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피터 파커와의 일주일 [영화]

스파이더맨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글 입력 2022.03.01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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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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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 전 세계 수많은 팬의 오랜 기다림 끝에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 개봉했다. 19년 개봉한 이전 작,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에서는 마지막 쿠키 영상에서 미스테리오의 거짓 폭로 영상이 공개되고 그로 인해 스파이더맨의 정체가 탄로 났다. 심지어 미스테리오의 계략으로 오명을 뒤집어쓰게 된 피터 파커. 스파이더맨 시리즈에서 정체가 밝혀지는 것은 언제나 무거운 사안으로 다뤄진다.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의 이런 엔딩은 피터 파커, 그리고 스파이더맨 각각의 삶을 철저하게 구분하며 살아왔던 피터가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팬들의 궁금증 및 다음 시리즈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더불어 새 시리즈 개봉이 가까워지면서, 2002년 개봉한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첫 주인공 토비 맥과이어와, 그의 세 편이 마무리된 후 리부트되어 2012년 개봉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주인공 '앤드류 가필드'가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스파이더맨인 톰 홀랜드와 함께 출연한다는 추측이 기정사실화되었다. 샘 레이미 감독이 연출을 맡아 일명 '샘스파'라고 불리는 최초의 스파이더맨, 토비 맥과이어 특유의 매력을 여전히 그리워하는 팬들이 많다. 또한, '어스파'라고 불리는 앤드류 가필드는 복합적인 요소의 영향으로 세 번째 시리즈 제작이 무산되었기 때문에 그의 '스파이더맨 은퇴' 역시 아쉬운 부분으로 남아 있다. 때문에 이번 시리즈,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더 많은 사람이 기다리는 영화가 되었다.

 

나는 히어로물의 팬은 아니었다. 마블 유니버스에 이제 막 입성한 완전 '새내기'라는 뜻이다. <아이언맨> 시리즈는 친구들이 볼 때 기웃거려 본 정도, 2012년 개봉 당시 큰 화제였던 <어벤져스>는 TV 영화 채널 덕에 관람,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 시리즈 역시 뒤늦게 넷플릭스로 시청했다. 지금까지 마블에 발을 들이지 못하는 많은 사람처럼,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본격적으로 구축되면서 새로 팬이 되기에는 나 역시 선뜻 마음이 동하지 않았고 제법 부담스럽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새 시리즈를 완벽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총 20편이 넘는 마블 영화를 정복해야 했기 때문이다. 사실 2년 전쯤, <퍼스트 어벤저>부터 정주행을 시도했다가 페이즈1 정도에서 의욕이 그쳤던 전적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톰스파'로 불리는 톰 홀랜드, MCU의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별안간 내 안의 정복 본능을 일깨웠다. 나는 며칠 밤을 소비해서 이전 마블 시리즈들을 대부분 시청했고,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 극장에서 내려가기 전 아슬아슬하게 신작까지 관람을 마쳤다. 이후, 일주일간 이전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모두 보았다. 이번 시리즈에 일명 '삼스파(세 명의 스파이더맨)'가 모두 등장하며 과거의 피터들을 그리워하는 목소리가 커졌고 그들이 말하는 세 '피터' 각각의 매력이 꽤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왜 그들은 토비 맥과이어의 스파이더맨을, 앤드류 가필드의 스파이더맨을, 혹은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을 가장 사랑하는지 알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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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 트릴로지'라 불리는 첫 번째 스파이더맨 실사 영화 3부작의 주인공은 토비 맥과이어다. 1, 2, 3편이 각각 2002, 2004, 2007년에 개봉했다. 1편인 <스파이더맨>을 재생하고 몇 분 지나지 않아 나는 이 최초의 스파이더맨을 가장 사랑하는 팬들의 마음을 십분 이해하게 되었다. 그는 소심하지만 용감했고, 낯을 가리지만 예의 바르고 친근했다. '톰스파'에서는 전혀 다뤄지지 않고, '어스파'에서는 집중적으로 조명되지 않는 그의 사진에 대한 열의와 학구열도 매력적이었다. 벤 삼촌의 죽음 이후 깨닫게 된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라는 사실. 그는 이 신조를 늘 지키고자 노력했고, 우연히 얻게 된 힘을 남용하지 않았다. '찌질함'으로 쓰인 그의 '강직함'은 자연스럽게 피터 파커라는 사람 자체를 응원하게 했다.

 

전 우주를 구하기 위해 강철 수트를 입고 외계인과 싸우는 현재의 스파이더맨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다. 뉴욕시를 위해 싸우며, 수트는 직접 디자인하고 천을 꿰매어 만들었고, 거미줄은 몸에서 바로 나온다. 20년 전의 영화이다 보니 그래픽 퀄리티의 차이도 크다. 하지만 다른 영화가 아닌 '스파이더맨' 시리즈이기에 이질적이고 어색하다기보다는 오히려 더 흥미롭고 재미있다. 스파이더맨은 천성부터 악한 빌런과 싸워 그를 죽이고 승리하는 캐릭터이기보다는 싸움 끝에 그의 선함을 마침내 일깨우고 '친절한 이웃'으로서 뉴욕 시민들을 지키는 유쾌한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2022년에 비하면 기술은 훨씬 떨어지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트릴로지 시리즈는 많은 명장면을 보유하고 있다. 1대 그린 고블린인 윌렘 대포가 처음으로 자신 안의 고블린을 마주하며 이중 자아를 경험하는 거울 신, 스파이더맨과 여주인공 메리 제인의 거꾸로 키스신, 브레이크가 고장 난 열차를 멈추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이후 지친 스파이더맨을 구해주고 정체를 숨겨 주는 뉴욕 시민들의 모습까지. 또한, '웹 스윙(Web Swing)'을 하며 뉴욕 시내를 날아다니는 스파이더맨의 캐릭터성을 살려 굉장한 역동성과 율동감이 돋보이는 영화인 만큼 철저하게 계획된 듯한 시퀀스의 연결 지점들도 주의 깊게 봐야 할 부분이다. 조형적 유사성을 활용한 전환이나 스파이더맨이 날아다니며 장면이 빠르게 전환되는 부분들은 보는 재미를 더해 준다.

 

이후 시리즈들과 비교했을 때 여자 주인공의 한계는 확실히 돋보인다. '어스파'의 연인 '그웬 스테이시', '톰스파'의 연인 'MJ(미셸 존스)'는 여전히 모두 생명의 위협 앞에서 스파이더맨의 도움을 받는 이야기 구조를 따른다. 그러나 '그웬'은 뛰어난 과학적 지능으로 빌런 퇴치에 큰 도움을 주었고, MJ는 이전의 MJ들과는 다르게 냉소적이고 객관적인 캐릭터로서 로맨틱한 연인보다는 '네드'와 함께 스파이더맨의 친구로서 정신적 지주 역할을 자처한다. 이에 비해 '샘스파'의 연인 '메리 제인'은 피터와의 잦은 이별과 만남을 반복, 다소 우유부단하고 답답한 태도를 보이며 히로인으로서는 아쉬움을 남긴다. 특히 <스파이더맨2>에서, 약혼자와의 결혼식을 앞두고 웨딩드레스 복장으로 피터를 찾아간 장면은 과거에는 로맨틱한 클리셰였을지 몰라도, 지금 보기에는 제법 무책임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그녀는 세 스파이더맨 시리즈 중에 유일하게 끝까지 피터와의 사랑을 이어가는 연인으로, 아주 운이 좋은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엠마 스톤이 연기한 그웬은 2대 그린 고블린과 스파이더맨의 싸움 중 높은 곳에서 떨어져 죽음을 맞이, 젠데이아 콜먼이 연기한 MJ는 현재로서는 피터 파커에 대한 기억을 모두 잃고 남남으로 지내는 중).

 

소니의 지나친 간섭으로 인해 '과한' 느낌이 많아진 <스파이더맨3>는 전작들에 비해 저평가를 받는다. 샌드맨, 뉴 고블린, 베놈까지 총 세 명의 빌런이 등장하면서 한 영화 안에서 스토리가 유려하게 이어진다는 느낌보다는 집중력을 흐린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러닝 타임도 139분으로 이전 영화들보다 길다. 게다가 기존 '베놈' 팬들에게는 기존에 베놈이 갖고 있던 강한 매력이 돋보이지 않다는 점에서 큰 아쉬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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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부트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는 1편과 2편이 각각 2012년, 2014년 개봉했으며 영화 촬영 이후 실제 연인으로 발전하기도 했던 앤드류 가필드와 엠마 스톤이 주인공을 맡았다. 트릴로지 시리즈에 비교하면 좀 더 가볍고, 대중성을 띤 시리즈다.

 

동시에 세 가지 스파이더맨 시리즈 중 가장 로맨틱한 시리즈다. 피터와 그웬의 로맨스 신이 제법 많은 분량을 차지하며, 따라서 시리즈를 마무리하는 그웬의 죽음은 매우 비극적으로 그려진다. 피터 파커의 캐릭터성 면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토비 맥과이어의 피터보다는 더 사교적인 듯하며, 장난기가 많아 대담하고, 말장난도 잦다. 트릴로지 시리즈를 본 후 바로 이어 본 나로서는 스파이더맨이 아닌 피터 파커의 정체성과 같았던 사진에 대한 열의가 옅게 다뤄진 점이 아쉽기도 했다. 하지만 이전 시리즈에서는 스파이더맨으로서 점차 익숙해지는 모습은 부족했으므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1편에서 스파이더맨의 힘을 얻고 난 후 보드를 타며 웹 스윙을 익히는 신은 개인적으로 매우 좋았다. 그러나 전체 스토리를 고려하면 여전히 약점이 있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 역시 <스파이더맨3>처럼 지나치게 많은 빌런과 넘치는 내용 탓에, 데인 드한이 연기한 그린 고블린은 영화 후반부에야 빌런으로 거듭나 매우 짧은 전투만을 치르고 파멸하고 만다.


3D 관람을 저격한 연출들이 돋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화면을 향해 날아오거나, 거미줄을 쏘는 스파이더맨의 모습이 그렇다. 또한 메인 전투신이 굉장히 화려해졌다. '스파이더맨' 하면 떠오르는 특유의 빛나는 도시 야경이 빛을 발한다. 어둠이 내려앉은 밤, 뉴욕의 높은 빌딩들이 자랑하는 네온사인, 그 사이를 날아다니는 빨간 수트의 스파이더맨. 검정, 노랑, 빨강 이 세 색이 만드는 시각적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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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즉 1편에서는 한쪽 팔을 잃은 코너스 박사가 새 팔을 열망하며 인체 실험을 고민하는 신이 굉장히 인상 깊었다. 어린아이가 거울을 사이에 두고 장난하듯 연구실의 유리를 가운데 두고 서서 양팔이 모두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데, 마치 트릴로지 시리즈에서 그린 고블린의 이중 자아 신을 보는 것처럼 소름 돋는 순간이었다. 또한 뉴욕의 다리에 거미줄로 'I LOVE YOU'를 만들어 그웬에게 사랑을 전하는 장면, 떨어지는 그웬을 살리기 위해 피터가 쏜 거미줄이 그녀를 붙잡으려는 손처럼 표현되는 애절한 장면은 현재까지도 종종 회자하는 명장면이다.

 

음악도 극의 분위기에 크게 기여했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에서 피터가 홀로 힘들어할 때 흘러나오는 Phillip Phillips의 'Gone, Gone, Gone'은 그 가사와 멜로디가 상황에 적절하게 대응된다. 또한 극의 결말부에 죽은 그웬을 그리며 계절이 지나도 그녀의 무덤 앞을 떠나지 못하는 피터의 모습은 흘러나오는 음악, 그리고 연출까지 매우 아름답게 표현됐다. 특히, 2편의 빌런으로 등장하는 일렉트로는 도시의 전류를 타고 다니며 빠르게 움직이는데, 그의 움직임 한번에는 꼭 강한 전류가 흐르는 듯한 사운드가 함께한다. 이 소리는 이후의 음악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일렉트로의 정체성을 더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스파이더맨과 일렉트로의 전투에 서스펜스를 부여한다.

 

토비 맥과이어, 앤드류 가필드 이 두 피터 파커는 MCU의 스파이더맨과 다르게 오스코프사와 질긴 인연을 갖고 있다. MCU 이전, 다섯 편의 스파이더맨 영화를 연이어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모든 시작은 오스코프의 실험이었다는 것을. 피터 파커는 오스코프에서 연구하던 거미에게 물려 스파이더맨이 되었으며, 수많은 빌런들은 오스코프사에서 다양한 사고를 통해 빌런으로 거듭난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라며 늘 도덕적 메시지를 던지는 스파이더맨 시리즈답게, 과연 이 일련의 사건들이 누구의 책임인가, 라는 새로운 의문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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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의문은 2021년, MCU와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으로 이어진다. 이전 시리즈를 보기 전, 나는 이번 영화의 피터 파커가 꽤 답답하게 느껴졌다. 사실, 조금 화도 났다. 어린 고등학생의 캐릭터성이 톰 홀랜드표 피터의 매력이기도 하지만, 멀티 버스 통로가 열린 후 쳐들어온 많은 빌런들을 한 명 한 명 선인으로 고치고자 하는 피터가 지나치게 막무가내같이 보였다. 하지만 그린 고블린, 닥터 옥토퍼스, 샌드맨, 리저드, 일렉트로가 가진 각자의 크고 작은 사연들을 알고 난 후에는 그들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피터가 어느 정도 이해되었다.

 

기존에 살고 있던 평행 우주로 돌아간 토비 맥과이어와 앤드류 가필드의 피터 파커. 이번 영화를 통해서 팬들에게 아름다운 작별을 고하고 큰 선물을 안겨 준 그들은 더 이상 스파이더맨으로서 우리와 만날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 그러나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은 앞으로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까?

 

스파이더맨은 20년간 관객들과 함께 성장하고 있다. 그래서 더 의리가 생기고, 정이 쌓인다. 가끔은 강하고 거칠기만 한 액션 캐릭터보다는 조금 더 친근하고, 조금 더 가볍게 만날 수 있는 캐릭터가 그립다. 그래서 '다정한 이웃' 스파이더맨은 우리에게 늘 소중하다.

 

* 이미지 출처 | <스파이더맨>,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공식 스틸컷

 

 

[이건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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