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꿈이라는 건, 꿈을 꾼다는 건 [사람]

글 입력 2022.02.22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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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유퀴즈온더블럭'은 항상 생각할 만한 주제를 던져준다. 특히 우리 주변에 흔히 있을 것 같은 일반인들을 인터뷰하고, 그들에게서 깨달음과 배움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이 프로그램의 큰 매력이다.

 

얼마 전 재야의 고수들을 주제로 한 회차가 방영되었다. '고수'는 어떤 분야를 통달하고 최고의 자리에 오른 사람들에게 붙이는 수식어다. 각기 다른 분야에서 고수가 된 분들이지만, 그중 두 분에게서 공통점을 발견했다. 바로 '어릴 적 꿈'을 아직도 기억하고 꿈꾼다는 점이다.

 

첫 재야의 고수는 무림의 고수인 정경교 고수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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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은 어릴 때부터 무협 소설 읽는 것을 좋아하고 황비홍, 안중근 의사가 롤모델일 만큼 무림의 고수가 되는 것을 꿈꾸셨다고 한다. 10년 넘게 항해사라는, 어릴 적 꿈과는 완전히 다른 일을 하시다가 뒤늦게 꿈을 이루셨다. 여러 가지 무술을 연마하고 수련하시며 정말로 '무림의 고수'가 되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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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에는 마냥 신기하고 독특하신 분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어릴 적 꿈을 잊지 않고, 나이가 들어도 끊임 없이 노력하여 결국은 그 꿈을 이뤄냈다는 것을 보고 참 배울 점이 많은 분임을 깨달았다. 어릴 적 꿈을 이룬다는 건 쉽지 않다. 현실의 벽에 부딪혀 어릴 때 꾸던 꿈을 잊는 사람도 많다. 세상을 잘 모르던 어린 시절 꾸던 터무니 없는 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필자도 어릴 때 꾸던 꿈을 이 프로그램을 보며 기억 저 너머에서 끄집어냈다. 어릴 때 다녀온 유럽 여행이 너무 좋아서, 중학생이라는 어린 나이에 막연하게 여행 가이드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입시를 거치며 대학교의 특정 학과에 꿈을 억지로 접어 구겨 넣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가이드가 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곳을 여행하며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해주고 싶다는 어릴 적 꿈을 자연스레 잊고 지냈다. 아직도 가이드가 된 미래의 내 모습을 생각하면 가슴이 뛰고 설렌다. 그것이 실현하기 어려울 꿈일지라도 말이다. 비록 이분은 노력을 해 꿈을 이루셨지만, 꼭 꿈을 이루지 않아도 괜찮다. 꿈을 꾸는 그 순간이 행복하다면 그 자체로 충분히 의미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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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아이처럼 해맑으신 고수님의 모습에 보는 내내 웃음이 절로 지어졌다. 그 모습은 나이가 들어서도 많은 꿈을 꾸고 계시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일 테다. 경험이 쌓이고 점점 세상에 대해 알게 될 수록, 나이가 들수록 꿈은 사라지기 마련이다. 높은 현실의 벽을 보았기 때문이고, 나이라는 틀에 갇혀 무모하게 꿈을 위해 도전할 용기를 쉽게 가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나이가 들어서도 꿈을 계속 꾼다는 건 대단하다.

 

고수님의 인생관에서 참 배울 점이 많다고 느꼈다. 누군가 어릴 적 가졌던 꿈은, 나이가 들어서 돌아보았을 때 너무 터무니없고 부끄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꿈은 나라는 사람, 내 삶을 설명해주기도 한다. 그렇기에 남들의 시선이 두려워 어릴 적 꿈을 포기하지 말자. 내가 지금 꾸는 꿈 또한 부끄러워 하지 말고, 계속해서 꿈을 꾸자.

 

두 번째 재야의 고수는 설악산의 마지막 지게꾼, 임기종 고수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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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은 지게에 본인 몸집보다 큰 물건들을 메고 험준한 설악산의 바위를 넘어 사람들에게 물건을 전달하신다. 그런데 그런 운반 비용은 너무나도 싸고, 심지어 그 돈을 모아 기부까지 하셨다. 어려운 형편 때문에 어릴 때부터 지게 일을 해야 하셨다. 이분의 어릴 적 꿈은 '마라토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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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석이 앞으로 하고 싶으신 일이 있으시냐고 묻자, 모두 다른 사람들을 위한 일들에 대해 말씀하셨다. 그러자 유재석이 선생님을 위해 하고 싶으신 일은 무엇이냐고 다시 물었다. 그러자 마라톤을 다시 하고 싶다고, 꿈을 이루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충분한 재능을 가지셨음에도 외부 환경으로 인해 꿈을 이루지 못하셨다는 것에 마음이 아려왔다. 나이가 드셨지만 이분에게는 얼마나 그 어릴 적 꿈이 마음속에 크게 자리잡고 있었는지 알 수 있었고, '꿈'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수입을 꾸준하게 기부하시는 모습을 보고 지금 내 모습에 대해서도 돌아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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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 장면이 인상 깊었다. 마라토너 황영조 선수처럼 되고 싶었다고 말씀하셨는데, 금메달을 따는 황영조 선수의 모습과 설악산을 오르는 고수님의 모습을 함께 보여주며 '선생님의 금메달 못지않은 삶을 응원합니다'라는 자막이 삽입되었다. 비록 꿈을 이루진 못하셨지만, 한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르셨고 모든 이들의 존경과 감사함을 받는 사람이 되셨다.

 

모두 바쁜 현실을 살아가느라 잊고 지냈던 어릴 적 나의 꿈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어린아이처럼, 때로는 막연한 꿈도 꾸었으면 좋겠다. 꿈을 꾼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고 살아갈 힘을 주기 때문이다.

 

 

[최지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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