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오래된 상점가와의 추억이 있나요? [도서/문학]

기적도 마법도 자신들의 손으로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 백화의 마법
글 입력 2022.03.12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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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상점가와의 추억이 있나요?


  

어릴 적 부모님을 따라 동네 쇼핑센터를 갔던 적이 있다. 그 당시 시장과 슈퍼만 가봤었던 나에게 쇼핑센터는 무척 신기했다. 일단 차를 타고 가야 한다는 게 신기했고 커다란 건물 안에 작은 가게들이 즐비해 있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면 층마다 다른 물건을 팔고 식당가에 각종 음식, 옥상에는 어린이를 위한 놀이 시설이 있었다. 정말 다른 세상 같았다. 즐거움이 전부 모여 있는 것만 같았다. 파는 물건도 다른 곳에서는 잘 보지 못했던 물건들이었다. 계속 이곳에 있고 싶었지만 있을 수 없었다. 그래서 언젠가 이른 시일 내로 한 번 더 오고 싶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며 이러한 쇼핑센터는 많이 줄어들었다.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백화점들이 등장하면서 소규모의 쇼핑센터나 백화점은 경쟁에서 밀려 사라지기 시작했다.

 

나도 어린 시절 이후로는 그 쇼핑센터를 잘 가지 않았다. 필요한 게 있으면 인터넷에서 시켰고 친구들과 놀러 가는 겸 해서 대기업 백화점을 이용했다. 이제 어린이가 아니니 옥상 놀이 시설을 이용하기엔 무리가 있었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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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사람 일은 모르는 것일까? 내가 갔었던 쇼핑센터는 꿋꿋이 살아남았고 나는 쇼핑센터 매점 아르바이트생으로 채용되어 어른이 된 나는 고객이 아닌 직원으로 그 쇼핑센터를 방문하게 되었다. 오랜만에 방문한 쇼핑센터는 내 기억 속만큼 화려하지도 크지도 않았다. 중간중간 셔터를 내린 곳이 많았고 시설들도 교체한 지 오래되어 보였다. 아예 어떤 층의 대부분의 가게가 문을 닫아 최소한의 불만 틀어놓은 층도 있었다. 하지만 반가웠다. 나의 어린시절을 가지고 있는 공간에 직원이 되어 방문 하다니 평생에 몇번이나 될까.

 

오늘은 이렇게 고객들의 추억이 담긴 오래된 상점가의 이야기 '백화의 마법'을 소개해 보겠다.

 


"고객님들은 미소 짓기 위해 매장에 와. 그러면 우리는 카운터에서 마법을 부리지. 다른 플로어의 어떤 매장이든 그래. 우리는 모두 마법사야."

 

 

 

"어서오세요. 호시노 백화점 입니다."



1967년 헤이와니시상점가 중심으로 문을 연 50년의 역사를 가진 호시노 백화점은 5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마을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 왔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고 다른 백화점들이 하나둘 생겨나면서 내리막길을 걷게 되자 새로운 직종 '컨시어지'로 세리자와 유코를 중심으로 직원들은 백화점을 살리기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노력한다.

 

이 책은 백화점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이야기로 구성된 옴니버스식 소설이다. 각 챕터의 주요 인물들은 모두 다르다. 엘리베이터 걸, 메이크업 아티스트, 도어맨 등 모두 호시노 백화점과 어린 시절부터 왕래가 있었던 한가지씩은 백화점에 대한 소중한 추억을 가진 인물들이다. 그 때문에 일하는 직원들도 추억이 가득한 호시노 백화점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호시노 백화점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호시노 백화점의 첫 컨시어지 세리자와 유코는 이러한 직원들과 그들의 도움이 필요한 고객을 연결해 드리며 고객이 서비스에 만족하실 수 있도록 한다. 직원들 또한 고객의 만족스러운 얼굴에 크게 만족하는 한편 세리자와 유코라는 인물에 대해 궁금증이 쌓여간다.

 

부임한 지 얼마 안 된 컨시어지라고 하기엔 호시노 백화점에 대해 속속들이 다 알고 있는 모습과 고객들 사이에서 돌아다닌 하얀 고양이 소문. 고양이를 만나면 소원을 이루어 준다고 하는데...

 

과연 이야기의 끝은? 세리자와 유코의 정체는? 책에서 만나보자.

 

 

 

"마법은 내가 걸면 된다고 생각했어. 꿈은 스스로 이루면 된다고."



정말 정말 좋아하는 책이다. 책을 좋아하고 약간의 판타지와 일상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꼭 읽어달라고 하고 싶었던 책이다. 책의 분위기도 각 챕터의 완성도도 굉장히 높으며 유코의 정체를 알려줄 듯 알려주지 않다가 뒤에 풀어주는데 그것이 궁금해 책장을 자꾸자꾸 넘기고 싶다.

 

직원들은 모두 고양이를 만나지만 소원을 빌었다고 해서 거기에만 안주하지 않았다. 소원을 빌고 나아간다. 그리고 바란다. 다른 사람들도 고양이를 만나 소원을 이룰 수 있게 말이다.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백화점에 대한 애정이 책장을 넘어 물씬 느껴진다.

 

50년이라는 시간 동안 사랑을 받아 온 만큼 직원뿐만 아니라 고객들의 애정도 남다른데 가장 기억의 남았던 부분은 다카시로 부부 손님이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백화점으로 놀러 왔던 두 사람은 직원들에게 '똑똑이'와 '복덩이'로 불리었다. 어린 시절부터 왔던 곳을 대학 시절 학업과 취직의 문제로 잠시 떠났다 중년이 되어 돌아온 부부를 직원들은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 정확한 이름은 기억하지 못했지만 '똑똑이'와 '복덩이'라는 이름으로 두 사람을 기억하고 있었다. 부부는 백화점을 돌아다니며 어린 시절을 회상하고 어린 시절에는 가지 못했던 고급 매장에도 가보며 즐거워한다. 모든 상인의 숨은 환대를 받으며 말이다. 오래 일한 상인들은 그들을 보며 추억에 잠긴다. 이 장면을 보고 눈물이 찔끔 났다.

 

나는 오래된 상점의 이러한 점이 정말 좋다. 고객의 인상 깊은 점을 기억해 고객이 방문할 때마다 기억해 주는 것 말이다. 오래된 가게일수록 고객도 많을 텐데 나를 기억 해 준다는 것만으로도 감동하여 자주 방문할 것이다. 고객을 사랑을 받는 곳은 힘이 들라고 할지라도 언젠가 다시 일어날 수 있다. 지금 내가 일하고 있는 곳도 그렇다. 오래되고 방문하는 고객이 적을지라도 안에 남은 가게들은 꿋꿋하게 영업을 이어 나가고 있다. 자신들을 찾아주는 고객을 위해. 내가 일하는 곳도 호시노 백화점처럼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 오래오래 지역의 명물이 되었으면 좋겠다.



"고객님이 계시는 한 우리 백화점은 이 땅에 계속 존재할 거예요. 여기서 변함없이 고객을 맞이하는 것이 호시노 백화점의 사명이니까요."

 


책의 저자인 무라야마 사키 작가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다. 등장인물의 서사를 체계적으로 서술하여 정말 이러한 사람이 어딘가에 존재할 것만 같다. 가장 마음의 드는 것은 그러한 인물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서술하기 때문에 책을 덮으면 굉장히 여운이 남는 작품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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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아주 일상적인 이야기에 판타지 요소를 섞고는 하는데 '백화의 마법'이 대표적인 예이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고양이를 등장시키면서 일상적인 이야기지만 읽다 보면 판타지를 읽는 듯한 기분을 들게 한다. 백화의 마법을 즐겁게 읽었다면 무라야마 사키 작가의 다른 작품인 '오후도 서점 이야기'도 강력히 추천한다. 호시노 백화점 속 서점 직원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연작으로 판타지 요소는 적지만 인물들의 인연과 성장을 중심으로 하기 때문의 작가의 따뜻한 문체와 성장 소설을 보고 싶다면 이 작품도 마음에 들 것이다.

 

 

[빈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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