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간을 ‘순간’으로 영원히 남겨두는 것에 사진보다 더 뛰어난 것이 있을까. 게티 이미지 사진전은 우리에게 사진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순간들’로 다가온다.
과거의 그 많은 순간들을 사진가들이 사진기에 담았고, 그 순간들은 우리에게 몇 백 년 전, 몇 십 년 전의 일이 마치 내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인 양 액자에 걸려 있다.
사진가들이 전쟁 상황 중에도, 남극에서도, 목숨이 벼랑 끝에서 매달려 있는 상황에서도 그 상황에서 도망치기보다는 사진기의 셔터를 누르는 이유를 조금은 짐작할 수 있었다.
찰나에 가장 가까운 순간들

세 명의 형제를 죽인 혐의로 유죄를 선고 받아, 처형되기 직전의 남성과 도밍고 로렌초 신부의 모습이다. 필자는 처형되기 직전인 사람의 사진을 태어나서 처음 봤다. 그리고, 어떤 기분을 느꼈는데 그 기분은 태어나서 처음 느낀 기분이었다.
마치 내 눈 앞에서 저 둘이 있는 것 같았다. 먼 과거임에도 불구하고, 소스라칠만큼 ‘현재’로 필자에게 다가왔다.

제 2차 세계대전 중, 바르샤바 게토에서 묵고 있던 벙커에서 강제로 쫓겨 나온 소년과, 유대인의 모습이다. 독일 친위부대는 그들에게 총을 겨누고 있다.
이 사진의 순간에서 잠시 뒤에, 그들은 어디로 갔을까. 이 사진 속에 있는 유대인들 중에서 몇 명이 살아남고 몇 명이 죽었을까.
공포에 젖고 항복이 담긴 그들의 표정이 선명한 찰나로 사진에 남아 있다.

제 2차 세계대전에서 “미드웨이해전”을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격렬했다.’ ‘참혹했다.’ 등, 몇 개의 문장으로 우리는 이 전쟁을 덮어둔다. 하지만 사진 한 장이 그 해전의 실상을 들추어 우리의 눈 앞에 가져다 놓는다. 격렬함과 참혹함은 수많은 사상자의 결과임을.
실은 폭탄으로, 공습으로,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일 에 불과하였음을.
아름다움으로 영영 남아 있을 순간들

1950년 1월 1일의 에펠탑은 이리도 아름다웠나보다. 필자가 태어나기 무려 50년 전의 에펠탑을 2022년 1월 26일에, 예술의전당에서 볼 수 있었다. '1950년 1월 1일의 에펠탑'은 이 사진 속에서, 이렇게 영영 아름답게 남아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이 사진을 보고 프랑스 파리에 가고 싶어졌을 것이고, 어떤 사람은 이 사진을 보고 몇 년 전에 가봤던, 자신의 파리를 떠올렸을 것이다. 영영 아름다울 이 사진은, 필자가 내년에 교환학생으로 해외에 나갔을 때 프랑스에 기필코 들러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만들었다.

'그랜드센트럴역으로 들어오는 태양' 이라는 제목의 사진이다. 사진전에서 첫 번째로 전시되어 있었던 사진이었다. 필자는 이 사진을 보고, 왜 사람들이 자신들이 좋아하는 사진을 사서 거실에 걸어 놓는지를 마음 깊이 깨달았다.
그랜드센트럴역으로 들어오는 '저' 태양, 저 태양은 저 순간 안에서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 태양의 순간을, 그 순간의 태양을 가까이 두고 계속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딘가로 떠나는, 혹은 어딘가에 도착한 사람들이 가득한 역에 태양이 저렇게 비치고 있다면, 나의 목적지가 천국이었는지- 하는 생각을 무심코 할 것 같다.
시간의 저 편에서 우리에게 도착한 편지

Film Kiss with protective mask. 1937년 1월 1일의 사진이다. 사진 속의 저 둘은 약 85년 뒤의 사람들이 자신들처럼 마스크를 쓰고 이 사진을 보리라곤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85년 전에도 마스크를 썼었다."
"85년 전에도 전염병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85년 전에도 사랑을 했었다."
이 세 가지의 사실들의 나열이 왜인지 모르게 우리의 마음을 보듬어 준다. 햇수로 3년간의 팬데믹 상황으로 지친 우리에게, 우리의 상황이 전무후무한 이상한 상황이 아님을 사진 한 장으로 알려 준다.
"그러므로, 사랑해라." 라고 우리에게 일러준다.

사진을 한참 보다, 갑자기 비교적 최근인 2014년의 사진이 전시되어 있어 놀랐다. 합성이 아닌가 의심될 정도로, 정말 유명한 배우들과 셀럽들이 사진 속에서 활짝 웃고 있다.
제 96회 아카데미상 시상식 쇼를 즐기고 있는 모습이 정말 생생하게 남아 있다. 이 사진은 85년 뒤의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게 만들까?

유수처럼 흘러가는 현재는, 쌓이고 쌓여 과거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과거는, 여전히 사진으로 남아 미래에서도 영영 존재할 것이다. 그리고 사진은 말을 한다. 사진을 보는 사람의 '서사 안에서' 존재하며, 그에게만 해줄 수 있는 말을 '그에게만' 해줄 것이다.
게티이미지 사진전의 모든 사진은 나의 서사 안에서, 나의 물줄기대로 내게 흘러왔다. 시간의 저편에서부터 무수한 순간을 거쳐, 오래 걸려 나에게 도착한 편지였다. 그리고 그 편지들은, 나에게만 들려줄 수 있는 말을 해주었다.
사진을 통하여 영영 존재하는 과거의 이야기를 듣자. 그리고, 현재를 기록하자. 우리의 이야기 또한 무수한 줄기로 뻗어가, 시간의 저 멀리에 있을 우리의 소중한 사람에게 닿아 마침내 우리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