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서울 거리 '차별'을 없애주시오 [사람]

장애인 이동권의 현황
글 입력 2022.02.16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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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거리 ‘턱’을 없애주시오“


이번 장애인 시위의 내용 같지만, 38년 전인 1984년 김순석 열사의 이야기이다. 그는 건너갈 수 없는 횡단보도, 들어갈 수 없는 식당과 화장실.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지 않는 서울의 거리는 마지막 발버둥까지 꺾어 놓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음독자살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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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이야기 중 납득이 가지 않는사건이 있었다. 1984년의 어느 날, 작업하기 위한 공구를 빌리러 나갔다가 휠체어를 타고 건널 수 있는 길을 찾지 못하고 불가피하게 차도를 이용했는데 무단횡단으로 교통순시원에게 걸려 경찰서에서 밤을 보내게 되었다고 한다. 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주지 않아서 갈 수 있는 길로 횡단을 했을 뿐인데 ‘무단’이 되었다.

 

 

 

누구를 위한 저상버스인가


 

2020년 서울시는 교통약자를 위한 7대 준수사항을 제정했다. 여기에는 교통약자가 정류장에 있으면 탑승 여부를 확인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같은 해에 휠체어 사용자 승차 거부 신고센터도 신설되었다.

 

서울시 저상버스 도입률은 2021년 기준 65%로 다른 도시에 비해 높은 도입률을 보이지만, 저상버스가 도입은 휠체어 이용자의 대중교통 이용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유튜브 채널 ‘위라클’에서 휠체어로 버스 타는 미션을 영상으로 기획하여 게재하였다. 버스 이용객에게는 저상버스도 익숙하고 휠체어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좌석도 낯설지 않다. 하지만 출퇴근길에 버스가 인도 가까이 정차하여 발판을 내리고 휠체어가 승차해서 좌석을 접고 휠체어를 고정하는 과정을 본 사람은 거의 없다.

 

나만 해도 자료를 찾다가 위라클 영상을 보고서야 휠체어 전용 좌석에는 안전벨트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다. 휠체어로 이용하라고 만든 저상버스인데 우리는 휠체어를 보지 못한다. 저상버스 도입만이 답이 아니라는 걸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교통약자를 위협하는 지하철


 

서울은 그나마 지하철이 있어 버스 이용이 불편하더라도 대체할 수단이 있다. 하지만 그 지하철도 여전히 타기 어렵고 위험하다.

 

2001년 오이도역 리프트 추락사고 이후로도 10건 이상의 리프트 사고가 있었고, 서울교통공사가 1 역사 1 동선을 위한 엘리베이터 설치율이 92.2%(2021년 4월 기준)라고 하지만 여전히 승강장과 전동차 사이에는 휠체어로 감당하기 어려운 틈이 존재하고 턱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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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철도건설규칙’에 따르면 “차량과 승강장 연단 간격이 10㎝가 넘는 부분에는 안전 발판 등 승객의 실족사고를 방지하는 설비를 설치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그러나 해당 규칙을 살펴보면 ‘이 규칙 시행 당시 건설되었거나 건설 중인 도시철도에 관하여는 종전 규정에 의한다.’라는 부칙을 발견할 수 있다.

 

이에 따라 2004년 이전 지어졌거나, 짓고 있던 역에서는 10㎝ 룰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 결과 2021년 기준, 1~9호선 296개의 역사 중 법의 적용 대상은 28곳에 불과했다. 고작 10퍼센트만이 안전한 간격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이 규칙은 연단 간격뿐만 아니라 높이차 1.5cm를 넘어선 안 된다고 규정하지만, 승강장 단차 역시 여전히 휠체어 이용자에게 위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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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과 단 차는 불편이 아니라 위협으로 존재하고 있는데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었다고 배리어 프리를 말할 수 있을까?

 

 

 

선택지가 없는 장애인의 이동권



이렇게 불편한 지하철과 저상버스는 그나마도 서울에 집중되어 있다. 2020년 기준 전국의 저상버스 도입률은 27.8%이다. 서울이 57.8%로 가장 높고 뒤이어 강원이 36.1%, 대구가 34.9%이다. 그리고 하위권인 전남이 11.5%, 충남이 10.0%로 큰 격차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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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시위를 두고 ‘그럼 장애인 콜택시를 타지’라고 욕하는 시민들이 있다. 가만 생각해보자. 우리가 도로에서 앞뒤 양옆으로 수도 없이 많은 택시가 지나갈 때 장애인 콜택시를 몇 대나 볼 수 있는지. 그리고 장애인 콜택시는 교통약자를 위한 특별수단으로 휠체어 사용자에게만 한정된 교통수단이 아니다.

 

무엇보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여 원하는 시간에 바로 탈 수 없는 큰 단점이 있다. 지금 부르면 못 해도 한 시간 뒤에나 올 택시인데 어떻게 타고 다니란 말일까.

 

 

 

20년째 밀려나고 있는 장애인의 권리 요구


 

오늘(15일) 현재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의 홈페이지에 접속할 수 없다. 지하철 시위를 하는 전장연에 대한 사이버 공격 때문에 서버가 다운되었다. 전장연 사무실에는 신원미상의 남성이 찾아와 시위를 그만하라며 불을 지르겠다고 협박했고, 서울교통공사 직원은 익명 커뮤니티에 시민들에게 장애인을 밀어내서 시위를 막아달라는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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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화역 2번 출구 앞에는 장애인 이동권 요구 동판이 있다. 당시 장애인이동권연대 투쟁국장이었던 이규식 전장연 공동대표가 1999년 혜화역 리프트 추락사고로 부상을 입은 이후 혜화에서 이동권을 외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2021년 11월에는 승하차 시위가 아닌 역사 내 선전전을 계획했는데 혜화역에선 불법시위(휠체어 승하차)로 인해 엘리베이터 사용을 중지하였다.

 

2022년 1월에는 박규식 전장연 공동대표가 한성대입구역에서 혜화역 방향으로 단순 이동을 위해 지하철에 승차하려 했으나 평소에 시위하던 사람이기 때문에 불법시위를 할 것 같다는 이유로 경찰은 승차를 저지했으며, 그 과정에서 박 대표가 휠체어에서 떨어졌는데도 시민들이 불편해한다며 박 대표를 탓하였고, 언론은 이를 지하철 점거 1인 시위로 인한 연착으로 보도하였다.

 

20년이란 세월이 흘렀음에도 장애인의 권리가 예산 문제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현실, 시위 소식에 관한 기사가 쏟아지는데도 대선 주자 그 누구도 장애인 권리예산 예산 반영을 약속하지 않는 지금, 며칠의 출퇴근이 불편한 게 큰일인 것처럼 욕하는 시민들 속에서, 그들은 ‘욕의 무덤’에서 죽는 것을 기꺼워하지 않는다.


 


 

 

참고 기사

“장애인이 거리를 바꾼다“, 한겨레 블로그, 2010.04.21

조형국 외, “두 바퀴엔 절벽 같은 ‘28cm’”, 경향신문, 2021.09.15.

노혜진 외, “혜화역은 엘리베이터를 꼭 막아야 했을까?”, 국민일보, 2021.12.08.

황보혜경, '승차거부'는 일상...휠체어 장애인의 하루, YTN, 2022.01.03

허현덕 외, “경찰, “지하철 시위할 것 같아서” 장애인 탑승 저지“, 비마이너, 2022.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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