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미술이 담은 오리엔트의 세계

글 입력 2014.09.11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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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미술이 담은 오리엔트의 세계
: 앵그르의 <대 오달리스크>를 통해 보다
 
 
 
- 정다영(띠요옹)
[네이버 블로그: http://blog.naver.com/jswjhs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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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그르, 대 오달리스크, 19세기 프랑스 신고전주의
 
 
 
 19세기 유럽미술에서는 종종 오리엔트의 세계를 화폭에 담곤 했다. 하지만 과연 유럽의 화폭에 오리엔트의 세계를 어떻게담았을까?  
 
 이러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19세기 유럽사회에서 오리엔탈리즘1)적인 요소들이 반영된 미술 작품들을 면밀히 살펴보았다. 그런 와중에 내 시선을 그야말로 확 잡아챘던 작품이 있었는데, 그 작품은 바로 앵그르의 <대 오달리스크>이다. 이 작품에 대한 첫 느낌은 ! 정말 아름답고 우아하면서도 관능적이다.’는 것이었다. 이 감탄스러운 작품은 앵그르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오리엔탈리즘적인 요소들이 두드러지는 작품이 아닐까 생각한다.
 
 작품의 제목에서 오달리스크라는 용어는 아랍의 후궁 혹은 아랍의 후궁이 거처하고 있는 공간의 여성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제목에서부터 오리엔트의 향기가 물씬 풍긴다. 그럼 이제 작품 속에 반영된 오리엔탈리즘적인 요소를 본격적으로 살펴보기 앞서 이 시기 유럽사회에서 오리엔탈리즘적인 요소는 어떻게 형성된 것인지를 먼저 알아보도록 하자.
 
 이 시기 오리엔트에 대한 관심 자체는 실제적 경험이라기보다는 간접적으로 들어서 알게 되거나 작가, 문학가들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오리엔트의 공간이 시각화 된 것이 대부분이었다. 또한 당시 프랑스 사회에서 여러 가지 규범이나 도덕과 같은 제약 요건 때문에 현실적으로 금기시되었던 여러 본능적 욕망들을 분출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세계로 오리엔트의 세계가 설정되기도 했다. , 오리엔트의 세계는 실재하는 세계가 아니라 당시 유럽 사회에서 억압될 수밖에 없던 욕망들을 투영하던 공간으로서 존재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오리엔트와 관련된 작품들 속에는 관능적인 요소가 많이 부여된다. 이러한 본능적 욕망들이 어떠한 제약 없이 분출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작품 역시 앵그르가 동방에 가서 직접 경험을 하고 이 작품을 제작한 것이 아니라, 간접적으로 동방의 문물을 접하고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듣고 그를 토대로 꾸며내어 작품을 제작한 것이다. 그러므로 앵그르 역시 실재적인 오리엔트의 세계가 아닌 상상 속의 공간을 담은 것이다. 종합해보면, 오리엔트의 세계는 유럽의 원초적인 욕망을 방출할 수 있는 상상의 공간으로서 19세기 초 앵그르를 포함한 유럽 작가들에 의해 전개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제 오리엔탈리즘적인 요소를 중심으로 이 작품을 분석해 보도록 하자. 작품 속 여인은 침대 위에서 누드의 상태로 공작의 털로 되어 있는 부채를 손에 쥔 채 머리에는 터번을 쓰고 있는 모습이다. 덧붙여 주변에는 담뱃대의 모습도 보이는데 이러한 것들은 모두 동방의 기물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동방의 기물이 가득한 공간 속에 있는 이 여인의 얼굴을 보면 동방의 여인의 모습이 아닌 유럽 여인의 모습이다. 오리엔탈리즘적인 요소가 주된 작품 속에 뜬금없이 왜 유럽의 여인이 등장했을까? 이는 앞서 말했듯이 이 작품이 앵그르가 실제 동방의 여인들을 접하고 그 여인들을 모델 삼아 그렸던 작품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렇다. 그래서 그 대신 공작의 털로 만든 부채나 터번 등의 소도구를 이용하여 오달리스크라고 하는 정체성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오리엔탈리즘적인 요소 외에도 이 작품에서는 다른 독특한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작품은 전체적으로 인물 구성에 있어 화면에 안정된 구도을 강조하고 있다. 머리부터 손으로, 그리고 커튼으로 이어지는 ‘U자형의 안정된 구도가 화면을 지배하고 있다. 그러한 구도 하에 각각의 형태와 질감 등의 변화가 화면에 배치되고 있다. 그런데 사실 이 작품은 이런 특징 외에 정말 독특한 특징을 갖고 있다. 바로, 작품 속 인물의 인체를 왜곡하여 표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선의 흐름에 대한 앵그르의 관심에서 비롯된 특징이다. 목에서부터 시작되어 허리와 엉덩이로 이어지는 선의 모습을 보면, 여인은 불가능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등 뒤는 혹이 나있는 것 같기도 하고, 다리 역시 불가능한 인체 구조로 표현되어 있다. 그런데 이처럼 여인의 인체가 심각하게 왜곡되어 표현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러한 인체의 왜곡된 구조에는 그다지 시선이 가지 않는다. 나 역시 처음에 이 작품을 봤을 때, 앞서 말했듯이 아름답고 우아하며 관능적이라고만 생각했지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전혀 느끼지 못했었다. 다시 작품을 세세하게 관찰하고 나서야 이러한 인체의 왜곡된 표현이 눈에 들어왔었다. 왜 이를 바로 알아채지 못하는 걸까? 그것은 바로 화면에 구사되어 있는 ‘U자형구도의 안정성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인체의 왜곡된 구조보다는 이 인체를 핑계로 하여 드러난 형태, 색채, 질감의 대비에 더 관심이 가게 되어 왜곡된 인체는 이미 관심 밖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오리엔탈리즘적인 요소도 요소이지만, 이런 독특한 특징 때문에 더욱 눈길이 가는 작품인 것 같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 작품에는 한 가지 더 흥미로운 점이 있다. 원래 이 작품은 나폴레옹의 누이동생이 자신의 침실에 걸어두기 위해 앵그르에게 주문하여 제작이 된 것이었다. 작품 속에서 여인이 침대 위에서 누드의 상태로 있는 모습은 16~17세기의 <비너스>라는 작품에서부터 제작되어온 침대 위의 누드라는 전통을 계승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주문자가 나폴레옹의 누이동생이라는 여성이고 또한 자신의 침실에 걸어두고 보기 위한 의도로 제작된 작품이어서 그런지, 그 전통을 따르고 있는 다른 작품들과 차이를 보인다. ‘침대 위의 누드를 전통으로 하는 다른 작품들을 보면 대부분 작품 속 여성들의 눈이 어둠에 휩싸여있거나 눈을 감거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있는 모습으로 표현되어 있다. 이런 것은 작품에 가정된 관람자가 남성이기 때문이었다. 남성 관람자들에게 시각적인 쾌락을 제시하기 위해, 다시 말해 그들에게 관람을 편안하게 하라는 의미에서 작품 속 여성들의 눈을 감기거나 시선을 다른 곳으로 향하도록 묘사한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그런 특징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작품 속 여성은 관람자를 바라보고 있다. 이는 작품에 가정된 관람자가 남성이 아닌 나폴레옹의 누이동생인 여성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작품은 여성의 침대 위 누드라는 이미지의 소비 주체가 남성이 아닌 여성이라는 흔치 않은 사례를 제시해주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여기까지 19세기 신고전주의 화가 앵그르의 <대 오달리스크>에 대해 살펴보았다. 앞서 언급했던 것들을 토대로 이 작품의 특징을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첫째로는 앵그르 화풍의 핵심적인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것으로, 선의 흐름에 대한 관심으로 인한 인체의 왜곡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둘째는 이전부터 있었던 침대 위의 누드라는 소재를 그대로 따오긴 했지만 오리엔트의 모티브를 덧붙여 인물의 정체성을 오달리스크라는 동방의 여인으로 바꾸어 표현하였고, 또 그렇게 덧붙여진 소재를 통해 형성된 그 오리엔트의 세계에 관음증적인 욕망을 투영시켰다는 것이 특징적이다. 마지막으로 16~17세기부터 이어져온 침대 위의 누드라는 이미지의 소비 주체가 원래는 대부분 남성이었지만 이 작품에서는 여성이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물론 이 작품에는 천이나 침대 시트, 그리고 공작의 털이나 여인의 피부 질감의 표현에서의 세밀한 묘사나 ‘U자형의 안정된 구도 등의 특징들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 세 가지 특징이 가장 핵심적이고 흥미로운 포인트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 특징들만 언급한 채 여기서 이만 오리엔트의 세계가 담긴 이 독특한 작품에 대한 설명을 마무리 하겠다.
 
 
 

1) 나폴레옹의 동방 원정으로 인해 동방의 여러 가지 문물들이 프랑스에 많이 알려지게 되고 이것이 동방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게 된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동방 문물에 대한 관심을 일컫는 용어를 오리엔탈리즘이라고 한다. 
 
 
 
[정다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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