만큼 강렬하게 공간을 지배하는 향은 아니지만 천천히 자신만의 영역을 구성한다. 그만큼 강한 지속력을 가지고 있고 향의 분위기와 질감에 전체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여성을 타겟으로 한 향에 샌달우드가 들어가면 약간의 우디함을 넣음과 동시에 향이 둥글게 퍼지는 효과를 만들어낸다. 만약 거친 나무향이 조금 부담스럽다면 우아한 샌달우드가 아주 훌륭한 대안이 되어 줄 것이다.

 

 

[김유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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