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테일러의 세상 - cardigan, betty 그리고 august [음악]

가수가 만들어낸 소설
글 입력 2022.03.10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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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lklore의 노래들을 드문드문 듣긴 했지만 며칠 전에 그랬던 것처럼 전반적으로 노래들을 쭉 듣진 않았던 것 같다.

 

august 와 the last great american dynasty 정도만 즐겨 듣고 있던 와중, 갑자기 무슨 삘이 탔는지 betty를 찾아 듣고는 빠져들어서 cardigan, betty 그리고 august를 연달아 들었다.

 

테일러 찐 팬들이라면 이미 betty-august-cardigan 서사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 세 노래를 연결시키며 테일러는 일종의 로맨스 소설 시리즈를 만들었다.

 

 

 

 

이 소설엔 betty, james 그리고 james 가 8월에 betty를 두고 바람피운 이름이 언급되지 않는 여자아이가 나온다.

 

betty의 화자는 james. james는 그가 여름에 잠시 한눈을 판 것을 들켜 그에게 냉담해진 betty를 그리워하며 그녀에게 하는 말을 다루고 있다.

 

cardigan의 화자는 betty로, 그녀가 후에 어른이 된 후 17살의 사건을 회상하며 james에 대해 회상하는 내용.

 

마지막으로 august는 james 가 8월 동안 바람피운 여자아이 입장에서 쓰여진 노래로, 그녀의 관점에서 james 와의 8월 한 달간의 관계를 묘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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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 노래에서 테일러의 작사 능력이 정말 너무 잘 나타난다고 생각했다. 가사 하나하나 곱씹으며 들을 때마다 영화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소설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드라마를 보는 것 같기도 하다.

 

분위기부터 인물의 특성까지 어떻게 각 4분 남짓한 노래 세 개에 담았을까. 테일러는 참 감정의 강약을 노래에 집약해 잘 담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 주인공, 남자 주인공, 그리고 '다른 여자' (other girl) 가 흔히 말하는 삼각관계 소설에서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이렇게 아름다우면서도 분위기 있게 정리하기 정말 어렵다.

 

독자를 몰입시키려면, 온전히 그들을 이해해야 하고, 전부 이해하진 못하더라도 그들이 가지고 있는 강한 감정에 대한 분석이 잘 이루어져야 하는데, 테일러는 복잡한 감정의 요약뿐만 아니라 집약된 강렬한 감정을 글로 어떻게 풀어내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삼자 구도 (betty-james-무명의 어거스트) 가 어느 한 명 존재감이 빈약하지 않아서 그것도 좋았다.
 

보통 이런 이야기에서 늘 제3의 인물 (서브 여주 or 서브 남주) 중심의 사건 해석은 어물쩍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그렇지 않다는게 매력이다.

 


 

 

august의 경우 가사뿐만 아니라 가사 위에 덮인 음이 마치 다락방에 꽁꽁 숨겨놓은 비밀 일기장을 열어버릴 때 서사가 쏟아져 나오는 기분의 노래인지라 더욱더 그렇게 느껴졌던 것 같다.

 

cardigan은 아련해서 여주가 안타깝게 느껴지고, betty는 james가 betty에게 느끼는 강렬한 그리움이 너무 잘 전달되어서 마냥 비난하기 미안해진다.

 

특히 august의 경우에는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는, 죽을 때까지 누군가 묻어둔 비밀을 내가 몰래 보고 있는 느낌이라 그런지 august 속의 이름 한번 언급 안되는 인물을 미워할 수가 없다.

 

이런 다면적인 소설을 총 13분의 오디오로 나타낸 테일러는 역시나 참 대단한 것 같다. 내 어휘력이 그녀의 뛰어남을 다 담지 못한다.

 

 

 

 

개인적 음악 취향으로 내 선호도는 august > betty > cardigan이다.

 

cardigan의 경우 가사가 너무 회상적이고 아름답지만 생각해 보면 주인공 시점의 노래는 이전에도 있었기에 3위로 좋아하고, betty는 가사가 조금은 치졸한 면이 있지만 노래 가사를 감싸고 있는 그 어린 시절의 작은 동네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2위.

 

특히 중후반부에 감정이 고조되는 음악적 효과가 있는데 그게 참 매력적인 노래.

 

august는 주인공 두 명에게 외면받은 여자아이 시점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가슴 아프고 색달라서 세 노래 중 자주 듣게 되기 때문에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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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가장 비밀스럽고 수치스럽지만 동시에 찬란하면서도 강렬한 감정을 묻어두었다가 꺼낸 느낌이 나서인지 들을 때마다 매력적이라고 느끼는 노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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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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