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피스] 평범함 속 특별함을 담아내는 일러스트레이터 노마의 세계

일러스트레이터 노마의 세계를 들여다봅니다.
글 입력 2022.03.29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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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는 볼 수 없었던 세상을,

그들의 시선과 역사를 빌려 완성합니다.

그렇게 그들의 마스터피스를 이해합니다.


 


CHAPTER 1. 일러스트레이터 노마를 소개합니다.



6.달 위를 걷는.jpg

 

 

-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일상에서 떠오르는 상상을 그림에 담는 작가 노마입니다. 주로 불투명 수채화를 사용하여 그림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 2014년, 그림을 제대로 바라보고 그려나가기 시작하셨다고 하셨어요. 노마님의 2014년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시겠어요?


그 무렵의 저는 당연히 지금보다 부족하고, 복잡하고, 서툰 사람이었습니다. 이미 두 번의 대학 자퇴를 겪었고, 쫓기듯이 고향인 부산으로 내려와 꽤 오랜 시간 동안 방황을 하고 있었어요. 저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고, 대학만 가면 뭐든 척척 잘 그릴 수 있는 어른이 될 거라는 부푼 기대를 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제게 문제가 생기게 된 거예요. 마냥 친구처럼 나를 이끌어주었던 그림이 어렵게 느껴지게 되고, 내가 무얼 그리고 싶은지, 어떤 그림을 그려왔었는지, 길을 잃어버리게 된 거예요.


도망치듯이 내려온 부산은 너무나 편했어요. 사랑하는 가족들, 친구들, 익숙한 곳에 도착하니 어려운 생각들을 외면하고 모르는 척 덮어두게 되었어요. 입시를 했던 학원에서 일을 했기 때문에 그림을 아예 그리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학생들에게 예시를 드는 정도가 아니면 연필과 붓을 드는 일도 없었습니다.


처음으로 그림을 놓아야 할까?라는 고민을 했을 정도로, 저는 그림을 그리는 게 계속해서 어려웠어요. 너무나 사랑했던 그림을 계속해서 그려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고, 1년, 2년,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갔어요. 그림만으로도 힘들지만 그림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고, 미래를 그려나가야 한다는 것도 어렵고 막막하기만 했습니다.  그런 부담과 불안, 두려움이 차츰 저를 그림에게서 멀어지게 했습니다. 처음으로 그림을 그만두어야 하나 하는 고민을 했을 정도였어요.


그러던 와중에 그냥 아무 의미 없이 시작한 그림 한 장이 완성되었고, 그 그림을 그리며 정말 즐겁고 행복하게 그림을 그렸던 이전의 저를 다시 발견하게 되었어요. 그냥 아무 이유 없이 그림을 그리고 싶었던 어렸을 때의 저처럼, 대학이나 수입 같은 다른 이유가 없어도 즐겁게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을 다시 깨닫게 되었답니다.


그 작품이 < 휴식 >이라는 작품입니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나씩 그려보자’라는 마음에서 즐겁게 그린 그림이에요. 그동안은 제가 그러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거든요. 지금 안타깝게도 원본이 없어요. 제가 일하던 학원에 액자에 넣어 전시해놨었는데, 학원이 이사를 하던 와중에 분실이 되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학원 선생님께 찾아달라고 말씀드렸는데 결국에는 못 찾고 그렇게 허무하게 사라져버렸네요. 

 

 

3.휴식.jpg



- 그동안 그림을 그리며 작품에도 많은 고민을 하셨을 것 같아요. 그림을 그려오며 나의 그림에 많은 변화나 영향을 줬다 생각하는 사건/인물/작품이 있을까요?


아주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기 때문에, 오늘의 감성을 지니게 된 데에는 다양한 계기들이 있었어요. 제가 기억하지 못하는 아주 어릴 때부터 차곡차곡 좋아하는 것들이 제 속에서 쌓여왔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특별히 어떤 인물이나 작품을 꼽는 게 어렵네요. 어릴 때 보고 자랐던 수많은 애니메이션이나 만화들도 제 그림들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고,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처음으로 혼자 서점에서 구입한 앤드루 루미스의 책도 그중에 하나일 수도 있겠죠.


중학교 때는 인터넷이나 서적으로 일본의 일러스트레이터나, 서양화, 유화 작품들을 접하게 되었어요. 특히 유화에 크게 매료되었지요. 예술 중학교에 다니면서, 여러 작품들을 접하게 되었고, 클로드 모네 같은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을 보며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이름 모를 멋진 화가들의 색감 표현들을 보며 한참 동안이나 페이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가만히 바라보았던 때도 있었지요. 제 그림에서도 회화적인 구석이 있는데요, 제가 회화적 표현을 사랑하는 데에는, 이 아름다운 충격이 아직까지 마음에 남아있기 때문일 거예요.


 

 

CHAPTER 2. 전시 < 흔적의 정원 >과 그의 작품들


 

- 최근 ‘흔적의 정원’ 전시 투어를 하셨죠. ‘흔적의 정원’에 대해 소개해 주시겠어요?

 

 

2.흔적의 정원 전시 포스터.jpg

 

 

‘흔적의 정원’은 전시회의 이름이자, 저의 공식 첫 번째 화집의 제목이기도 해요. 그리고 전시를 대표하는 그림의 제목이기도 하죠. 제가 그림을 그려왔던 모든 흔적들이 쌓여 만들어진 정원, 그러니까 저의 정원이자 저의 세상을 담아내고 싶었어요. 제가 지나왔던 시간에 녹아든 흔적이 쌓이고 쌓여 지금의 제가 된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 그림들이, 모든 저의 흔적이자 저의 조각들인 거죠.

 

지난해 10월에 세종문화회관에서 첫 흔적의정원 전시를 진행했고, 부산 디자인센터, 대구문화예술회관, 광주 유스퀘어 금호갤러리까지 총 네 곳에서 전시를 진행했습니다. 여담으로 세종문화회관 대관 계약을 하며 담당자님께서 세종문화회관에서 이런 수채화 일러스트 전시는 처음이라고 말씀해 주시기도 했어요.



- 이번 전시에서 가장 공을 들여 전달하고자 한 부분은 무엇이었을까요?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많았던 전시라 ‘가장’을 뽑기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제가 그동안 쌓아왔던 모든 것들은 한 번에 보여드리자! 는 것이 첫 번째 목표였어요. 이번 전시 이전에도 여러 번 전시를 진행했지만 물리적인 공간의 한계도 있었고, 매번 아쉬움이 남았어요. 그러던 와중에 세종문화회관이라는 대형 전시장에서 전시를 하게 되었으니, 이번에는 정말 아쉬움 남기지 말고 모든 것들을 쏟아붓자는 생각으로 전시를 준비했어요. 부산이나 대구, 광주 전시장 역시 세종문화회관과 크게 다르지 않은 정도로 넓은 곳이었기 때문에, 이곳에서도 아쉬움 없는 전시를 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그리고 그림을 시작하는, 시작하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응원이 되고 싶기도 했어요. 그림을 꾸준히 그려나가면서부터 정말 신기하고 감사하게도 저를 보며 그림을 꿈꾸는 분들이 점점 많아졌어요. 이제는 정말 심심치 않게 그런 이야기를 듣곤 해요. 사실 그림을 그리며 그림만으로 먹고사는 것은 현실적으로 정말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그 과정에서 정말 많이 힘들었고 좌절했기에, 시작하려는 분들의 두려움도, 그리고 그 시작을 말리려는 분들의 마음도 어느 정도는 알 것 같아요.


하지만 언제나, 어디에나 길은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다른 길보다 좁을 수도 있고 험난할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그 길을 가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먼저 그 길을 걸은 사람의 발자국일 거예요. 저 스스로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않지만, 저를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주시는 분들을 위해서라도 저는 그 발자국을 열심히 찍으며 걸어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부분에서 생각하면 세종문화회관에서의 첫 흔적의 정원 전시는 정말 성공적이었어요. 주말에는 하루에 2000명에 가까운 인원이 모이는 바람에 세종문화회관 지하 통로 끝까지 입장 대기줄이 생기기도 했어요.


그리고 저뿐만 아니라 지금 그림을 그리는 많은 작가님들, 그리고 그 그림을 사랑해 주시는 많은 분들이 만들어낸 지금의 이런 문화가 더욱 성장하고 발전하기를 바라기도 했어요. 제가 어릴 때는 그림을 쉽게 볼 수 있는 곳이 없었어요. SNS도 지금처럼 활발하지 않았고, 제가 살던 부산에서는 전시가 자주 열리지도 않았어요. 더 많은 그림을 보고 싶었고, 실제로 보고 싶었지만 그럴 기회가 많지 않았어요, 그래서 더 쉽게 그림을 접할 수 있도록 서울이 아닌 곳에서 처음으로 전시를 계획했고, 모든 전시를 무료로 진행했어요. 저도 이 문화가 발전하는데 조약돌 하나라도 더 쌓고 싶었어요.

 

 

- 전시를 하실 때는 굉장히 바쁘셔서 많이 힘드실 것 같은데 체력관리는 어떻게 하시나요?


전시를 하는 것은 늘 힘들어요. 전시를 서울에서 하더라도 저와 제 남자친구는 집이 인천이라서, 기본적으로 오고 가는 시간이 4시간이에요. 그럴 때면 정말 피곤하고 괴로울 수밖에 없어요. 저희는 두 마리의 강아지가 있으니 새벽 5시에 일어나요. 번갈아가며 한 사람씩 강아지 산책을 다녀오고, 급하게 밥을 먹고, 전시를 다녀오고, 전시에 다녀와서도 새벽까지 해야 하는 일을 하다 보면 정말 힘든 날이 많아요. 그래도 언젠가는 지나가리라는 마음으로 끝을 보고 달리는 거예요.


작년에 세종문화회관 전시에서는 정말 체력의 한계를 느꼈어요. 전시장 규모도 많이 커졌을 뿐만 아니라, 제가 처음으로 책 출간을 하고 저희 스토어에서 판매를 하니까 주문도 많이 몰렸었어요. 그러다보니 전시가 일주일이라고 쳤을 때 하루에 2시간에서 2시간 반 자며 디스크도 터지고, 정말 영혼을 갈아서 일을 했었죠.


그런데 저희가 이렇게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아주세요. 전시에 오셔서 전시를 즐겁게 감상했다, 많은 걸 느꼈다 말씀해 주시면 고생을 알아주는 느낌이 들어서 뿌듯함을 많이 느껴요.



- 그림을 그릴 때는 보통 어디에서 많이 영감을 얻으시나요?


말씀드렸듯 일상에서 영감을 자주 얻어요. 일상에서 생각하는 것들이나, 보는 풍경들, 그날의 냄새와 나누었던 대화 속에서 많은 영감을 받습니다. 저는 사소한 것들을 아주 좋아하는 사람이라, 길을 지나다 보이는 파이프 하나에도 많은 이미지들이 피어납니다. 그래서 일상을 보내면서 이 작은 부분들을 보기 위해 많은 관찰을 하기도 해요.


이렇게 일상에서 영감을 얻다 보니, 그림 속 이야기들의 시작은 평범한 현실에서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많아요. 현실에서 경험한 일들을 그려내기도 하고, 현실에서 일어날 리 없는 순간들을 담아내기도 하고. 어쩌면 일어났으면 하는 그런 갈망들을 담아내기도 해요.



- 작가님 작품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매체와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자주 등장하는 매체는 자연이 아닐까요? 그리고 저의 반려견 두 마리도요! 사실은 이전에 가장 못 그린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바로 자연물이었고, 그중에서도 특히 풀과 나무였어요. 그런데 강아지를 키우게 되면서 강제로 매일 세 번 이상 산책을 다니면서, 그리고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지내면서 저의 인생에 공원과 산, 들이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어요. 숲속에서, 공원에서, 자연 속에서 정말 근사한 추억들을 많이 쌓았거든요. 내가 경험한 따뜻한 순간들이 자연스레 저의 영감이 되고, 제가 사랑하는 오브제가 되어 그림에 자주 표현하게 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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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에 노마님께서는 웹툰 작업도 하셨었죠. 이제는 노마님께서 예전에 작업했던 웹툰을 볼 수 있는 곳이 없을까요?


제가 철저하게 비밀로 하고 있어요. 예전에 단편 만화 6편 정도 짧게 연재를 했었어요. 그때 스토리를 짜주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가 그림 작가를 구하는 와중에 저한테 연락을 줘서 하게 되었어요. 한 명의 스토리 작가와 일곱 명 정도의 그림 작가가 릴레이로 연재했던 작품이었어요. 그 작품의 전체적인 주제가 19세였어서 앞부분에서는 외설적인 장면과 잔인한 장면들이 나와요. 당시 저는 마지막 부분을 담당하고 있었는데, 스토리 작가에게 그런 장면들을 잘 못 그리고, 최대한 그리고 싶지 않다고 이야기를 했더니 그 친구가 많이 순화를 해줬어요. 덕분에 다행히 제가 자극적인 장면들을 그리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저의 첫 작품이다 보니까 부끄러워서 숨겨두었어요. 제 구독자분들도 도대체 그 웹툰을 어디서 볼 수 있는 거냐 물어주실 때가 가끔 있는데, 그 작품은 이제 영영 보실 수 없을 겁니다, 말씀드리죠. 하하.


 

 

CHAPTER 3. 노마 작가가 작품과 함께할 때


 

- 슬럼프가 올 때는 어떻게 대처하시는 편인가요?


예전에는 슬럼프를 풀어가는 것을 그냥 놓아버렸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이 슬럼프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굉장히 많이 고민을 해요. 왜 그림이 안 그려지는지, 지금 상태가 어떤지를 한 발자국 뒤에 물러서서 멀리서 보기도 하고, 지금 너무 지친 것 같으면 자체적으로 작업을 커트하면서 쉬기도 하죠. 그다음 날은 다시 마음을 다잡아서 그림이 싫어도 계속 그려가는 날이 굉장히 많아요. 하기 싫어도 계속하면 되더라고요. 저는 원래는 끈기가 굉장히 없는데 이런 작업들을 하면서 많이 길어졌어요. 내가 노력을 하는 방법을 더 잘 알게 되었고, 그림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도 잘 알게 되었죠. 많은 시행착오 끝에 슬럼프가 왔다고 아무것도 안 하면 0이고, 어쨌든 내가 계속해서 그리면 무엇이라도 나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 그림을 그리는 순간 중, 가장 좋아하는 순간과 싫어하는 순간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그림을 그리는 순간들은 모두 소중하지만, 좋아하는 순간은 그림을 구상할 때예요. 머릿속으로 수십 가지 이미지를 연상시키고 상상에 상상을 더해가는 그 순간을 정말 좋아해요.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는 시간이 좋고, 그 시간이 지났을 때 만들어진 모습이 그 누구도 아닌 제가 상상해낸 것이라는 것이 재미있어요. 그리고 초벌을 바를 때, 색을 얹으며 분위기를 잡을 때도 굉장히 즐거워요.


그런데 그 외의 작품이 완성되기 직전까지 많은 순간들이 사실 굉장히 지루한 편이에요. 붓질을 계속하며 원하는 대로 나올 때까지 끊임없이 다듬어야 제 그림이 나오거든요. 그 과정 속에서 작품이 완성되기 직전까지 스스로의 인내를 시험하는 기분이 들기도 해요.


그런데 동시에 이런 과정이 끝나갈수록 설레기도 해요. 작품을 완성을 하고 SNS에 그림을 올리면 사람들이 봐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그 순간도 굉장히 재밌거든요. 그림 그리는 사람은 관심을 먹고 사는 사람이니까요.



- 그동안의 그림 생활을 하며, 처음과 지금, 아티스트님의 작품은 어떻게 변화한 것 같나요?


몇 년 전부터 자주 들어오던 이야기가 있어요. 그림이 예전보다 많이 밝아진 것 같다고요.


확실히 14년-17년도 사이의 그림들을 보면 어두운 구석이 많이 보이는데, 17년도 이후부터는 꽤 밝은 에너지의 그림들도 자주 작업하게 되었어요. 이 무렵 때 저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고, 그 사람을 만나며 많은 것들이 변화하게 되었어요. 반쯤 억지로 하던 학원 일을 그만두고 온전히 그림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으로 뛰어들었지요. 익숙하고 정든 고향인 부산을 떠나 수도권에 자리를 잡았고, 저의 모든 시간을 그림에 투자하게 되었어요.

 

반려견 달수를 만났고, 어쩔 수 없이 하루 세 번씩 꼬박꼬박 산책을 하고 있죠.

 

이런 시간을 겪으면서 정신이 많이 건강해졌어요. 익숙하리만치 당연하게 사람에게도, 강아지에게도 매일 사랑받는 삶을 살고 있다 보니 늘 함께일 것만 같았던 우울감도 사라졌고, 그렇게 그림의 분위기도 밝아진 것 같아요.



- 그림은 그린이를 닮는다고들 하죠. 노마님께서 생각하시기에 자신의 작품을 스스로를 얼마나 닮은 것 같나요?


저의 일상과 제가 상상하는 것들을 그림으로 담아내고 있긴 하지만 제 그림들과, 특히 저의 그림 속 인물들과 저는 거의 닮지 않은 것 같아요. 제 그림들 속 인물들은 다양한 상황 속에서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고 있지만 사실 저는 그렇게 감정 표현에 익숙한 사람이 아니거든요. 어쩌면 그림 속 인물은 제가 소망하는 이상적인 저의 모습일지도 모르겠어요.




 

CHAPTER 4. 그의 곁을 지키는 스튜디오 노마딕, 김강현 대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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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강현 대표님과 함께 운영하는 스튜디오 노마딕에서는 작가님의 화집을 포함해서 디퓨저, 화구까지 구매가 가능하죠. 스튜디오 노마딕을 시작하게 된 배경이 무엇일까요?


이전에는 저의 굿즈 들을 가끔 SNS를 통해서만 통신판매 하거나 페어 행사 등 오프라인에서만 판매했어요. 그러다 보니 많은 분들께 저의 굿즈들을 보여드리지 못하기도 했고, 오프라인 행사나 통판이 있을 때까지 아주 오랫동안 기다려 주시는 분들도 많이 생겼어요.


이제는 결혼을 준비하고 있는 남자친구가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고 저와 함께 일을 하면서 스튜디오 노마딕을 시작하게 됐어요.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더 빠르게 저의 굿즈들을 만나보실 수 있게 됐고, 출판사와 디퓨저 제작 등 여러 형태로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 김강현 대표님과 함께 하고 운영하며 의견 충돌도 많았을 것 같아요. 물품 제작은 주로 어떻게 이뤄지나요?


싸우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시각에서 많이 차이가 났던 것 같아요. 저는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을 했고 남자친구는 사업가적인 마인드에서 접근을 했어요. 포장지를 만든다고 하면 저는 시각적인 면을 많이 고려했지만, 남자친구는 튼튼한 면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죠. 또, 초반에는 가까운 사이다 보니 오히려 괜한 감정싸움으로 번진 적도 많았던 것 같아요.

 

이렇게 우여곡절이야 많았지만 서로 양보하고 맞춰가다 보니 이제는 싸우는 일이 없어요. 제가 그림을 그리고 어떤 상품을 생각하고 계획하면 대표님이 그 생각에 맞는 제작 방식, 비용과 세금, 상품 사진, 배송 등 다른 부분을 해결해 주고 있어요. 최종적으로 함께 고민하며 가장 나은 선택을 하는데, 이젠 거의 이견 없이 같은 방향으로 진행되는 편이에요.

 

남자친구가 없었으면 제가 이렇게까지 크지 못했을 것 같아요. 저에게 계속 물을 주고 키워주는 해일 같은, 바람 같은 사람이에요. 처음 스튜디오 노마딕을 시작할 때는 고민은 정말 많았어요. 남자친구도 제 옆에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계속 느끼고 있었어요. 그런데 남자친구는 남자친구가 계속 쌓아오고 걸어온 길이 있으니 정말 함께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죠. 그런데 남자친구가 그렇게 쌓아온 것을 다 버리고 저를 위해 완전히 모르는 영역으로 뛰어들어줘서 굉장히 고마워요.



- 스튜디오 노마딕에서는 작가님의 작품을 바탕으로 한 디퓨저도 판매 중이죠. 어떻게 디퓨저를 만들게 된 것일까요? 향을 만든다는 것은 굉장히 까다로운 작업이니 디퓨저를 만드실 때도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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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 시각적인 부분이니 청각이나 후각 등의 여러 가지 면을 함께 충족시킬 수 있는 전시를 해보자는 마음에 이번 디퓨저를 만들게 되었어요. 그냥 향을 맡을 때, 혹은 그냥 그림을 볼 때와 향을 맡으며 그림을 볼 때는 느낌이 굉장히 다르니까요.

 

하지만 말씀해 주신 것처럼 향을 만든다는 것은 굉장히 까다로운 작업이어서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화학 약품이다 보니 인증을 받고, 환경부에 등록을 하는 것도 많이 힘들었죠. 또, 향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힘든 일이 많았어요. 처음에는 들뜬 마음으로 조향을 많이 하다가 나중에는 코가 마비돼서 향을 구별할 수도 없을 정도였어요. 또, 같은 향인데도 불구하고 기분에 따라서, 시간대에 따라서 맡아지는 향의 느낌이 굉장히 달라졌어요. 덕분에 시행착오 굉장히 많이 했는데, 그만큼 정말 재밌었어요. 그래서 우리가 이 영역을 조금씩 넓히다 보면 나중에는 더 재밌는 작업을 계속할 수 있지 않을까에 대한 생각도 많이 하게 되었죠.

 

사실 이 디퓨저 외에도 다른 작품의 향을 조향해서 만들고, 인증받아놓은 디퓨저들도 몇 개가 더 있어요. 그런데 사실 향이라는 것은 오프라인에서만 맡을 수 있는 상품이다 보니 아직 많은 고민 중에 있어요.


 

 

CHAPTER 5. 노마 작가님, 아직 듣고 싶은 이야기가 많습니다.


 

- 오래 활동을 해오며 많은 팬분들을 만나셨을 것 같아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팬이 있을까요?

 

제 팬분들이 정말 다양한 분들이 계세요. 자주 와주시는 분들도 많으시죠. 제 전시가 작년에는 부산, 광주, 서울에서, 올해는 부산, 대구, 광주에서 이뤄졌어요. 그 전시에 다 와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항상 그분들을 뵐 때마다 정말 반갑고 이제는 전시에 오지 않으시면 걱정도 돼요. 하하. 그분들이 당연히 오셔야 하는 게 아닌데도 그분들을 기다리게 되고, 그렇게 기다리다가 오시면 정말 반갑게 맞이하게 되었죠.


작년에 서울숲에서 전시를 할 때에는 앳돼 보이는 건장한 남성분이 오셨었어요. 제 그림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의 주 성별이 여성이다 보니 저는 여자친구분을 따라 전시를 와주셨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저에게 오셔서 말을 해주시는 게 그동안 굉장히 아픈 시간을 보내셨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투병 생활을 하는 중에 저의 < 하늘 속 존재들, 밤여우와 달사슴 > 그림을 보고 많이 위로와 힘을 받았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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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들이 < 하늘 속 존재들 > 이라는 큰 타이틀 안에서 밤여우와 달사슴, 두 존재가 나오는 그림이에요. 한 장은 밤여우와 달사슴이 구름 속에 혼자 있는 아이를 발견해서 다시 집에 데려다주고, 다른 하나는 그렇게 달사슴의 영혼을 타고 아이가 내려온 장소가 병실이고, 그 안에 똑같은 아이가 누워있는 모습으로 이어지는 그림이거든요. 이 그림을 보고 많이 감동받았고, 지금은 많이 건강해졌다고 말씀해 주셔서 정말 기뻤던 기억이 있어요.



- 요즘의 하루 일과를 정리한다면 어떻게 정리할 수 있을까요?


아침 9시쯤에 일어나서 밥을 먹고 씻고 강아지 산책을 나갔다가 작업실로 가면 11시가 조금 안 되는데 그때부터는 계속 그림을 그려요. 남자친구는 스토어 주문이 들어온 것을 포장하며 남자친구의 일을 하고, 저는 책상에 앉아 오늘 해야 할 일을 다 적어서 체크를 한 뒤 순차적으로 해 나아가죠. 그리고 8시쯤에 저녁을 먹으러 가며 작업실 퇴근 후 강아지들과 시간을 보내요. 일이 많을 때는 밥을 간단하게 밖에서 먹고 강아지들의 산책도 간단하게 한 다음에 새벽까지 계속 작업실에서 일을 하기도 하죠.

 



- 작가님께서 만약 그림을 안 그렸다면 뭘 했을 것 같나요?


저도 그 부분에 대해 많이 생각해 봤어요.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저는 그림을 안 그렸으면 아무것도 안되었을 것 같아요. 제가 지금에서야 강아지 산책도 하고, 남자친구를 만나 캠핑도 좋아하게 되었지만 그전의 삶은 그저 그림밖에 없었거든요. 계속 그냥 그림만 그리던 학생이었어요. 학교에서도 선생님께 허락받고 공부 시간에 그림만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취미가 무엇이냐 물어도 나의 취미이자 꿈은 그림이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제 인생은 그림으로 채워져 있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내가 동물을 좋아하니까 동물과 관련된 직업을 가졌을까?' 생각을 해보기도 했지만 그 외에는 잘 모르겠어요. 그림을 안 그렸으면 어디서 굶지 않았을까도 생각해요. 하하.




 

마지막으로, 팬분들께 작가님과 작가님의 작품이 어떻게 남겨졌으면 하나요?


 

제가 예전부터 굉장히 많이 들어왔던 말이, 제 그림은 어두운 것 같은데 거기서 많은 위로를 느낀다는 것이었어요.

 

제가 2014년도에 다시 그림을 제대로 그리기 시작했을 때 큰 스트레스 중에 하나였던 것이 저의 그림이 굉장히 어둡고 우울하다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제 그림이 대중적이지 않으니까 그 사실에 대한 고민도 되게 많았죠. 그런데 그림을 묵묵하게 계속 올리니 많은 분들이 저의 그림이 많이 어둡고 색감도 칙칙한 것 같은데, 동시에 굉장히 따뜻하고 위로를 느낀다고 말씀해 주셨던 것이 아직까지도 기억에 많이 남아요.

 

그래서 저는 제 그림이 앞으로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저의 그림을 보고 잠깐이라도 여유를 가지시고,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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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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