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성공률 단 10퍼센트! 아무도 모른다! 일단 박고 뒤집어! [취미]

재봉은 쉽지 않지만 재미는 있다. 확실히
글 입력 2022.03.26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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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거 보다 만들어 입는 게 빠르겠다.



철이 들 무렵, 친구들과 옷을 사러 갈때마다 들었던 말이다. 사고자 하는 옷을 길이, 천, 가격, 모양까지 전부 정해서 가다 보니 상상 속 옷에 부합하는 옷을 찾을 때까지 가게를 빙글빙글 돌곤 했다.

 

친구들이 듣고 이것저것 추천해 주었지만 '이건 형태가 마음에 안 든다.' '이건 천이 별로다' '이건 가격이 너무 비싸다.' 등 까탈스럽게 친구들을 지치게 했다. 그러면 친구들은 항상 그냥 하나 만들어 입으라고 하곤 했다.

 

그땐 듣고 웃고 넘겼다. 내가 옷을 만들 수 있을 리가. 하지만 끌리긴 했다. 기성복이라는 게 그렇다. 다수의 사람이 입을 수 있도록 평균적인 수치로 만들어져 나오기에 사람마다 조금씩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허리나 어깨가 남거나 끼고 기장이 맞지 않는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게다가 사이트마다 사이즈가 달라 실패하는 경우도 왕왕 있었다. 평소 M 사이즈를 입던 내가 XL 사이즈가 작아서 입으면서 늘렸던 기억을 잊을 수 없다.


그런 나에게 내가 원하는 천으로 원하는 길이에 원하는 모양의 나에게 딱 맞는 맞춤옷? 얼마나 좋은가. 맞춤옷을 매번 사기에는 이제 막 입학한 대학생의 지갑은 연약했다. 눈물을 머금고 다음을 기약했다.

 

 

 

철이 없었죠 코바늘 하는 거 보고 재봉틀 산다는 게


 

어릴 때 집에 재봉틀이 있었다. 주로 할머니나 아버지가 많이 쓰셨는데 위험하다고 하셔서 내가 만질 수 있을 때는 바늘에 실 끼워드릴 때뿐이었다. 실을 끼워드리고 나면 달달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재봉틀이 너무 멋있어 보였다. 잘 보이라고 햇빛 잘 드는 곳에 두어서 그러니 햇빛 잘 드는 시간대에 달달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그 장면이 너무 좋았다. 그래서 나도 언제가 재봉틀로 무엇이든 해보고 싶었다.

 

그로부터 몇 년 후 코로나 사태가 일어나면서 밖으로 나가길 좋아했던 엄마는 심심함을 견디지 못하고 코바늘을 집었다. 엄마의 유튜브 알고리즘이 전부 코바늘 영상으로 가득 찰 때쯤 코바늘로 실을 엮어 목도리를 시작으로 온갖 모양의 가방을 뜨기 시작했다. 밀짚모자를 풀어 여름용 가방을 만들어 주시더니 내친김에 겨울용 가방까지 만들어주었다.

 

가방을 뜨개질로 뜨다니 너무 신기했다. 아니 저런 걸 손으로 만들 수 있다니 소품 점에서나 보던 걸 직접 눈으로 보고 있으니 언니와 내 안에 무언가가 끓어올랐다. 무언가 만들고 싶다. 언니는 자수를 시작했다. 옆에서 언니는 한 땀 한 땀 손바느질을 하고 엄마는 여전히 코바늘로 뜨개질에 한창이었다. 나도 저들 사이에서 무언가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평소 좋아하던 유튜버의 영상을 보게 되었다. 직접 드레스를 만들어 촬영하시는 분이었는데 그걸 보고 깨달았다. 나는 재봉을 해야겠다고. 친구들의 말을 현실로 만들어야겠다고. 신입생의 나는 돈이 없었다지만 휴학생의 나는 돈이 있었다. 그래서 시켰다. 주문했던 재봉틀이 매진이라고 더 좋은 재봉틀을 보내주셨다. 이건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이 재봉틀과 나는 만날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고.

 

 

재봉.jpg

 

 

 

삐뚤빼뚤해도 괜찮아! 계속해!



내 손으로 재봉틀을 돌려보는 것은 난생처음이었고 재봉틀을 산다는 것에 의의를 뒀기 때문에 재봉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다. 재봉틀 말고 다른 부자재는 무엇이 필요한지. 천의 단위나 종류, 가격 그리고 자수 형태도 알지 못했다. 노루발 같은 부자재는 모두 재봉틀을 살 때 동봉해 주었기에 해결했다고 치고 도서관으로 뛰어갔다. 흥미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초보자를 위한 재봉 책을 빌리고 영상도 잔뜩 찾아보았다. 간단한 것부터 차차 만들어나가고 싶은 것들까지.

 

아무리 영상을 많이 본다고 할머니가 하는 걸 자주 봤다고 해도 실상은 달랐다. 처음엔 낡은 옷을 가져와 최대한 일자로 박아보았다. 하지만 생각보다 일자로 가는 건 힘든 일이었다. 오른쪽으로 휘었다 왼쪽으로 휘는 게 아주 자유로웠다. 보다 못한 부모님이 한마디씩 거들어 주셨지만 이해하지 못했다. 아는 게 없으면 조언도 그저 흘러가는 말일 뿐. 눈으로 보는 것과 손으로 직접 해보는 것은 정말 크게 달랐다. 삐뚤빼뚤. 교정 전문 치과 CM송이 머리를 치고 지나갔다. 깨달았다. 연습만이 답이다.

 

나의 실력을 과대평가하고 있었다는 걸 깨닫고 무리하지 않기로 했다. 쉬운 것부터. 차근차근. 옷이나 가방같이 복잡한 건 뒤로 미루기로 했다. 부자재를 사둔 것도 없어서 지퍼도 필요 없이 그냥 박으면 완성되는 베갯잇을 만들기로 했다.

 

처음이라 그런지 재단을 하는데에도 오래 걸렸다. 긴 자 없이 15㎝ 자로 길이를 재다 보니 재단 선이 휘어 직각이 되지 않아 천 조각들이 다 제멋대로였다. 오버로크가 멋있어 보여 따라 하다가 몇 없는 바늘도 하나 깼다. 나름대로 심혈을 기울여 일자로 노력했지만, 아직 휘어진 박음질과 실이 엉켜 실을 몇 번이고 풀었더니 자국이 남아버렸다. 생각을 잘못해서 무늬도 뒤집혀서 제각각이었다. 솔직히 엉망이었다. 보고 계시던 엄마가 먼저 지쳐 이제 뒤집고 만족하라고 하셨다. 뒤집어보니 괜찮아 보이긴 했다. 내부가 엉망인 걸 생각하면 속상하긴 했지만 내가 직접 재단하고 만들었다고 생각하면 나쁘지 않았다. 속상하다고 다시 하기에는 천이 아까웠다. 그렇게 재봉틀 입문작을 완성했다.

 

하나를 만들고 나니 자신감이 붙었다. 결과물을 장담할 수 없지만 다른 것들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 쇼핑몰로 천을 구경하면서 차이를 공부하고 부자재도 찾아보곤 한다.

 

요즈음 취미라고 부를 게 없었는데 재봉을 생각하면 즐겁다. 삶에 즐거움이 들어온 기분이다. 팍팍한 일상에서 잠시 눈을 돌릴 수 있는 대피처가 되어주는 게 고마웠다.

 

 

close-up-sewing-machine-working-with-pink-fabric.jpg

 

 

아직 완벽하지는 않다.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올 거라는 믿음도 없지만. 나는 아직 초보니 괜찮지 않을까. 유튜버도 할머니도 처음부터 잘하셨을 리는 없다. 끊임없는 노력과 연습 그리고 관심 세 가지가 섞여 그러한 결과물이 나올 것이다. 일단 오늘도 받는다. 다음에는 좀 더 멋진 작품이 나오길. 나 스스로 내 옷을 만들어 입게 되기를. 겉도 안도 아직 완벽하지 않지 않지만 언젠가 안팎 모두가 깔끔한 작업물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

 

 

[빈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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