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다섯 번째 계절, 테레사의 봄 - 테레사 프레이타스 사진전 [전시]

겨울의 한 가운데에서 테레사가 전하는 봄
글 입력 2022.02.18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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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게 이야기하겠다. 처음 테레사 프레이타스의 사진전을 알게 되었을 땐, 굳이 전시회장에 가서 돈을 주고 사진을 감상해야 할까, 라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23만 팔로워를 가진 테레사의 인스타그램에는 그의 작품이 게시되어 있었고 난 언제든 원하기만 하면 환상적인 사진에 ‘좋아요’를 남길 수 있었다. 높은 해상도의 사진들은 원한다면 확대도 할 수 있었고, 때로는 작은 피드에 모아두고 감상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굳이 전시회장까지 가서 이 사진들을 감상해야 하나. 여기까지가 내 솔직한 첫인상이었다.


그렇지만, 그냥 이 전시를 놓치기에는 그녀의 사진이 너무 취향이었다. 살짝 물 먹은 듯 한 색 보정, 물이 가득한 구도, 이국적인 느낌이 가득한 풍경까지 어느 것 하나 맘에 들지 않는 구석이 없었다. 그래서 전시회에 가보기로 마음먹었다. 한 번 가보고, 좋은지 안 좋은지 직접 판단해보자는 생각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 오만함이 증명됐다. 직접 보지도 않고 작은 핸드폰 화면만 보며 전시회를 가네 마네 했던 내 오만함이 증명됐고, 전시회장을 나오는 내 손엔 입장료보다 더 비싼 값의 굿즈들이 바리바리 들려 있었다.


테레사는 그날, 내게 봄을 선물했다.

 

 

테레사 프레이타스 사진전_공식 포스터.jpg

 

 

테레사 프레이타스는 포르투갈의 리스본에서 태어났다. 1990년에 태어난 테레사는 사진작가 겸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며 넷플릭스와 디올, 클로에, 캘빈클라인, 팬톤과 같은 세계적인 브랜드와 협업하고 있다.


친숙한 모티브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하는 테레사의 사진전 <어느 봄날, 테레사 프레이타스 사진전 : Springtime Delight>는 서울 여의도 더현대 ALT.에서 펼쳐진다. 그의 세계 최초 단독 사진전이기도 한 <어느 봄날, 테레사 프레이타스 사진전 : Springtime Delight>에는 80여 점의 작품과 영상이 관람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전시는 2022년 1월 29일 시작되어 2022년 4월 24일까지 진행되며, 봄을 주제로 기획되었다.


‘봄’은 색감을 중요하게 여기는 테레사 작품의 특징이자 강점인 파스텔톤이 아낌없이 진가를 발휘하는 주제이다. 그만이 선보일 수 있는 따스한 감성은 관람객들로 하여금 비현실적인 감성을 느끼게 해준다. 테레사는 풍부한 상상력을 기반으로 우리 주변의 풍경을 색다르게 조합하여 연출한다.


테레사 특유의 파스텔톤 감성은 협찬사 ‘노루페인트’의 팬톤 페인트가 연출한 전시장을 통해 극대화된다.

 

 

Inside the Maze, 2019.jpg

ⓒ Teresa Freitas, Subject Matter Art, and Artémios/CCOC - Inside the Maze, 2019

 

 

전시는 총 6가지 섹션으로 구분된다. 첫 번째 섹션은 테레사가 연출하는 다양한 컨셉의 꽃 작품들이 그의 작품 세계로 가는 문을 열어준다. 두 번째 섹션에서는 현실과 가장 동떨어진 느낌을 느낄 수 있다. 마치 꿈을 꾸는 듯한 몽환적인 느낌이 가득한 섹션이다. 세 번째 섹션에서는 테레사가 담아내는 그의 고향, 포르투갈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이국적인 작품들 속에서 고향에 대한 그의 애정을 듬뿍 느낄 수 있다.

 

실제 테레사의 작업실을 구현해놓은 곳에서는 그의 열정과 취향을 가득 느낄 수 있었으며, 그를 지나 맞이한 네 번째 섹션에서는 테레사가 경험한 타 도시의 풍경이 펼쳐진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도시의 느낌과 전혀 다른 색감을 풍기는 작품들은 가본 적도 없는 도시들에 대한 향수를 자극한다. 다섯 번째 섹션에서는 스페인의 포스트모던 공동주택 라 무라야 로하의 작품이 있다. 여섯 번째 섹션에서는 청량함과 시원함이 돋보이는 바다와 물이 담긴 작품들이 있다.


각 섹션이 명확한 컨셉을 가지고 있었고, 그에 걸맞은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어 짜임새 있는 전시를 즐길 수 있다. 마치 테레사라는 사람을 차근차근 소개해주는 것 같은 구성이 그의 작품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왔다. 잔잔하게 흘러나오는 배경 음악과 적절한 영상 콘텐츠 역시 전시를 풍성하게 해주는 요소였다.

 

 

 

Spring Dreams


 

I've always been enamored with the idea of capturing something that won't be the same again.

다시 오지 않은 무언가를 포착한다는 것, 그런 점이 저를 항상 매료시킵니다.

 

 

Rothko Spring, 2018.jpg

ⓒ Teresa Freitas, Subject Matter Art, and Artémios/CCOC - Rothko Spring, 2018

 

 

테레사가 담아내는 봄은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다른 미사여구를 붙일 필요가 없었다. 그저 아름답다는 형용사 하나면 됐다. 특유의 파스텔톤 색감은 사진을 보는 순간 마음의 벽을 무너뜨렸다. 몽글몽글한 색감은 자연스럽게 봄의 따스함을 느끼게 했다. 색감뿐 아니라 구도와 오브제의 모든 것들이 봄 그 자체였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봄의 기운이 선연한 작품들은 지금 당장이라도 사진 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욕구를 자극했다. 어딘가로 떠나버리고 싶은 마음들은 테레사의 사진 앞에서 폭발했다. 전시회 바깥은 찬 바람이 부는 겨울이라는 것도 잊은 채 그저 또 다른 봄을 찾아 다른 사진 앞에 서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속절없이 테레사의 사진에 매료되었다는 게 맞는 표현이겠다.


그리고 테레사의 봄은 내 곁엔 없는 것이었다. 들판, 꽃, 건물의 창문. 분명히 내 주변에도 있을 것만 같은 풍경들이었는데도 그건 현실이 아니었다. 테레사는 현실 속의 풍경을 포착해서 현실과는 완전히 다른 경계에 있는 작품으로 변화시켰다. 그가 포착한 현실은 내가 살고 있는 현실을 탈피한 완전한 초현실이었다. 그러니까 그가 담아내는 봄은 그의 작품 속에만 있는 것이었다. 그 점은 몽환적인 느낌을 극대화시켜 마치 꿈속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줬지만, 그만큼 쓸쓸함을 짙게 남겼다.


그의 작품 중, 타국의 도시의 풍경을 담았던 작품들은 조금 더 짙게 마음에 남았다. 가보진 못했지만 내게 샌프란시스코는 막연하게 정형화된 도시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그런데 테레사의 작품 속 샌프란시스코는 따뜻한 햇살이 가득한 도시였다. 한국에서도 볼 수 있는 차이나타운의 풍경 역시 한없이 따뜻한 봄의 향기가 만연했다. 샌프란시스코뿐 아니라 몰타, 베니스, 부다페스트의 풍경들도 그랬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겐 일상일 장면들이 테레사를 거치자 색다른 봄의 도시가 되었다.


테레사의 작업 방식은 대체로 그런 것이었다. 일상의 것을 일련의 과정을 거쳐 비현실적이고 비일상적인 것으로 바꾸는 것 말이다. 초반 섹션을 걸을 때만 해도 테레사가 포착한 일상의 것 역시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그가 어떤 작업 과정을 거쳤든 내가 마주한 작품은 초현실적인 느낌이 가득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테레사가 표현한 타국의 도시들 사진을 보자 나의 일상도 언제든 비일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자 내 주변에 있는 것들이 조금씩 특별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내 방의 작은 창문도, 내가 거닐던 산책로의 작은 꽃도 조금만 다른 시각으로 본다면 특별한 색감을 가진 하나의 장면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자 세상이 조금 아름답게 보이기 시작했다.


테레사가 말했던 다시 오지 않을 무언가. 그건 바로 내가 숨 쉬고 있는 이 시간들이었다.


 

 

By the Water


 

Never stop searching for your voice, even after you think you've found it.

자신의 목소리를 찾는 것을 멈추지 마세요. 이미 그걸 찾았다고 생각하는 순간에도 말이죠.

 

 

Neighbourhood Layers, 2018.jpg

ⓒ Teresa Freitas, Subject Matter Art, and Artémios/CCOC - Neighbourhood Layers, 2018

 

 

테레사는 젊은 나이에 괄목할만한 성과를 여럿 내왔고, 현재에도 그의 작품 활동은 왕성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의 작품 활동 시작은 인스타그램 게시글이었고, 그는 자신이 사진작가가 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이 바로 SNS라고 말하기도 했다. 테레사는 자신이 좋아하는 걸 알았고, 하고 싶은 걸 잘 알고 있었다. 그의 작업실을 보고 알 수 있었다. 그곳엔 테레사의 취향이 가득했다. 타인의 시선에서도 그의 성향이 명확히 드러나는 걸 보니, 스스로에 대한 인식도 뚜렷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작품 세계 역시 마찬가지였다. 테레사의 사진에는 테레사가 담겨 있었다. 뷰파인더를 통해 세상을 보는 테레사의 시선이 담겨 있었다. 그가 보는 세상은 밝고 몽환적이고, 무엇보다 아름다웠다. 테레사는 세상의 아름다움을 포착하고 전달하는 사람이다. 그의 사진을 감상하다 보니 그가 얼마나 긍정적이고 도전적인 사람인지 알 수 있었다. 특히 물을 담아낸 그의 사진은, 앞서 본 그 어떤 작품들보다도 맑고 투명했다.


테레사는 사진을 통해 자신을 찾고 있었다. 지금도 테레사는 스스로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 알리고 싶은 것, 보여주고 싶은 것을 끊임없이 찾아가고 있다. 이미 그의 견고한 스타일을 세상에 선보인 이 순간에도 말이다. 그런 모습에 많은 자극을 받았다. 나 자신의 목소리를 찾기 위해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테레사의 바다 같은 투명함이 내 안에도 존재할 것이라고 믿으며, 내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을 멈추지 말아야겠다고 느꼈다.

 

 

Daydream, 2018.jpg

ⓒ Teresa Freitas, Subject Matter Art, and Artémios/CCOC - Daydream, 2018

 

 

<어느 봄날, 테레사 프레이타스 사진전 : Springtime Delight>는 내게 정말 한 줄기의 봄 같았다. 전시의 말미에서 나는 디지털 사진전을 무시했던 내 오만함에 부끄러움을 느꼈다. 작은 핸드폰 화면 속의 사진은 절대 전시회의 액자에 걸린 사진과 같은 감성을 줄 수 없었다. 큰 화면과 선명한 색감, 적절한 조명과 주변의 상황이 자아내는 분위기는 전시회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독보적인 감성을 주었다.


내가 인상 깊었던 점은, 액자에 걸린 작품과 엽서로, 폴라로이드로, 포스터로 제작된 작품이 전부 다른 느낌을 줬다는 것이다. 액자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감동이 엽서에서는 물씬 느껴지는 작품도 있었고, 액자로 보았을 때는 눈을 뗄 수 없었던 작품이 포스터로 보았을 때는 감동이 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작품은 강하게 테레사 프레이타스라는 작가를 대변하고 있었고, 그 속에서 느낀 따뜻함과 위안은 핸드폰에서 느낄 수 있는 정도와 비교할 수 없었다.


<어느 봄날, 테레사 프레이타스 사진전 : Springtime Delight>는 4월 24일까지 더현대 서울에서 관람할 수 있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10시 30분부터 8시까지,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8시 30분까지 관람할 수 있으며, 마감 1시간 전 입장이 마감되니 그 점에 유의하여 관람하면 좋을 것 같다. 만 19세 이상은 15,000원, 만 18세까지는 13,000원, 만 48개월 미만은 무료로 관람할 수 있고, 현대백화점 멤버십은 동반 2인까지 20% 할인이 가능하다.


현실에 잠시 지쳐 있다면,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다면, 지금 느끼는 행복함에 한 방울의 따뜻함을 더하고 싶다면, 아름다운 무언가로 기분을 환기하고 싶다면 <어느 봄날, 테레사 프레이타스 사진전 : Springtime Delight> 전시를 꼭 관람하길 바란다.

 

 

 

황시연_컬쳐리스트.jpg

 

  

[황시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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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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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zisco
    • 물 먹은 파스텔 색감의 사진들과 애디터님의 글이 함께 어우러져 몽환적인 분위기에 사진 속으로 빠져드는 기분이 들어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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