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새롭게 와닿거나, 익숙해서 공감이 가거나 [도서/문학]

나를 숨 쉬게 하는 보통의 언어들 by 김이나
글 입력 2022.03.17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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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사람의 분위기를 만든다. 자주 쓰는 말이 긍정적이고 따뜻할수록 우리는 좋은 인상을 받는다. 반면 욕설이 입에서 떨어지지 않거나 부정적인 말을 많이 한다면 나쁜 인상을 줄 가능성이 높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뿐만 아니라, 언어와 말투를 통해 평소 그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듯 언어는 생각보다 삶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큰 영향을 미친다.

 

방송을 볼 때도 나는 방송인들의 말을 주의 깊게 듣는 편인데, 최근 이런 내 눈에 들어온 사람이 있었다. 바로 김이나다. 아직 나에겐 방송인보다 작사가로서 더욱 와닿는 인물이다. 최근 재밌게 보았던 JTBC의 <싱어게인>의 심사위원으로 활약했었는데, 참가자들의 무대만큼 인상적인 심사평이 모두 김이나의 혀끝에서 탄생했다. 이로 인해 많은 참가자들이 울컥해, 무대에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도 다수 목격할 수 있었다.

 

포커페이스로 묵직하고도 위트 있는 언어를 구사하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매료되었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를 숨 쉬게 하는 보통의 언어들>이라는 책이 내 손에 들려 있었다. 띠지에 적혀있는 ‘작사가 김이나, 흔들리는 순간에도 지키고 싶은 태도와 말들’이라는 문구가 호기심을 더욱 자극했다.

 

 

 

PART 1. 관계의 언어


 

인간관계에서 쓰이는 언어들은 대개 ‘감정’에 관련된 것이 많다. 감정적인 교류로 이어져 있는 관계가 대부분이기 때문일 거다. 가족, 친구, 연인 등 우리가 살아가면서 만나는 인연들은 어떤 감정에서 시작해 특정한 감정으로 끝난다. 마치 수많은 노래 가사처럼 말이다.

 

‘좋아한다’ ‘사랑한다’ 중 어떤 표현을 더 좋아하는가? 나는 낯간지럽지만 사랑한다는 표현을 조금 더 좋아하는 것 같다. 더 좋아하고 아끼고, 어떻게든 더 챙겨주고 싶은 감정을 일컫는 단어가 나는 ‘사랑한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반면 김이나는 이 두 감정을 조금 다르게 이해하고 있었다. 사랑하는 마음은 본인의 마음을 붕 뜨게 만들기도 하지만, 좋아하는 마음은 온몸의 긴장을 풀리게 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읽다 보니 이 문장에도 공감이 갔다. 사랑과 좋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됐다.

 

‘실망’은 바라던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상한 마음을 뜻한다. 저자는 여기서 ‘바라던 일’에 초점을 맞춘다. 실망이라는 감정은 곧, 상대로부터가 아닌 기대하는 나에게서부터 비롯된다는 것이다. 이 구절을 읽고 문득 생각을 해 봤다. 정말 내가 한 기대 때문에 누군가에게 실망한 건지 궁금해져서 말이다.

 

겪었던 일련의 사건들을 되짚어 보니, 놀랍게도 이 말이 맞는 것 같았다. 내가 마음을 주는 만큼 받지 못해서 실망하는 것이었다. 어떻게 보면 이기적인 마음이라고도 볼 수 있는, 실망스러운 감정. 마음이란 게 이성적으로 통제가 안 되는 영역이라는 걸 다시 느꼈다.

 

 

 

PART 2. 감정의 언어


 

‘찬란하다’라는 말을 좋아한다. 태양으로부터 온 빛의 파편들이 파란 하늘에 흩날리는 느낌이랄까. 저자도 나와 비슷하게 이 단어를 해석하고 있었다. 어쩐지 공감각적인 느낌이 들어 더 좋아하는 단어라고 말했다. 나는 이 단어를 언제 많이 쓸까를 생각해 봤는데, 주로 좋아하는 이들의 앞날을 기릴 때 많이 사용했던 것 같다. ‘빛나다’, ‘눈이 부시다’라는 표현보다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말이라 반가웠다.

 

‘인생은 결국 나 혼자만의 연극이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사실 정말 그렇지 않은가? 나는 이 말에 퍽 공감했다. 인간은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지만, 홀로 살아가야 하는 운명이다. 태어나거나 숨을 다할 때 함께가 아닌 혼자인 것도 그 이유일 것이다. ‘외롭다’라는 말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그런데 나는 이 말이 나쁘게 들리지 않는다. 혼자만의 외로움이 뭐 어때서? 이 외로움을 본인만의 방식으로 즐기는 사람이야말로 진정 외롭지 않은 사람이 아닐까 싶다.

    

기억추억의 차이는 뭘까. 저자는 잘려 나온 디지털 사진이 기억이라면, 인화되어 액자에 넣어진 사진이 추억이라고 말한다. 이 말은, 기억이라는 큰 범주 안에 추억이 존재한다는 말일 것이다. 나도 그렇다. 기억은 그냥 일상적인 것이라는 느낌이 크지만, 추억이라는 단어를 곱씹을 땐 잔상 속 희미했던 나날들이 반짝거리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저자의 말처럼, 모든 추억은 결국 기억의 흔적이다.

 

 

 

PART 3. 자존감의 언어


 

초등학교 시절, 나의 꿈은 수의사가 되는 것이었다. 텔레비전을 보면 아픈 동물들이 많이 나왔는데, 동물 병원에서 수의사 선생님을 만나면 건강해지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워낙 동물들을 좋아하는 나는 무작정 수의사를 동경했고, 되고 싶다며 꿈꿨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난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 나는 수학이 싫고 문과를 가고 싶은데, 수의학과를 가려면 수학을 꽤 잘해야 하고 이과를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벽을 넘지 못하고 결국 수의사라는 꿈은 기억 속 저편으로 보내야 했다.

 

저자는 아직 꿈이 없다면 차라리 있는 그대로가 자연스럽다고 말한다. 꿈은 좋아하는 것들이 생겨나고 취향이 생겨나면서 자연스럽게 피어나는 것이라고 말이다. 저자도 직장 생활을 하다 자연스럽게 음악 쪽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변두리에서 조금씩 가까워지다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고 한다.

 

확실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사실 많이 부럽다. 난 아직도 뚜렷한 목표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꿈은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편안한 공간에서 내가 좋아하는 글을 쓰고, 글로써 많은 이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 이것이 내 꿈이다. 앞으로 내가 어떤 글을 쓸지는 모르지만,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기분 좋은 무언가를 가져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이 꿈을 위해 이제 목표들을 하나둘씩 세워봐야겠지.

   

*

   

이 책은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나에게 파도처럼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아픈 부분에 연고를 발라주는 것처럼 위로를 건네기도 했다. 가사가 내 이야기처럼 들릴 때 더 위로가 되는 것처럼, 이 책이 나에게 그랬다.

 

알고 보니 저자는 엄청난 사람이 아니었고, 보통의 사람들과 다를바가 없었다. 그저 자신의 분야에서 열심히 움직이며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이었다. 친구들에게 많이 추천할 것 같은 이 책에서, 개인적으로 유독 마음에 남았던 구절을 인용하며 글을 마친다.

   

“특별한 하루라는 것은 평범한 하루들 틈에서 반짝 존재할 때 비로소 특별하다. 매일이 특별할 수는 없다. 거대하게 굴러가는 쳇바퀴 속에 있어야지만, 잠시 그곳을 벗어날 때의 짜릿함도 누릴 수 있다. 마치 월요일 없이 기다려지는 금요일이란 있을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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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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