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실상 유일한 장점이 수많은 단점을 무마시키기도 한다 [도서/문학]

스토리텔링에서 심리 묘사와 관계가 차지하는 비중
글 입력 2022.01.30 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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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re than anything, the journal wanted. It wanted more than it could hold, more than words could describe, more than diagrams could illustrate. Longing burst from the pages, in every frantic line and every hectic sketch and every dark-printed definition. There was something pained and melancholy about it.

 

*

 

현재 본인은 미국에서 2010년대에 한창 이름을 날렸던 'The Raven Cycle' 4부작 시리즈 중 2권, 'The Dream Thieves'라는 책을 읽고 있다. 이 영어 소설을 읽으며 문득 든 생각을 글로 써 보려고 한다.


이 시리즈는 대표적인, '다른 건 전부 유치하고 클리셰 한 스토리더라도 인물의 심리묘사 하나로 끌고 가는' 책이다.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이 시리즈는 사실상 역하렘물, 즉 한 여자아이가 여러 남자아이들과 어울리고 엮이며 일어나는 이야기이다. 블루라는 여자아이가 설정상 미국의 최고 부자들이 주로 다니는 초명문고 애글란비 고등학교 남자아이들 4명과 엮이며 'Cabeswater'라는 미스터리한 장소의 마법의 비밀을 알아가는 소설 시리즈라고 볼 수 있다.


솔직히 말해서, 2권 중후반을 읽고 있는 현재 기준, 유치하다. 몇몇 설정들은 2022년 기준으로는 이미 많은 소설들에서 봐온 설정들이며, 분위기를 강조하는 라이팅 스타일 특성상 이 판타지 소설의 마법의 법칙이나 기준도 헷갈리고 애매하며, 설득력이 좀 부족하다.


로맨스 빌드업도 자세히 읽다 보면 좀 의문스럽고 뜬금없다. 특히, 남자 주인공들의 뚜렷하고 개성 있는 성격적 특성과 인물 배경과 아주 크게 대비되게, 여자 주인공 블루의 매력이 매우 부족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 소설이 출간 당시 그토록 사랑받았던 이유, 그리고 필자 또한 이 소설에 (반쯤!) 푹 빠져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남자 주인공 4인방의 매력 때문이다. 이 소설의 사실상 유일한 장점인데, 그 유일한 장점이 너무 커서 다른 단점들이 생각보다 쉽게 무마가 된다고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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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Maggie Stiefvater는 각기 완전히 다른 배경과 성격을 가진 남자 주인공 4명을 마치 자신인 것처럼 완벽하게 이해하고 책에 아주 특별한 방식으로 녹여낸다. 이 네 명의 알 수 없는, 그러나 읽고 나서 생각해 보면 100% 납득 가능한 인물들 때문에 소설의 흐름이 예측불가하다.


읽다 보면, 네 명의 남자 인물들 (특히 소설의 사실상 중추 역할을 하는 남주 3인방) 이 분명 완벽하지 않고 문제가 있는데 전부 밉지가 않고 오히려 응원하게 만드는 기이한 현상을 체험하게 된다.


작가가 인간의 성격을 만드는 자라온 환경, 현재 금전적 상태, 가족관계, 인간관계를 어찌나 잘 이해하고 계신지, YA 소설이지만 때때로 소름 돋을 때가 있다. 특히, 이 소설에서 대중적 팬덤이 가장 낮을 것 같은 아담 페리쉬의 성격 및 행동 묘사가 소름 돋을 수준이다.


가난 속에서 아등바등 버티며 살아왔으며, 폭력적이고 부족한 부모 아래에서 선천적으로 부자인 로난과 특히 겐지에게 때때로 느끼는 자격지심, 그리고 이를 잠시 동안 '썸녀'였던 블루에게 분출하는 방식이 대화와 심리묘사로 정말 잘 표현되어 있었다.


이런 리얼한 인물 묘사 때문에 나머지 모든 건 어쩌면 과하고 애매한 이 책을 끝까지 읽게 만드는 것 같다. 어느 순간 소설의 분위기에 취해(?) 더 알아야겠다는 일념을 가진 나 자신을 발견한다.

 

이렇게 모든 부분이 완벽하진 않아도 소설의 특정 부분이 강력한 매력을 가진다면, 한 시리즈가 성공하는구나, 싶다.


최근 여러 일로 바빴고, 또 크게 아팠던 바람에 영어소설을 많이 읽지 못했는데, 얼른 The Raven Cycle 시리즈를 완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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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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