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출판] "이미 알려진 작가지만 저는 좀 다르게 소개하고 싶었어요" - '파시클' 박혜란 대표

글 입력 2022.03.24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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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小昭한 출판


오늘도 어딘가에서 책을 만들고, 누군가는 그 책을 읽습니다.

찾아보지 않으면 발견하기 어려운 출판 이야기,

작고(小) 빛나는(昭) 출판사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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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시클'에서 펴낸 책들

 


파시클

 

2017년 신혜원 작가와 함께한 에밀리 디킨슨의 그림시집 『어떤 비스듬 빛 하나』를 내며 시작되었다. 그림시집을 포함해 지금까지 에밀리 디킨슨의 시집 5권을 펴냈다. 번역가인 박혜란 대표가 직접 시를 고르고 번역해 책을 만든다. 디킨슨의 시집 외에도 여성의 이야기와 목소리가 담긴 책을 꾸준히 만들려 한다.

 

 

많은 사람들이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책을 읽는다. 이들은 책에서 생활에 곧바로 적용할 수 있는 지혜를 얻기를 바란다. 이와 달리, 어떤 사람들은 오히려 길을 잃기 위해 책을 읽는다. 전자가 실용서 독자라면 후자는 시집 독자일 것이다. 낯선 시어들 사이를 헤매다 보면 알고 있다고 믿었던 것조차 모르는 것이 되어버리곤 한다.

 

뚜렷한 목적을 갖고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효율적으로 행동해야 살아남는 세상에서 '목적 잃기'를 택하는 사람들, 시 읽는 자들은 대담하다. 시를 쓰는 사람, 시집을 출판하는 사람은 더 그러하다. 첫 책으로 시집을, 그것도 외국 시인의 시집을 낸 출판사 '파시클'은 그래서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파시클'이라고 소리내 발음하면 각 자모음이 부서져 공기를 떠다니는 가벼운 파편이 되는 것 같다. 파시클이 소개하는 에밀리 디킨슨의 시 역시 한 번 읽었을 때는 입에도 머리에도 붙지 않는다. 두 번 세 번 천천히 읽으며 파편 같은 시어들이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렇게 읽다 보면 시를 음미한다는 게 무엇인지, 왜 사람들이 시를 읽는지 알 것도 같다.


에밀리 디킨슨의 시집 네 권을 연달아 펴낸 '파시클'은 어떤 출판사일까. 왜 많고 많은 시인 중 에밀리 디킨슨이었을까. 지난 18일, 파시클 대표이자 번역가인 박혜란 님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에밀리 디킨슨을 '다시' 소개하는 출판사, '파시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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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출판사 ‘파시클’의 대표이자 번역가로 활동하는 박혜란입니다. 출판을 한 기간보다 번역하고 강의를 했던 시간이 더 길어서 번역가라고 소개하는 게 더 편해요.


출판사 ‘파시클’을 어느덧 햇수로 5년째 운영하고 계십니다. 파시클은 어떤 출판사인가요?


파시클은 2017년에 에밀리 디킨슨의 시를 번역 출판하며 시작되었어요. 에밀리 디킨슨은 19세기 미국의 여성 시인으로, 1800여 편의 시를 남겼지만 생전에는 정식으로 시를 출판한 적이 없어요. 디킨슨은 자신의 시를 40여 편 정도씩 묶어서 정리해놓았는데, 후대 연구자들은 그걸 다발, 묶음이라는 뜻의 ‘파시클(Fascicle)’이라고 불러요. 출판사 이름은 거기서 따 왔습니다.


출판사를 만들고 출판을 하시게 된 계기도 궁금합니다.


제가 영문학 전공자여서 원래부터 에밀리 디킨슨의 시 번역은 꾸준히 해왔어요. 디킨슨의 시집을 내면 좋겠다 생각은 했지만, 워낙 유명한 시인이라 이미 큰 출판사에서 시집이 몇 권 나온 상태였죠. 그래서 저는 제가 번역한 시를 블로그나 SNS에 올리거나 주변 사람들과 함께 읽곤 했어요. 같이 시를 읽던 사람들 중 그림을 그리는 신혜원 선생님께서 다른 번역과 달리 제가 번역한 에밀리 디킨슨의 시에서는 어린 소녀의 목소리가 느껴지는 게 독특하다면서 그림을 그려주셨어요. 그 그림들을 모아 시와 함께 얇은 책을 만들었던 게 파시클의 시작이었습니다. 20쪽이 되지 않는, 그야말로 ‘파시클’이었죠.


그 책을 시작으로 에밀리 디킨슨의 시를 직접 골라 번역하며 시집을 냈어요. 당시 제가 ‘땡땡책협동조합’이라는 곳에 소속되어 있었어요. 거기에 편집자, 작가, 번역가를 비롯해 책을 만들고 있는 분들이 많았는데, 책을 낼 때 여러 가지로 도움을 받았습니다.


‘파시클’이라는 이름도 그렇고, 지금까지 내신 여섯 권의 책 중 네 권이 에밀리 디킨슨의 시집인 것도 그렇고 에밀리 디킨슨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것 같아요. 많은 시인 중 에밀리 디킨슨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일단 제가 좋아하는 시인이고, 페미니즘 시학을 전공하며 워낙 많이 읽었기에 친숙했어요. 유명한 만큼 그의 삶과 시와 관련해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다양한 관점에서 볼 수 있는 시인이기도 해요. 원래 디킨슨은 평생 집에서 비혼으로 살며 시를 쓰면서도 출판은 하지 않았던, 신비하고 별난 사람 정도로 과도하게 신비화되었거든요. 옷도 흰 드레스만 입고 이슬을 먹고 살았다는 식의 이미지가 있었죠.(웃음) 시도 그런 맥락에서 해석되곤 했어요. 그러다가 페미니즘 운동이 전개됨에 따라 미국 내부에서 에밀리 디킨슨을 새롭게 발견하고 그의 시를 다시 읽자는 흐름이 있었어요. 마치 우리나라에서 2010년대 중반 ‘페미니즘 리부트’와 함께 나혜석을 재발견하는 움직임이 있었던 것처럼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기존에 출판된 에밀리 디킨슨 시집에는 그런 맥락이나 최신 연구 동향이 반영되지 않은 채 여전히 특별하고 신비로운 여성 시인으로서의 모습만 강조되곤 했어요. 디킨슨의 시가 우리나라에서 처음 번역되어 출판될 때에는 참고자료도 많지 않았고 연구자들도 지금보다 적었기 때문이죠. 저는 좀 다르게 소개하고 싶었어요. 에밀리 디킨슨을 보는 다른 관점을 제시하고 오해를 바로잡고 싶었죠. 예를 들어 디킨슨이 비혼이었다는 이유로 굉장히 고립된 삶을 살았을 거라고 생각되지만 실제로 디킨슨은 빵 굽기 대회에서 1등을 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빵도 잘 구웠고, 열정적으로 정원을 가꾼 걸로도 유명했어요. 자신에게 주어진 일상을 충실히 살고, 그 일상을 열심히 시에 녹여낸 시인이었죠. 저는 디킨슨의 그런 면모를 좀 더 보여주고 싶었어요.


대표님이 가장 좋아하는 에밀리 디킨슨의 시는 무엇인가요? 한 편을 소개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첫 책인 『절대 돌아올 수 없는 것들』은 제가 좋아하는 시들을 엮은 거라 여기 있는 시는 다 좋아하는 편이에요. 그중에서도 하나를 고르자면 「나는 가능 속에 살아요」(*에밀리 디킨슨은 생전에 시 제목을 짓지 않아서 시 첫 행으로 제목을 대신함)라는 시를 꼽고 싶어요.


 

나는 가능 속에 살아요―

산문보다 더 아름다운 집이지요―

창도 훨씬 많구요―

문이라 하기에는― 훨씬 좋죠―


그 방은 삼나무 숲 같아―

눈으로 꿰뚫어 볼 수 없어요―

그리고 영원한 지붕에는

하늘로 된 박공이 있지요―


손님들 중에― 가장 아름다운 이가―

차지할 거예요― 이것은―

내 좁다란 손을 활짝 펼쳐

낙원을 모아요―

 

 

이 시의 첫 행인 ‘나는 가능 속에 살아요―(I dwell in Possibility―)’에서 ‘가능(Possibility)’이라는 시어에 눈길이 계속 가요. 단순히 사전적 의미로 ‘가능’이라는 단어를 이해할 수도 있지만, 이어지는 행이 ‘산문보다 더 아름다운 집이지요―’라는 걸 생각하면 ‘가능’이란 ‘산문’과 대조되는 ‘시’ 자체를 뜻할 수도 있고, 더 나아가 시가 곧 가능 자체가 될 수 있다는 점이 좋아요. 마지막 행인 ‘내 좁다란 손을 활짝 펼쳐 낙원을 모아요―(The spreading wide my narrow Hands To gather Paradise―)’도 정말 좋아해요. 나도, 내 손도 작은 존재이지만 동시에 모든 것을 다 담을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로 생각해볼 수도 있어서요.

 

 


"페미니즘을 기반으로 교차하는 주제들에 관심이 많아요."


 

시 자체도 진입장벽이 있는 장르인데, 특히나 영시는 더 어렵게 느끼는 사람이 많은 것 같습니다. 대표님이 생각하시는 ‘영시 읽는 팁’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어떻게 하면 영시를 더 풍부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까요?


영시에 진입장벽이 있다는 건 저도 공감하는 바예요. 이 부분은 번역자가 더 잘 해야 되는 부분 같아요. 번역자로서 미안한 마음과 함께 책임감을 갖고 있습니다. 번역을 할 때면 늘 영어 원어의 의미를 살리고자 하는 마음과 우리말로 좀 더 잘 읽히도록 옮기려는 마음이 충돌해요. 그 사이에서 잘 조율을 해야 할 것 같아요.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저는 번역문과 원문을 책에 나란히 싣는데, 읽으실 때 둘을 대조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때론 아무 맥락 없이 어느 한 행이 마음에 꽂힐 때도 있어요. 너무 깊이 해석을 하려 하기보다는 그런 순간적인 감각에 주의를 기울이며 읽어보는 것도 좋아요. 지나치게 무겁게 생각하지 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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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 디킨슨의 시집 외에도 『앙산한 저 나무에도 언젠가는 잎피 피갯지』, 『회사가 사라졌다』를 내셨는데, 이 책들은 어떻게 만들게 된 건가요?


저는 페미니즘과 노동, 기후위기, 인권문제가 교차하면서 생겨나는 다양한 주제들에 관심이 있어요. 에밀리 디킨슨을 공부했던 것도 페미니즘이 문학적으로 어떻게 얘기될 수 있는지 관심이 많아서였고요. 그래서 그런 주제를 담은 책들을 계속 내려 해요.


『회사가 사라졌다』는 '싸우는여자들기록팀 또록'이 폐업 현장에서 임금을 받지 못했거나 부당한 대우를 받아 싸우는 여성 노동자들을 만나서 그들의 이야기를 기록한 책이에요. 또록 팀은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부조리한 노동의 구조적인 문제를 파고드는 글을 써요. 그런 부분이 좋아서, 또록팀의 글들을 엮어 책으로 만들어보자는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앙산한 저 나무에도 언젠가는 잎피 피갯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생존자이자 인권운동가인 故 김복동 님의 그림을 모티프 삼아 만든 일종의 그림 에세이예요. 제가 굉장히 존경하는 분이고, 생전에 통역을 도운 적도 있어요. 추모 전시회에서 그분이 그린 그림을 보게 되었는데, 직접 뵐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을 받았어요. 같이 전시를 관람했던 서양화가 김지현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 그림들을 바탕으로 함께 작업을 해보자는 얘기가 나왔죠. 그렇게 3년 동안 김복동 님의 그림에 대해서 글을 쓰기도 하고 또 다른 그림을 그리기도 하며 정리하고 다듬은 내용이 책으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말씀을 듣다 보니 파시클의 책들은 페미니즘을 기반으로 여성에 대한 기록을 이어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대표님이 책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점은 무엇인가요?


예전에 영시 전공자들끼리 "시를 읽는 사람들은 모래 백사장에서 한 움큼 쥔 모래알 정도 되는 것 같다. 이 중에서 특히 영시를 읽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되겠냐." 같은 대화를 했어요.(웃음) 저도 저희 책의 독자가 그렇게 많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그 적은 수의 독자들이 설렐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책을 만들어요. 그러기 위해 원고가 가지고 있는 느낌과 정서와 생각들이 디자인과 편집에 다 담기기를 바라며 신경을 많이 씁니다.


 

 

"백사장 모래 한 줌 같은 독자들일지라도 그분들께 믿음을 주는 책을 만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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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분담은 어떻게 하시나요?


저 같은 경우 책을 기획하고 출판하긴 하지만 주로 번역을 하고 편집과 디자인은 다른 분이 맡아서 하세요.


책을 만들며 가장 보람 있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서울국제도서전에 참가했을 때 부스를 찾아오셨던 어떤 독자분이 기억에 남아요. 초면인데, 『절대 돌아올 수 없는 것들』을 너무 잘 읽었다며 제게 다가와서 책에 대한 감상과 함께 본인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털어놓으시더라고요. 그리고 가끔 SNS에 ‘에밀리 디킨슨’을 검색해보는데, 누군가 파시클에서 나온 책을 읽고 사진이나 글을 올린 걸 볼 때도 뿌듯해요. 저는 시가 다른 창작이나 작업물로 곧잘 이어지곤 한다는 점에서 시가 일종의 ‘자료집’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낸 책이 또 다른 좋은 작업물이 탄생하는 바탕이 되는 걸 볼 때, 책을 내길 참 잘했구나 싶어요.


반대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그 순간을 어떻게 지나오셨는지도 궁금합니다.


저는 육아를 병행하며 강의와 번역, 학업을 병행했을 때 많이 힘들었고 건강도 안 좋았어요. 책을 만들면서는 오히려 힘든 순간이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다만 작년 초에 여러 권을 한꺼번에 작업한 데다가 팬데믹 여파까지 더해져 번아웃이 왔어요. 마음도 신체도 건강하려고 나름 노력했는데, 특히 에밀리 디킨슨의 자연시를 많이 읽었습니다. 『나의 꽃은 가깝고 낯설다』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매혹에 대해 쓴 시들을 모은 시집인데, 이때 읽은 시들을 모은 시선이예요. 수록된 시들은 대체로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평가절하되어서 국내에 잘 소개되지 않은 시들인데, 여기 실린 시들이야말로 디킨슨 개인과 가장 많이 맞닿아 있는 시들이기도 해요. 디킨슨은 정원을 가꾼 걸로도 유명하거든요. 이 시집을 만들며 저도 식물을 키웠고, 그러면서 힘든 시간을 지나왔어요. 책도 반응이 좋아서 뿌듯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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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를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기존의 서점광고 등은 대형출판사에 유리한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작은 출판사로서 독자에게 다가가는 파시클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첫 번째 책을 내고 나서 제가 잘 가는 서점이나 파시클의 책과 어울릴 것 같은 작은 서점 리스트를 쭉 추려서 정리했어요. 언론사 대신 그 서점들에 보도자료와 이메일을 보냈고, 그렇게 연결된 서점들을 중심으로 책을 배포했죠. 도서전이나 책축제에서 직접 독자들을 만나 책 소개를 하기도 했고요. 그렇게 한 사람 두 사람 독자들이 생기게 된 것 같아요. 그렇게 만난 독자들이 '진짜 독자'가 되더라고요. 그리고 요즘은 학교에서도 예전보다 에밀리 디킨슨을 많이 읽는 거 같아요. 그러면서 추가로 독자가 생기기도 합니다.

 

파시클은 독자들에게 어떤 출판사로 기억되고 싶나요?


독자가 많지 않지만 파시클의 책은 꾸준히 팔린다는 게 특징이에요. 하루에 한 권일지라도 매일 주문이 들어오거든요. 정말 바닷가 백사장의 모래 한 줌 같은 독자들일지라도 그분들에게 믿을 수 있는 책, 좋은 책을 내는 출판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대표님께 출판이란 무엇인가요?


질문을 들으니 에밀리 디킨슨의 「출판은―경매예요」라는 시가 떠올라요. ‘출판은―경매예요. 인간 정신을 사고팔지요―’가 첫 행이에요. 디킨슨이 살았던 19세기 중반에 ‘경매’란 노예시장에서 노예를 사고팔던 걸 의미했기에, 경매란 곧 ‘인간 정신을 사고파는 것’으로 이어져요. 출판에는 그런 구석이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내 생각이 글이 되고 책으로 만들어져서 밖으로 나가는 과정에서 내 생각이나 의도, 마음이 어쩔 수 없이 훼손되는 경우가 있잖아요. 독자가 완전히 잘못 해석하는 경우도 있고, 의도와 달리 나쁜 일에 이용되기도 하고요. 그런 점이 걱정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에요.


하지만 그걸 뛰어넘을 정도의 기쁨과 설렘이 있기에 계속하게 되는 것 같아요. 최근에 그걸 또 실감했어요. 제가 지금 기다리는 원고가 있거든요. 작가님이 거의 다 완성했다고 연락을 하셨는데 갑자기 너무 설레는 거예요. 분명 상업적인 시장 안에서 왜곡되고 이용당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만든다는 건 설레고 매력적인 일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말씀하시는 걸 들으니, 앞으로도 출판을 오랫동안 이어나가실 것 같은데요, 파시클에서 앞으로 나올 책들을 소개해주세요.


우선, 여성 웹툰작가들을 기록한 책을 준비하고 있어요. 기록작가인 박희정 선생님이 몇몇 여성 웹툰작가를 인터뷰하고, 그들 각자의 작품과 더불어 작업하며 겪었던 일상과 삶 이야기를 엮은 책이에요. 음악하시는 분이 쓰는 에세이도 준비 중입니다. 작가님은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생명들에게 관심을 갖고 매일 동네 뒷산을 산책하며 관련된 에세이를 쓰고 있어요. 연말쯤에는 그동안 쓰신 글들을 모아 책으로 낼 예정이에요. 에밀리 디킨슨의 다섯 번째 시집도 준비 중입니다. 『나의 꽃은 가깝고 낯설다』에서 밝고 화사한 시들을 모았다면, 이번 시집에는 고독이나 상실, 외로움, 죽음 같은 정반대의 정서를 담은 시들을 모으고 있어요. 이 시집은 여름쯤 나올 것 같습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너무 거창한 얘기를 한 걸 아닐까 걱정이 살짝 되는데요, 모처럼 책 얘기를 할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소원.jpg

 

 

[김소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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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
  •  
  • 박세나
    • 박혜란 대표님께서 번역하신 에밀리 디킨슨의 시집들을 너무너무 잘 읽은 독자인데, 이렇게 아트인사이트 인터뷰로 만나뵙게 되어 행복하네요. 번역가님께서 하나하나 정확한 언어로 세공해주지 않으셨다면 저에게 결코 가닿지 못했을 영시였겠지요. 최근에 친구들과 에밀리 디킨스의 영시 모음집을 읽고 있는데, 박혜란 번역가님의 번역과 비교해서 보는 재미가 있어요. 애틋하게, 그리고 선명하게 표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영시를 읽는 것은 모국어로 된 시보다 늘 어렵게만 생각했었는데 파시클 출판사를 만나고 나서부터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군함 없어도 책 한 권이면 돼 (...) 인간의 영혼을 실은 전차인데 이렇게 소박하다니" <절대 돌아올 수 없는 것들>에서 번역가님이 번역한 에밀리 디킨슨의 시 중에 가장 좋아하는 시에요. 그런 소중한 책 한권을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풍성한 내용이 담긴 좋은 인터뷰도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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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혜란
    • 박세나박세나님,
      따뜻하고 애정어린 글 고맙습니다. 너무 감사해서 뭐라고 답을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게으른 번역자에게 달콤한 채찍이 되었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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