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삶은 B와 D 사이의 C - 영화, 세라비 : 다섯 번의 기적

글 입력 2022.02.19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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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는 "삶은 B와 D 사이의 C"라고 했다. 이때, B는 출생을 뜻하는 birth이고 D는 죽음을 뜻하는 death이다. 그렇다면, C는 무엇인가. 바로 선택(Choice)이다.

 

그리고 이 비유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여 만든 코미디 영화가 있다. 바로 "세라비 : 다섯 번째 기적(이하 세라비)"이다.

 

세라비에는 다섯 커플이 등장한다. '나라의 명예가 걸린 위성 발사를 앞둔 만삭의 CEO와 그의 남편', '출산을 극도로 두려워하는 여자와 그의 곁을 지키기 위해 달려가는 남편', '소개팅 앱에서 만난 남자의 아이를 혼자 낳아 기르려는 미혼모', '출산 당일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 소식을 들은 남자와 사이비 종교를 믿는 어머니를 둔 그의 부인', 그리고 '아이를 가지고 가정을 이루려는 레즈비언 커플과 대리부'가 그들이다. 이 다섯 커플의 에피소드에는 총 다섯 번의 선택이 일어나고 다시 다섯 번의 기적이 일어난다.

 

 

 

1. 첫 번째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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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임산부는 대기업을 책임지고 있는 CEO다. 그녀는 프랑스를 대표하여 위성을 쏘아 올리고자 하지만 쉽지 않다. 정부와 위성을 위탁 생산하는 노동조합과 노동조합이 소속된 국가 간의 의견 차이가 도무지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녀는 산부인과에서도 화상으로 회의를 강행하기로 한다. 이는 자신과 아이의 건강보다는 1000명의 일자리와 인류에 공헌하겠다는 선택이다. 이러한 헌신에도 불구하고, 삼자 간의 갈등은 점점 깊어만 가다가 출산이 임박하자 모두 숨을 죽인다. 그리고 한 마음이 되어 아이의 출생을 축하한다. 프랑스 영화 특유의 휴머니즘을 엿볼 수 있는 에피소드였다.

 

이 첫 번째 기적에서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성 역할에 대한 것이다. 100년의 삶을 100분으로 줄여야 하는 영화의 장르적 특성상 캐릭터를 더욱 쉽고 간결하게 구축하기 위해 ‘남자는 바깥일을 맡고 여자는 가정을 돌보는’ 그림은 자주 비추어졌다. 그렇다고 해서, 여성 CEO 캐릭터가 정말 드물고 특별하진 않다. 그렇다면, 세라비가 다른 것들과는 다르고 특별한 까닭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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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들도 비춘다는 점에 있다. 사람들은 종종 출산의 과정이 오롯이 여자들의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사랑과 출산의 책임을 나누기 위해선, 그것을 통해 얻는 다른 감정들 또한 나누어야 할 필요가 있다. ‘출산 관련 담론’에서 소외되었던 남편들의 아픔, 기쁨 등도 함께 논의해봐야 한다는 이야기다.

 

 

 

2. 두 번째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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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임산부는 어머니에게 끌려다닌다. 그의 어머니는 사이비 종교를 신봉하여, 딸의 남편을 인정하지 않고 부부 관계에 하나하나 관여한다. 이러한 간섭은 출산이라고 다르지 않다. 그는 집에서 자연주의 분만법 중 하나인 수중 분만을 시도하고자 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꼭 필요한 산파가 오지 않았고, 진통이 시작되어 병원으로 가야 할 위기다.

 

그러던 와중 남편은 그의 어머니로부터 아버지의 작고 소식을 듣는다. 그는 평소 아버지와 의견 마찰이 있어 사이가 좋지 못했는데, 죄송하다고 말씀도 드리기 전에 돌아가신 것이다. 따라서 그는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아내와 장모님 그리고 첫째 딸에게 잠시 물건을 사러 상점에 간다고 거짓말을 하고 본가로 향한다.

 

남편이 다시 병실에 도착했을 때, 아내는 출산이 임박했다. 그의 어머니는 간호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자신의 딸을 휘두르려고 들고, 첫째 딸은 자꾸만 이상한 그림을 그린다. 이러한 카오스 상황에서도 맑게 웃으며 착한 딸 노릇을 하려는 아내의 귀에 남편은 속삭여 준다. ‘누구보다 중요한 것은 당신’이라고. 그리고 아내는 선택한다.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이 남자와 출산의 순간을 함께 하겠다고. 남편은 장모님께 딸을 맡긴다. 그리고 병실에는 둘만 남는다. 몇 번의 사랑해와 몇 번의 신음이 교차되다가 이윽고 들리는 아이의 울음소리.

 

제각각이던 가족들을 하나로 묶는 새로운 기적의 탄생이다.

 

이 에피소드는 극 중 ‘긴장’을 담당한다. 자신이 속해 있던 가족과 새로운 가족 사이의 묘한 기류를 잘 나타내었다. 남편은 기존의 가족인 ‘아버지’와 새로운 가족인 ‘부인’과 ‘아이들’ 사이에서 계속해서 갈등한다. 아내도 마찬가지다. 기존의 가족인 ‘어머니’를 떨치지 못해왔으나, 새로운 가족인 ‘남편’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을 알게 되고, 한 발짝 나아간다.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새로운 아이를 받아 드는 상황은 보는 이로 하여금 행복한 미소를 짓게 했다.

 

 

 

3. 세 번째 기적



세 번째 임산부는 여러 번의 시험관 시술 끝에 임신에 성공했지만, 조산기가 있어 병원을 찾는다. 그리고 의사로부터 자궁문이 열려 수술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소식을 듣는다. 임산부는 의사에게 마취는 하지 말아 달라며 신신당부한다. 그의 어머니가 그를 낳기 위해 제왕절개 수술을 했고, 그는 무사히 태어났지만, 그의 어머니는 깨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의사는 그런 그에게 보호자인 남편이 올 때까지 기다려 보자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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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그의 남편은 익스트림 스포츠를 진행하는 요원이다. 따라서, 도심으로부터 아주 먼 고산지대에서 철인 경기의 심판을 보던 중 부인의 전화를 받고 달려간다. 부인에게 가는 길은 쉽지 않다. 중요한 축구 경기 때문에 열차표를 사지 못하고, 최대한 일찍 도착하기 위해 스포츠카를 빌렸지만 전복되고, 겨우 살아남아 말을 타고 가보려고 하지만 멀고도 험하다. 그러던 중 한 부자를 만나게 되고, 그의 헬기를 빌려 탈 기회를 얻는다. 그러나, 헬기의 앞에서 그는 망설인다. 카레이싱과 승마를 즐기고, 심폐소생술도 아주 능숙하게 해내는 그였지만 고소공포증이 있었던 것이다. 결국, 그는 선택한다. 당장 무서움을 극복하고, 아내에게 가는 것을.

 

아무리 기다려도 남편이 오지 않자 임산부는 홀로 수술실에 들어갈 위기에 놓인다. 와중에 마취하러 찾아온 이는 상태가 심상치 않다. 따라서 그는 선택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남편이 오는 것을 기다리기로. 부인은 시끄럽고 혼란스러운 병원에서 가장 안전한 공간을 찾아 돌아다니다가 가장 추운 옥상에 자리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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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에피소드가 영화의 ‘긴장’을 담당했다면, 이번 에피소드는 ‘이완’을 담당한다. 남편은 병원으로 가는 길 우연히 아름다운 낯선 여자와 동행하게 되는데, 둘의 콤비가 꽤 재미있다. 그러나 마냥 웃기지만은 않다. 촘촘하게 짜인 웃음 코드 속에서 웃다가도, 둘이 정말 사랑에 빠져버리면 어떡하나 싶다가도, 절대 흔들리지 않는 남편을 보며 듬직하고, 사랑하기에 포기할 줄 아는 어른인 여자도 슬프다.

 

 

 

4. 글을 마치며,



세라비의 부제는 다섯 번의 기적이다. 영화가 이러한 부제를 가지게 된 까닭은 다섯 명의 임산부가 다섯 명의 아이를 출산하기 때문도 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사르트르의 말을 떠올려 보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우리 삶은 크고 작은 선택들로 점철되어 있다. 우리는 늘 가장 나은 결과를 떠올리며 선택을 하지만, 그것은 종종 옳고 대부분 그르다. 따라서, 수많은 선택이 (꼭 옳은 선택은 아닐지라도) 한 방향을 가리켜 긍정적인 결과를 낳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


103분간 5커플의 이야기가 진행된다. 무식하게 단순 계산을 해 보면 한 커플당 약 20분 정도의 시간이 할애된다. 따라서, 전개가 급하고, 커다란 문제도 얼렁뚱땅 넘어가고, 정신이 사납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원래 러브 코미디란 그런 맛이 아닌가. 즐겁고 유쾌한 영화였다. 다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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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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