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코로나 블루가 찾아오다

나에게도 찾아온 코로나 19와 우울감
글 입력 2022.04.01 13:48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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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증상과 후유증


  

3월 12일, 나는 코로나에 확진되었다. 아빠께서 확진되신 후 2주가 지난 시점이었다. 이미 가족들이 모두 확진된 상태여서 곧 나도 걸릴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증상이 없어서 괜찮을 줄 알았다. 그러나,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11일 아침에 일어났을 때 그 전날부터 있던 두통이 나아지지 않았고, 미열 또한 살짝 있었다. 기관지 쪽이 조금 둔감해졌다는 게 느껴지기도 했다. 집에 있던 자가 키트를 활용해 검사한 결과, 선명하게 두 줄이 떴다. 한달음에 선별 진료소로 달려가 pcr 검사를 받았고, 결국 그다음 날인 12일에 확실한 양성 판정이 나왔다.

 

오미크론의 증상은 다양했다. 첫날, 둘째 날에는 두통미열이 있어 해열제를 먹고 거의 잠만 잤다. 그러다가 새벽에 목이 누가 유리조각으로 긁는 것 같이 아파서 깼다. 아파서 잠이 깬 적은 오랜만이었는데, 목이 너무 따가워서 괴로웠다. 따뜻하거나 미온의 물을 많이 마시는 게 도움이 됐다. 그리고 조금 지나니 증상이 또 변화했다. 코가 막히기 시작한 것이다. 잠들기가 힘들 정도여서 몇 번씩 일어났다가 깨기도 했다.

 

그리고 이상한 게 낮에 그렇게 잠이 쏟아졌다. 잠을 못 잔 사람처럼 낮잠을 2-3시간씩 잤던 것 같다. 이후엔 콧물이 기관지로 넘어가면서 기침을 시작했는데 제대로 뱉어낼 수가 없어서 많이 답답했다. 이비인후과에 있는 기계로 콧물을 좀 빼줬으면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기침을 하고 나면 기관지 쪽이 허해지면서 아프다. 기운이 빠지고 미각과 후각이 둔해져 입맛도 없어진다. 약을 먹어야 해서 억지로 밥을 먹긴 했지만, 정말 입맛이 없어서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을 때가 많았다.

 

7일 후 격리가 해제된 뒤에도 증상은 빨리 없어지지 않았다. 일주일이 지나도 코는 여전히 막혔고, 기침도 계속했다. 가장 오래 나타난 후유증은 잔기침과 무기력감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은 잔기침 증상은 나아졌으나, 아직까지 무기력감이 남아있어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가진 못한 것 같다. 감정도 많이 예민해지고, 학교 공부도 손에 잘 잡히지 않는다. 정말 아무것도 하기 싫어질 때가 많아서, 어떻게 이 무기력감을 떨쳐낼 수 있을지 고민이다.

 

 

    

자연이 부쩍 좋아져 다큐 영상에 관심... 최근 자주 보는 채널은 ‘새덕후’


 

코로나 증상으로 힘겨워하던 도중, 유튜브로 영상을 보다가 예전에 구독해뒀던 채널 하나를 발견했다. 바로 ‘새덕후’라는 채널이다. 개인적으로 동물, 그중에서도 포유류들을 좋아하는 편이라 동물 관련 영상들을 많이 보곤 하는데 갑자기 이 채널이 생각났다. 채널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야생의 조류들을 관찰하여 담아낸 영상들이 대부분이다.


화성호, 소청도 등에서 여러 물새철새들을 볼 수 있는 영상부터 우리가 잘 몰랐던 도심 공원에서의 텃새들까지 볼 수 있는 영상까지 아주 다양하다. 영상 속 새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청명해지는 느낌이 들고, 새들이 움직이는 모습들을 보면 역동적이고 귀여워서 저절로 힐링이 된다. 꽤나 정신적으로 나에게 의지가 된 채널이라, 요즘 가장 많이 보고 있다.

 

  

 

 

 

난 이 채널의 콘텐츠들을 거의 다 시청한 구독자인데, 이 채널을 접하게 된 영상이 바로 위 영상들이다. 새들의 체온이 40도가 넘는다는 것과, 얕은 물에서 목욕을 한다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되었다. 기온이 높은 여름과 추운 한겨울에 이 새들에게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도 깨달았다. 그리고 새들이 어떻게 생기고, 이름이 뭐고, 어떤 걸 먹는지 생생하게 볼 수 있어 좋았다.

    

예전에는 새에 대해서 별 관심이 없었는데, 이 분의 영상을 보고 나서 새에 대한 관심이 눈에 띄게 늘었다. 지금은 정말 새 도감과 쌍안경을 사서 탐조를 하러 나가고 싶은 심정이다. 아쉬운 마음에 요즘은 집 앞과 바로 옆 도서관 풀숲에서 보이는 새들을 바라보곤 한다. 정말 흔하게 보이는 까치와 참새도 있었고, 확실하지는 않지만 박새들도 있었던 것 같았다. 신기한 건 요즘 자꾸 뻐꾸기 소리가 들리는데 분명히 인공적인 기계 소리가 아니라 새소리여서, 진짜 뻐꾸기인지 궁금해졌다. 모습은 보이질 않고 소리만 들려서 더 궁금하다. 쌍안경을 쓰고 찾아보고 싶어졌다.

 

진지하게 탐조의 세계에 입문할까 고민 중이다.

 

 

 

SNS 사용 시간을 줄여보자... 인스타그램 삭제


  

집에만 있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자꾸만 스마트폰을 손에 쥐게 되었다. 스마트폰에서 내가 가장 손이 많이 가던 앱은 바로 ‘인스타그램’. 사실 주변인들의 일상을 구경하는 것도 재밌고 최신 트렌드도 접할 수 있어서 가장 좋아하는 SNS였다.

 

하지만 너무 오래 들여다본 까닭인지 최근 들어 뭘 봐도 재밌지가 않고, 사람들의 일상이 궁금하지 않아졌다. 내 한 몸 살기도 벅찬데 왜 다른 사람의 일상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건지, 나 자신이 이해되지 않기 시작했다. 차라리 그 시간에 유익한 영상을 보거나 가족들과 대화를 하는 게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즐거우려고 설치한 인스타그램 속 세상에서 이런 부정적인 물음표들이 자꾸만 늘어갔다. 그래서 과감히 이 앱을 삭제했다. 오류 때문에 삭제한 것 빼고, 자의로 삭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나는 굉장히 SNS에 의존적인 사람이라 큰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괜찮았다.

 

참을만했고, 이따금씩 궁금했지만 다시 어플 설치 버튼에 손가락을 댈 만큼은 아니었다.

   

대신 가족들과 대화를 조금 더 많이 하게 되었고, 유익한 영상들을 보면서 새로운 취미를 찾거나 을 읽으면서 사색에 잠기는 시간이 많아졌다. 언제까지 이 상태를 유지할지는 모르겠으나, 개인적으로 현 상태에 정말 만족한다. 너무 많은 시간을 SNS에 쏟아붓고 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나 자신한테 조금 더 집중할 수 있는 시간들이 주어져서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는 것 같다.

 

내 주변인들의 세상이 정말 견딜 수 없이 궁금해지면, 그때 재설치해야겠다는 생각이다.

 

 

 

김민지_컬쳐리스트.jpg

 

 
[김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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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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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통 자가격리하면 SNS에 의존하게 되던데 과감하게 삭제한 에디터님 의지 너무 멋져요!!✨✨ 동물 영상도 너무 최고,,,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도 너무 추천함니다 케케케 잘보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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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르스트
    • 코로나블루로 인한 무력감이라ㅜ 함께 이겨내봐요! 새가 얕은 물에서 목욕도 하다니 에디터님 덕분에 새에 대해 알 수 있었어요>< 에디터님의 글 잘 읽었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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