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음악을 사랑하는 당신께 2) 재즈, 블루스, 소울 [음악]

인종 차별을 뛰어넘은 재즈, 블루스 그리고 소울
글 입력 2022.03.24 13:04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이전 글: 음악을 사랑하는 당신께 1) 로큰롤/락앤롤

 

'빌보드 핫 100' 차트 1위를 차지한 'Poor Little Fool'은 1950년대까지 폭발적인 인기를 끈 '로큰롤' 장르의 음악입니다. 로큰롤이 미국의 젊은 층에게 인기를 끌게 된 것에는 그 전까지 인기 있던 '재즈'와 '블루스' 등의 음악이 복잡할 뿐만 아니라 전쟁을 겪은 기성 세대의 전유물이라는 사고방식이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러나 로큰롤 또한 이러한 음악 장르의 영향을 깊게 받았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이번 글에서는 재즈, 블루스, 그리고 그것이 발달된 음악 중 소울 음악의 의의를 통해 현대 음악이 발전한 양상을 살펴보겠습니다.

 

 

 

미국을 사로잡은 재즈와 블루스


 

재즈와 블루스는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중반까지 미국 내에서 광범위하게 인기를 얻었던 장르입니다. 재즈와 블루스는 거의 동시대에 발전한 음악으로, 아프리칸 미국인들로부터 발전하기 시작한 흑인 음악이라는 점에서 매우 흡사합니다. 아프리카에서 강제로 이주된 사람들이 본국에서부터 가져온 아프리칸 음악 고유의 음계, 리듬과 같은 정체성이 유럽 악기들과 조화를 이룬 음악을 두고 다양한 장르가 발전되었는데, '재즈'와 '블루스'도 하위 장르입니다.

 

재즈와 블루스 중 무엇이 먼저 발달되었는가를 판단하기에는 두 장르 간 연관성이 매우 짙기 때문에 가릴 수 없으나, 두 장르 모두 대중음악의 발판을 만들어 주었기 때문에 대중음악의 발달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장르입니다.

 

약 100년 전 미국을 상상해볼까요? 1922년이겠군요. 제1차 세계대전을 겪고 전쟁특수로 경제가 발전했습니다. 아직 경제 대공황이 오기 전일테니, 일상생활도 문화예술을 향유하기에 좋게끔 여유로웠을 것입니다. 볼 일이 있어서 큰 도시로 나왔습니다. 저기, 음악이 자그맣게 들리는 바가 하나 있습니다. 궁금해져서 다가가보니 재즈바네요. 들어가보니 피아노로 스윙 리듬을 연주하고 금관악기를 부는 사람들이 유쾌하게 음악을 즐깁니다. 약간의 시간이 흐릅니다. 미국 근현대 음악사를 뒤흔든, 재즈계의 전설이 나타납니다. 바로 루이 암스트롱입니다.

 

루이 암스트롱은 1901년에 태어나 재즈라는 장르를 일궈낸 초창기 재즈의 음악가로, 재즈에서 빼놓고 말할 수 없는 위인입니다. 재즈의 특징이라고 말할 수 있는 즉흥 연주, 스캣 등의 본좌로 설명할 수 있는 루이 암스트롱은 박자를 무시하는 것 같으면서도 정확하게 지켜내는 특유의 리듬감으로 재즈를 매우 발전시켰습니다. 악기를 불며 행복하게 노래하는 루이 암스트롱은 1971년, 심장마비로 사망하기 직전까지도 계속해서 음악을 했으며 그를 대표하는 음악 중 'What a wonderful world'의 경우 1967년에 발표된 음악이였음에도 불구하고 밝게 웃음지으며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가 부른 'When The Saints Go Marching In'은 이러한 재즈의 특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재즈는 이후 리듬감이 강조되고 밴드 위주인 스윙 음악에서 즉흥 연주 위주의 비밥 등으로 발전해가면서 찬란한 재즈의 전성기를 맞이합니다. 솔로와 밴드 모두가 재즈에서 흥겨워하며 음악을 즐기는 모습은 재즈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행복한 모습으로 남게 됩니다.

 

비밥의 경우 모던 재즈의 시작으로 불리우는 재즈의 소장르 중 하나입니다. 연주가의 즉흥적인 연주를 통해 진행되는 역동적인 곡의 흐름은 사람들로 하여금 환호하게 하였습니다. 찰리 파커는 색소폰으로 비밥을 연주하면서 그가 가진 음악에 대한 사랑과 열정을 내보였습니다. 즉흥이 주가 되는 비밥이다보니 빠른 속도로 자신의 흥에 맞추어 연주하던 찰리 파커는 1950년대 즈음으로 하여 사람들에게 비밥의 확실한 존재감으로 자리매김하였습니다. 그가 연주한 Donna Lee를 통해 그의 즉흥 연주를 관람할 수 있습니다.

 

 

 

 

블루스 또한 재즈와 비슷한 시기에 부흥하였습니다. 'Blues'는 파란색이 가진 의미 중 '우울한'을 강조한 것인데, 초창기 블루스는 슬픈 내용의 가사가 많은 애수에 젖은 곡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주고 받는 것'이 블루스의 큰 특징인만큼,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이 극심했던 시절 아프리칸 미국인 노예 또는 아프리카에서 강제로 노예생활을 위해 끌려온 이들이 강제 노동을 하며 블루스를 발전시켰습니다. 따라서 본질적으로 재즈와의 뿌리는 비슷하지만 음악적 분위기는 굉장히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블루스의 거장으로는 빅 빌 브룬지가 있습니다. 빅 빌 브룬지는 블루스의 초기 발판을 다진 인물로 유럽에서까지 블루스를 연주하여 후대 많은 록(락) 음악가들에게 블루스 특유의 부기우기 리듬, 음악 진행 등에 대해 전파하고 영감을 주었습니다. 이것은 단순 타 대륙에 대한 음악 전파가 아닌 대중음악의 발전을 위한 씨앗을 내려 이후 브리티시 인베이젼까지 이어진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의가 있습니다. 빅 빌 브룬지의 'Hey Hey'를 통해서 블루스의 정취를 느낄 수 있습니다.

 

 


 

간혹, 이러한 견해가 있을 것입니다. 어차피 이 음악들은 대중음악과 거리가 멀고 특정 계층의 사람들만 많이 즐겼던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알 필요가 있느냐고요. 하지만 이는 굉장히 잘못된 생각입니다. 재즈와 블루스야말로, 대중음악의 문을 연 음악들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재즈와 블루스는 20세기 중반, 로큰롤의 등장으로 많이 쇠퇴하였다고 평가를 받습니다. 그러나 비단 로큰롤만이 아닌 그것이 발달된 장르인 록에서도 블루스 특유의 리듬과 재즈 특유의 독특한 구조가 혼합되어 나타납니다. 따라서 재즈와 블루스는 로큰롤로 대표되는 '대중음악의 시작'을 위해 오히려 매우 견고한 발판이 되어주었다고 이해하는 것이 적절할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아프리칸 미국인들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흑인 차별', '유색인종 차별'이 극심하던 시기에 아프리칸 미국인들이 자신의 뿌리를 잊지 않고 문화적으로 발전시킨 것인 재즈와 블루스. 기득권층이던 '백인'이 열광한 로큰롤 이후 다양한 대중음악들이 사실은 '흑인'이 발전시킨 장르로부터 발달되었다는 것은 통쾌한 일이지 않을까요? 폭력을 예술로 이긴 것이니 음악적인 측면 뿐만 아니라 사람 대 사람으로서도 차별에 대한 저항의 승리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그 정체성에 대한 보존으로도, 재즈와 블루스는 매우 중요합니다.

 

 

 

R&B를 이은 소울


 

R&B,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하지만 이 약자의 의미는 무엇인지는 매체에서 많이 다루진 않습니다. R&B는 리듬 앤 블루스, 즉 블루스와 재즈가 혼합된 음악 장르입니다. 이름으로부터 알 수 있듯 블루스보다 리듬이 강조된 장르로 조금 더 경쾌하고 재즈 특유의 리듬감을 가지고 있는 블루스의 양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R&B의 경우 이 시기보다는 그 이후, 1980년대 이후 컨템포러리 R&B가 크게 유행합니다. 이 시기에는 그럼 무슨 음악이 발전하였는지 본다면, 바로 소울 음악입니다.

 

상단에 기술한 대로 아프리칸 미국인의 정체성을 담고 있던 재즈와 블루스가 다른 장르와 혼합되면서 다양해지자 그 '정체성'을 조금 더 살리고자 한 것이 '소울', 소울 음악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보통 말하는 '흑인 음악 같다'라는 특유의 분위기가 들곤 합니다. 소울 음악은 특히 그 '정체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흑인 민권 운동이 진행되던 시기와 맞물려 인종 차별에 대한 비판을 녹여내고도 하였습니다. 샘 쿡의 'A Change is Gonna Come'이 바로 그러합니다.

 

 

 

 

샘 쿡 특유의 날카로운 음색으로 찢어질 듯이 노래하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나요? 가사 또한 인종 차별에 대한 비판이 녹아있어서 많은 생각을 하게끔 합니다. 결국 변화가 올 것이라는 제목처럼, 이 노래는 민중 가요로서 아프리칸 미국인에 대한 차별에 저항할 때 많이 불려왔다고 합니다.

 

 

I was born by the river in a little tent

Oh, and just like the river I've been a running ever since

It's been a long, a long time coming

but I know, oh-oo-oh,

a change gon' come, oh yes, it will

 

나는 강 근처 작은 텐트에서 태어났네

강처럼 그저 지금까지 살아왔네

정말 길고도, 긴 시간이 오고 있다네

그치만 난 알아, 변화가 오고 있다는 것을 말일세

 

 

샘 쿡의 차갑고도 애달픈 'A Change is Gonna Come'과는 대조로, 항상 기쁘게 함박 웃음을 지으며 노래하는 또 다른 소울 음악인이 있습니다. 바로 레이 찰스입니다. 마치 루이 암스토롱처럼, 그는 웃으며 노래합니다. 심지어 시력장애를 앓고 있는데도, 그는 노래를 부르는 것이 행복해서 미소를 멈출 수 없다는 듯 노래하며 기쁘게 웃습니다. 차별, 그리고 행복. 너무나도 이질적인 관계지만 레이 찰스는 그 속에서 웃음을 잃지 않고 노래합니다.

 

레이 찰스는 수많은 상을 받았으며 20세기 소울을 대표하는 거장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는 소울뿐만 아니라 R&B 등 다양한 장르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하였으며 말년에는 마이클 잭슨이 'We are the world'를 제작할 때 하이라이트 부분을 함께 부르며 그 영향력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그를 대표하는 곡들로는 'Hit the Road Jack', 'I can't stop loving you' 등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 사랑을 노래한 'I can't stop loving you'인데, 앞서 소개한 샘 쿡의 'A Change is Gonna Come'과 매우 다른 느낌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같은 소울이지만 차갑고 따뜻함의 차이가 있다고 느껴지네요.

 

 

 

 

그 외에도 제임스 브라운과 스티비 원더 등 많은 음악가들이 있으나 제임스 브라운은 펑크의 시초, 스티비 원더는 80년대 R&B에서 다시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

 

현대 음악은 계속해서, 기존 장르로부터 혼합과 발전을 통해 발달되어 왔습니다. 따라서 재즈와 블루스, 그리고 그것이 발달된 소울은 그 자체로도 가치가 높지만 현대 대중음악에도 굉장히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가끔 재즈, 블루스, 소울 등 아프리칸 미국인들이 20세기 초중반에 발달시킨 장르의 음악을 듣게 된다면 그 음악들의 의의를 다시끔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번 글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윤지원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9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