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성북동의 '최순우 옛집'을 돌아보며 [미술/전시]

옛 정취를 간직한 특별한 기념관
글 입력 2022.03.06 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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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


 

기념관이란 기억할 만한 인물이나 사건을 계속 기억하기 위해 설립되는 박물관의 한 종류다.

 

기념관 중에서도 홀로코스트 기념관이나 독립기념관처럼 사회적으로 잊혀서는 안 될 거대한 역사적 사건을 다루는 기념관이 있는가 하면 한 개인의 생애에 주목하는 기념관도 존재한다. 성북동 골목 언저리에 자리한 최순우 옛집이 그렇다.


최순우 옛집은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의 저자로 잘 알려진 혜곡 최순우 선생의 옛집을 보존한 기념관이다. 최순우 선생은 국립중앙박물관 제4대 관장이자 미술사학자로, 평생을 예술인들과 교류하며 박물관 연구에 힘썼다.

 

또한 1950년대 말부터는 미국, 유럽, 일본 등지에서 열린 순회전을 맡아 우리 문화를 알렸다. (출처-최순우옛집 홈페이지 > 혜곡 최순우 인물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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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곡 최순우 선생 (이미지 출처-내셔널트러스트 문화유산기금)


 

이곳은 1930년대에 지어진 근대식 한옥으로, 최순우 선생이 1976년부터 1984년까지 머물렀던 가옥이다.

 

당시 최순우 선생이 지냈던 공간을 최대한 살리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기역자형 안채는 사랑방과 안방, 대청마루와 건넌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기념관의 전시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바깥채 2칸을 증축했다고 한다.


최순우 옛집은 2002년 재개발로 철거 위기에 처했지만 한국내셔널트러스트 시민모금으로 매입되어 서울시 시민문화유산 1호로 지정된 곳이다. 그리고 2004년, 최순우 선생을 기념하는 '최순우 옛집'이라는 이름으로 개관하여 현재의 모습으로 성북동을 지키고 있다.

 

모금으로 지켜낸 공간인 만큼 현재도 시민들을 향해 열려 있는 곳으로 운영 중이기에 입장료 역시 무료다. 현재 선생의 소장품을 상설전으로 전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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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


 

최순우 옛집은 평범한 기념관과는 꽤 다른 색깔을 가지고 있다. 흔히 기념관에서 가장 중시되는 기념 대상의 기록물보다도 공간의 특색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는 점에서 그렇다. 도심에서 찾기 어려운 자연 속의 전통가옥은 그 자체로 쉼터가 된다.


앞마당에 심긴 100년이 넘은 소나무와 향나무, 수련꽃이 고아한 한옥과 어우러져 쉼의 공간을 마련한다. 사랑방 마루 혹은 뒷마당에 자리잡은 의자는 맑은 공기를 들어마시며 휴식하기에 안성맞춤이다.

 

공간을 거닐다 보면 이곳에서 긴 시간 머물렀던 최순우 선생의 삶을 자연히 상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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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


 

최순우 옛집을 즐겨 찾는 이들은 이곳의 고즈넉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즐긴다. 만일 이 공간이 일반적인 기념관들처럼 오직 기념을 목적으로 새롭게 지어진 건축물이라면 이곳을 두 번 이상씩 재방문할 이유는 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 공간적 매력 때문에 이곳을 다시 찾은 관람객이라면 그 목적이 기념관 전시 관람이 아니더라도, 최순우 선생은 긴 시간 동안 그들의 기억에 새겨질 것이다.

 

이 점에서 최순우 옛집은 정형화된 기념관의 형태를 벗어났음에도, 혹은 벗어났기에 그 설립목적을 충분히 달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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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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