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다 먹어보기 전에 죽지마라 - 용감한 구르메의 미식 라이브러리

글 입력 2022.04.01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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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에피타이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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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받고 나서 표지부터 마음에 드는 책이었다. 정보를 가득 담은 두꺼운 책은 대개 표지부터 재미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용감한 구르메의 미식 라이브러리>는 그렇지 않았다.

 

감색으로 깔끔하게 마감된 책의 옆면부터 표지의 주황색과 초록색, ‘용감한 구르메의 미식 라이브러리’라고 적힌 길쭉하고 반듯한 글씨체까지. 감각적이고 깔끔한 디자인은 두꺼운 이 책에 흥미를 일으킨 가장 첫 번째 요소였다.


책의 첫 부분에는 추천의 글, 서문, 책의 구성원칙이 나와 있다. 음식에 진심인 요리사와 미식가의 추천사는 우리 삶에서의 ‘음식’의 의미를 상기시킨다. '맛있는 음식을 좋아한다.'라는 단순한 마음에서 시작하는 추천사를 읽다 보면 에피타이저를 먹은 것처럼 입맛이 돌기 시작한다. 책을 읽을 준비가 된 것이다.

 

 

 

2. 알차면서 재미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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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내용이 알차고 체계적이며 동시에 재미있다는 점이다. 간혹 정보가 너무 많으면 방대한 지식 사전을 읽는 듯한 느낌에 흥미가 떨어질 때가 있다. 그저 박제된 과거의 지식을 활자로만 읽고 있다는 기분이 드는 것이다.


이 책은 저자가 먹어보고 너무나 좋았던 음식과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지만) 미식 경험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 시도해볼 만한 음식을 소개하고 있다. 섬세한 감각으로 맛을 느낀 후에 그 복잡한 느낌을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자세하게 표현한 글에서 작가의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직접 먹어보지 않았더라도 글이 섬세하게 적혀있기에 읽으면서 음식의 촉감, 질감, 맛, 향미를 생각보다 쉽게 상상하면서 읽을 수 있었다. 아마 내용의 방대함에도 재미를 잃지 않을 수 있었던 건 이러한 저자의 정성 덕분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과일과 채소, 빵과 곡물, 향신료와 양념, 해산물, 육류, 길거리 음식/전통음식, 유제품, 디저트, 음료까지. 너무 세세하지도 포괄적이지도 않게 딱 이해하기 쉽도록 묶어둔 음식의 분류도 책의 군더더기 없는 구성에 한몫 하는 부분이었다.

 

 

 

3. 여행하는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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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여행하는 기분이었다. 여행 관련 책을 읽더라도 여행한다는 기분을 내기가 어려운데, <용감한 구르메의 미식 라이브러리>는 신기하게 여행을 하는 듯한 들뜬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붉은 지붕, 에메랄드빛 바다, 사자가 거니는 초원을 설명하더라도 이런 경관은 잘 상상이 안 된다. 어렴풋하게는 될지라도 생생하지는 않다. 초원에 있는 사자를 본 적이 있어야 말이다!


하지만 음식은 이미 먹어본 경험을 토대로 좀 더 쉽게 상상이 된다. 바삭한 식감, 바스러지는 소리, 버섯의 향, 아몬드의 고소한 냄새, 알싸한 고수의 향, 돼지고기의 맛, 달콤한 과일…. 그뿐 아니라 튀기고 볶고 삶고 조리고 데치고 다지고 나서의 음식의 식감까지! 참고할 데이터베이스가 어느 정도 있기에 우리는 경관보다도 음식에 더 잘 몰입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책을 읽으면 마치 눈으로 음식을 먹는 기분이 나는데, 150개 넘는 나라들의 700가지의 음식을 읽다보면 그 모든 나라들에 여행을 다니고 있는 기분이 든다.


여행을 가본 지역의 음식은 그 때의 추억을 떠올리고, 아직 가보지 않은 낯선 지역의 음식은 언젠가 여행할 수 있을 때 꼭 방문해서 직접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여러모로 여행의 기분을 느끼고 싶다면 추천하는 책이다.

 

 

 

4. 체크 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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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절묘하고 똑똑하게 만든 책이다. 음식 소개만 있다면 흥미가 동하더라도 실천으로 옮길 필요성까지는 없다. 그저 이런 요리가 있구나하며 넘어갈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요리마다 체크상자를 그려두어 먹어본 음식은 표시를 할 수 있게 만들어 두었다.


표시를 하다보면 생각보다 내가 아직 먹어보지 않은 음식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동시에 비어있는 체크상자를 채우고 싶다는 욕구에, 없던 입맛이 돌기 시작한다. 그뿐 아니라 비어있는 체크상자는 새로운 음식에 도전하길 주저하는 사람들에게 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키는 일종의 미션이 될 수도 있다.


책 표지에 “먹어보기 전에 죽지 마라”는 말이 나온다. 최근 삶의 의욕이 좀 떨어지는 시기였는데 책을 읽으며 ‘아니, 이것들을 다 먹어보기도 전에 내 생이 끝나면 너무 아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울적해서 입맛이 없는 친구에게 어떤 응원이 좋을지 잘 모르겠다면 이 책이 괜찮은 선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5. 균형 잡힌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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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성한 묘사와 지식.’ 글을 쓰면 항상 이 균형을 잡는 게 어렵다. 추상적인 느낌을 생생하고 재치 있게 표현하는 한 부분. 그리고 배경과 지식을 객관적이고 구체적으로 전달하는 한 부분.


한쪽에만 치우쳐져 있는 게 아니라 이 둘의 균형이 잘 맞을 때 재미있게 읽히면서 유익한 글이 될 수 있다. <용감한 구르메의 미식 라이브러리>는 그 균형을 아주 잘 맞춘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요리마다의 배경 설명이 정확하고 친절하게 제시되어 있다. 일 년의 언제 어느 지역에서 이 요리가 유명한지, 역사적으로 언제부터 먹었는지, 어떤 배경에서 이 요리가 인기가 있었는지, 소비가 어떻게 변했는지, 조리에는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등…. 앞서 사진에서 보이는 ‘츄로스’의 소개 글에는 어느 시간대에 먹는 게 가장 좋은 지까지도 설명해주고 있다.


이처럼 이 책은 요리가 어떤 냄새가 나고 어떤 재료와 어울리는지가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을 뿐 아니라, 해당 요리에 관한 잡다한 지식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다. 재미와 유익함의 균형이 잘 맞는 책이다.

 

 

 

6. 한국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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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장의 설명을 보자. 이제는 장독이 아니라 네모난 플라스틱 통에 판다는 이야기를 보면 이보다 더 정확하고 친절하게 설명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작가가 프랑스인이기에 아무리 구르메라도 ‘외국인이 우리의 음식을 정확하게 제대로 설명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있었다. 하지만 너무나 정확하고 친절한 설명에 오히려 한국인인 내가 새롭게 한국음식을 바라보고 배울 수 있을 정도였다.

 

 

 

7. 식사를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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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음식 앞에서 저자는 어떤 편견에 사로잡히지도 않고 그저 아이처럼 맛있는 음식에 눈을 빛내며 요리를 소개하고 있었다.

 

봄이 되어 서서히 식욕이 돌기 시작하는 요즘, 이 책을 읽고 새로운 음식을 도전해 보는 것은 어떤가? 책에 소개된 몇 개의 레시피를 참고해 전 세계를 함께 여행해 보기를 바란다.

 

 

[이진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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