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구찌 가든 [미술/전시]

구찌 가든 아키타이프: 절대적 전형
글 입력 2022.03.27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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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찌 가든 아키타이프: 절대적 전형


 

2015년부터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구찌’의 컬렉션을 담당하고 있는 ‘알렉산드로 미켈레’의 지난 6년 동안의 컬렉션을 재해석한 전시다.

 

‘아키타이프(archetypes)’는 어느 민족이나 인종이 같은 경험을 반복하게 되어 특유의 무의식적인 경향을 지니게 되는, 쉽게 말하면 과거로부터 이어온 성질의 원천이다. 신화나 전설과 같은 것이 대표적인 아키타이프의 예이며 과거부터 전해져 왔다.

 

아키타이프와 이로부터 많이 파생된 전유물들을 구분하지 않은 것이 지배적이었으나 ‘알렉산드로 미켈레’는 ‘절대적 전형’을 말하며 근원을 찾는다. 그래서 전시에서 볼 수 있는 많은 컬렉션들은 각각의 절대성과 고유성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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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으로 ‘2019 크루즈 컬렉션 구찌 고딕’에는 노아의 방주를 모티브로 구전되어 오는 신화를 사용해서 새로운 희망을 찾는 인류의 여정을 보여주며 이를 통해 고난을 넘어 새로움을 찾는 ‘구찌’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아키타이프’는 결국 과거를 들출 수밖에 없다. 평소 ‘구찌’ 디자인에 르네상스적인 요소를 추가하는 걸 좋아하고 빈티지한 골동품을 좋아했던 그를 생각할 때 그의 컬렉션은 과거와 현재가 만나 새로운 고유성을 창조한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서 전시를 관람하길 추천한다.

 

 

 

컨트롤 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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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들어가면 보이는 ‘컨트롤 룸’에는 ‘알렉산드로 미켈레’가 기획한 컬렉션과 캠페인들이 모니터에 나온다. 흡사 최근의 미디어 전시 같다. 그의 과거 컬렉션들을 현재의 미디어 전시를 통해 보여주며 다양한 색감과 소리로 자극을 가한다.

 

이 영상들은 본격적인 전시가 시작되기 앞서 어떤 컬렉션이 있었는지 툭 던져준다. 또 마지막 전시가 끝나고 나오는 엔딩 크레딧과 연결되어 수미상관의 구조로 시작과 끝을 장식한다.

 

 

 

2016 크루즈 컬렉션 디오니서스 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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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처럼 연결되어 있는 거울로 장식된 공간은 착시를 일으킨다. 거울 벽면에서 나오는 컬렉션 영상을 보다가 옆을 보면 내가 보이고 또 그 옆을 보면 이어져 나오는 컬렉션의 영상이 보인다. 마치 내가 그 컬렉션 영상에 들어가 있는 것 같다.

 

몸을 절로 움직이게 하는 복고풍의 음악은 어느새 리듬을 타게 만들고 영상에서 춤을 추고 있는 모델들과 같이 거울 속에 리듬을 타고 있는 자신을 보게 한다. 과거 고대 로마의 회화, 바로크 시대의 장식적인 착시 기법, 19세기 벽지의 특징 속에 ‘구찌’의 다차원적인 ‘로맨티시즘’이 담겨있다.

 

파티가 열리는 공간의 구석에 가면 그 환상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듯이 벽과 가까운 거울 뒤로 가면 파티에 빠져나온 것 같은 느낌이다. 거울에 비친 미로들로 더 광활하게 보이는 작은 공간이 넓은 파티 공간을 연상시킨다.

 

과거와 현재의 만남은 ‘나’라는 존재가 영상들 사이로 거울에 비추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전시를 보러 온 사람들은 모두 옷 스타일이 다르다. 아직 쌀쌀한 3월 중순에서 코트를 입은 사람도 있고 패딩을 입은 사람도 있다. 가벼운 가죽 자켓과 현대적인 디자인의 신발들과 액세서리들. 이 모든 것은 컬렉션 영상의 19세기 벽지의 특징과 맞물려 조화를 이루게 된다.

 

마치 오래된 건축물이 관광지가 되고 사람들이 찾아가듯이 과거와 현재의 만남이 이뤄진다. 복고적이면서 ‘구찌’의 디자인이 결합된 모델들과 관람객들이 만나 새롭고 절대적인 순간을 만든다.

 

 

 

2018 가을-겨울 컬렉션 구찌 콜렉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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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적이고 다소 강박적인 컬렉터의 방을 보여주는 듯한 전시 공간은 투명한 유리 벽과 바닥의 거울로 무한한 공간의 확장을 보여준다.

 

한 시대의 스타일과 특징을 담고 있는 수집품들은 저마다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 나비 1,354마리, 구찌 마몽 핸드백 200개, 뻐꾸기 시계 182개가 전시되어 있으며 투명한 전시공간과 대비되는 가지고 싶은 열망과 욕심을 느낄 수 있다.

 

골동품을 좋아하는 ‘알렉산드로 미켈레’의 취향을 생각할 수 있고 수집품들의 정교함과 아름다움을 볼 수 있다. 수집품들은 결국 과거의 집합체이다. 거울로 표현된 무한한 공간에서 마치 시간의 흐름을 타고 온 것 같은 느낌이다.

 

 

 

2018 봄-여름 컬렉션 구찌 상상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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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예술가 ‘이그나시 몬레알’이 866시간 동안 그려 완성한 ‘유토피아’같은 공간이다. 비록 넓지는 않지만 벽화에 그려진 ‘구찌’의 컬렉션들과 어디서 본 것 같은 그림들을 볼 수 있다.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와 ‘다비드’의 ‘나폴레옹’ 등 어디서 본 듯한 그림들이 ‘구찌’의 컬렉션과 만나 현대적으로 표현됐다. 뚜렷한 원형이며 절대적인 작품들로 어떻게 아키타이프로 만들 수 있을까 생각이 든다.

 

하지만 ‘구찌’만의 고유함과 만나 ‘구찌’ 컬렉션에 있어 새로운 원형으로 재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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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는 재밌는 사실도 많이 숨겨져 있다. 천사가 들고 있는 쪽지에 ID와 PASSWORD가 있는데 이는 ‘구찌’의 와이파이 이름과 비밀번호를 의미한다고 한다. 실제로 되나 와이파이를 켜서 볼 수 있지만 이는 본사에 해당되기 때문에 되지는 않는다.

 

그리고 ‘GUCCI’가 아닌 ‘GUCCY’라고 적힌 지갑 같은 걸 볼 수 있다. 정식 명칭과 다르게 ‘GUCCY’라는 로고로 컬렉션을 만든 적이 있다고 한다. ‘구찌’의 지난 역사가 그림에 표기된 것이다.

 

또 수많은 그림들 속에서 ‘알렉산드로 미켈레’를 찾을 수 있다. 작게 그려져 찾기 어렵지만 들어가는 입구를 기준으로 오른쪽에 있다. 이 그림에도 비밀이 숨겨져 있는데 전시공간 위에 있는 전등이 미묘하게 ‘알렉산드로 미켈레’의 그림을 더 밝게 비춘다고 한다.

 

화려한 그림과 색채로 ‘알렉산드로 미켈레’를 놓친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핑크색 양복을 입은 그를 찾는 것도 재밌는 포인트다.

 

 

 

2020 봄-여름 컬렉션 오브 콜스 어 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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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찌’의 시작은 ‘말’이다. ‘구찌’는 승마와 관련된 용품들로 시작했다고 한다.

 

전시공간에 들어가면 기괴한 조형물이 관람객을 반긴다. 크기도 커서 그 위협감은 크다. 그 조형물에는 말의 꼬리와 승마화, 그리고 구찌의 컬렉션 영상이 달려있다. 사람과 다른 모습의 로봇, 기계장치는 거부감과 거리감을 준다. 일정한 간격으로 말의 꼬리는 소리를 내며 움직이기까지 한다. 컬렉션에 말을 사용했다는 건 ‘구찌’의 전형을 다시 한번 보여준 것이다. 하지만 그 의미는 과거와는 다르다.

 

과거에는 ‘승마’를 목적으로 수동적인 말의 모습을 보여줬다. 말을 생각하면 자유롭게 날뛰는 말보다는 사람에 의해 달리는 말이 더 친숙하게 떠오른다. 사람이 조종해 사람이 가고 싶은 방향으로 간다.

 

하지만 기괴한 기계와 대비되는 컬렉션 속 아름다운 말의 모습은 인상 깊다. 비록 사람과 함께 있지만 도시 속에서 가고 싶은 곳을 간다. 그리고 과거의 사람-말은 사람과 운송수단의 관계지만 같이 하나의 자동차를 탐으로써 말 또한 자유로운 존재임을 보여준다.

 

심지어 수영장 속에서 수영까지 한다. 이는 개인의 스타일과 개성을 추구하는 ‘구찌’를 잘 보여준다. 과거의 전형을 사용해 현재 ‘구찌’가 지향하는 바를 나타낸 것이다. 내가 입고 싶은 것을 입으며 패션의 규칙을 부수는, 패션의 자유로움을 표현했다.

 

이 외에도 더 많은 전시공간이 있다. 총 12개의 방으로 구성된 전시는 명품으로 멀게만 느껴졌던 ‘구찌’를 대중적인 측면에서 조금 더 가깝게 볼 수 있게 한다. 익숙한 신화와 파티 문화, 그리고 공간으로 ‘구찌’를 친근하면서도 예술적으로 볼 수 있다.

 

과거와 현재가 만나 꽃이 피는 정원(garden)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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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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