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만남은 쉽고 이별은 어려워 [사람]

글 입력 2022.02.27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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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미더머니 10’의 방영이 끝난 지 약 3개월 정도가 지났다. 그럼에도 내가 아직까지 즐겨 듣는 노래가 있다. 바로 베이식의 ‘만남은 쉽고 이별은 어려워’이다. 베이식은 이 노래를 통해 래퍼라는 꿈을 쉽게 가지게 되었지만 그것을 쉽게 놓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을 담았다. 제목만 들었을 때에는 그저 사랑 노래인 줄만 알았다. 그러나 우리가 마주하는 거의 모든 것과의 만남은 쉽고 이별은 어렵다. 아니 사실, 만남도 어렵고 이별은 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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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은 어렵다. 나는 무언가를 쉽게 시작하지 못한다. 사람들에게 마음을 여는 데에도 아주 많은 시간이 걸리고, 마음을 열었다 하더라도 온전히 기대지는 못한다. 연애를 시작하는 것도 쉽지 않다. 나의 마음과 생각에 확신을 가지지 못하기 때문에 결정을 내리기도 어려운 것 같다. 많고 다양한 일을 쉽게 도전하는 것처럼 보일 지 몰라도 수많은 고민들이 뒤따른다.


그렇지만 이별은 더 어렵다. 지난달 그동안 해왔던 것들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다. 번아웃이 온 것이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고,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이미 책임져야 할 것이 많은 상태에서 나는 그것들을 잡을 수도 놓을 수도 없었다. 잡고 있는 것이 너무나도 버거웠지만, 놓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마치 나에 대한 스스로의 기대를 저버리는 것 같았고, 한없이도 작고 나약한 사람이 된 것만 같았다. 하고싶었던 일들이 분명하였음에도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이 힘들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나는 휴식 내지는 회피를 갈구할 수밖에 없었다. 모든 약속들에 나가지 않았고 최소한의 책임을 끝낸 후에는 더 이상의 노력을 하지 않았다. 휴학도 하려고 했다.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 나에게 아무런 책임이 주어지지 않은 생활을 하고 싶었다. 당장 오늘 오후에 혹은 내일 할 일이 없었으면 했다.


그러나 모든 것을 그만두는 것은 너무나도 큰 용기가 필요했다. 절대적인 휴식이 필요했음에도 절대적인 휴식을 즐길 자신이 없었다. 남들과 비교하지 않는 삶을 살고 있다고 믿었는데 남들이 빽빽하게 채울 시간이 나만 공백으로 남을 까봐 두려웠다. ‘나를 위한 시간을 즐겨야지’ 혹은 ‘아무 생각 없이 쉬기만 해야지’라는 것도 나의 휴식의 목적이 될 수 있을까? 이런 이유들이 나의 휴식을 정당화시킬 수 있을까?


결국 나는 휴학을 포기했다. 쉬려고 하는 순간에도 수많은 생각들로 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잘 쉴 자신이 없었다.


이렇게나 이별이 어려운 이유가 무엇일까? 우선 사회의 탓을 했다. 쉼없이 달리라고만 채찍질하는 이 사회가 문제인 것 같았다. 대학교를 잘 가기 위해 12년 동안 공부만 하며 살아왔는데 남은 것은 취업을 위한 달리기라니. 가장 재밌다고 할 수 있는 대학교 1,2학년의 기간도 코로나19로 인해 사라졌다. 휴학을 한다고 했을 때 모두가 나에게 물어봤던 질문이 있다. 나 마저도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했다. ‘휴학하면 뭐할 건데?’ 모두가 합리적인 이유를 가진 휴식을 원했고, 그에 대한 적절한 답을 찾지 못했다. 쉬이 쉬지도 못하는 이 현실이 너무 슬펐다.


또한 나에 대한 기대가 너무 높았다. 나는 어떤 일이든 포기하지 않고 잘 해낼 거라 믿었고, 또 그래왔다. 다른 사람들의 평판이 제일 중요했던 시기도 있었지만, 그 조차도 지나갔다고 생각했다. 나는 나를 돌볼 줄 아는 성숙하고 단단한 사람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나는 생각보다 나약했다. 나에 대한 기대감과 부담감 속 괴리가 나를 더 힘들게 했다. 어떠한 일을 그만두는 것은 그 일을 함께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끊는 것만 같았다. 또 어떤 일을 그만두는 것은 나를 세속적인 가치만 추구하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어떤 일을 그만두는 것은 나에 대한 부모님의 기대 혹은 나 스스로의 기대를 저버리는 것 같았다. 나는 나에 대한 욕심이 많았고, 그 욕심들을 감당하기가 벅찼다.


그럼에도 조금 쉬어 가려고 한다. 내가 정말 하고싶은 것은 무엇인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 나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등에 대한 고민할 공백이 필요하다. 조금 더 나를 아끼고 사랑하고 인정할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이별은 나쁜 것이 아니다. 해서는 안 되는 것도 아니다. 만남도 어렵고 이별은 더 어렵지만 모두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윤영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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