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언더스터디들의 빛나는 반란 [공연]

글 입력 2022.01.28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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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언더스터디>는 20세기 최고의 문학가로 손꼽히는 프란츠 카프카의 가상의 미공개 작품 리허설 현장을 그린다. 주인공을 맡고 있는 할리우드 톱스타 브루스의 언더스터디가 된 제이크, 제이크의 언더스터디를 맡게 된 해리, 그리고 작품의 무대감독 록산느. 세 인물이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전개되는 돌발 상황과 관계성을 통해 쇼 비즈니스계의 냉혹한 현실 속에 숨겨진 권한과 관점의 차이를 보여준다.


연극의 리허설 현장이라는 배경에 맞게, 무대뿐만 아니라 배우들의 동선과 조명 효과 등도 실감 나게 꾸며져 있었다. 배우들이 객석의 문으로 드나들거나, 객석 쪽 의자에 앉아있기도 한다. 배우들의 대사도 진짜 그 상황에서 인물들끼리 대화를 나누는 느낌이 많이 담겨서, 마치 실제 리허설 현장을 참관하는 듯했다.

 

 


관점은 다르지만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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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크의 언더스터디로서 이 작품에 처음 참여하는 해리는 작품 속 내용을 연기하다가도 계속 장면에 대한 의문점을 던진다. 개인적으로 나 역시 글을 쓸 때나 프로젝트를 할 때 나 스스로가 납득하는 게 굉장히 중요해서 항상 내용의 논리성과 타당성을 생각하는 편이라 해리의 모습에 공감이 많이 갔다. 이 장면에 이러한 연출이 맞는지 고민하고, “왜?”라는 물음을 던지는 모습.


이러한 행동은 과업의 완성도를 높이지만, 이미 정해진 틀이 있는 일을 하며 다른 사람들과 맞춰가기에는 좋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예술 활동인 연극에서도 마냥 배우의 해석대로 자유롭게 연기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큐 사인도 모두와 맞춰야 하고, 연출가의 디렉션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제이크와 록산느도 연습의 흐름이 끊길 때마다 해리를 타박한다. 무대 감독인 록산느는 언더스터디인 해리에게 장면을 수정할 권한은 없다고 못 박기도 한다.


하지만 해리가 자신의 의견을 정확히 밝히면 그들은 납득하기도 한다. 나중에는 제이크가 그를 진정한 배우라고 인정하기까지 한다. 제이크는 꽤 유명한 영화 배우이고, 해리는 제이크의 영화와 연기를 낮게 평가하는 연극 배우이기 때문에, 계속 갈등이 일어날 거라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전개였다.


그들은 분명 입장 차이가 있지만, 둘 다 배우라는 공통점과 연기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결국은 대화가 통하게 된다. 처음 가지고 있던 생각과 편견을 바꾸고, 개인의 관점을 넓혀가기도 한다.


<언더스터디>가 차이와 갈등을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첨예하고 날카롭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인물들은 각자의 관점에서 확실히 다른 의견들을 쏟아내지만 그리 큰 다툼으로 번지지 않고, 어떻게든 같이 일을 진행해나간다. 그리고 결국 서로를 어느 정도 인정해주는 모습을 보인다. 작품 속 인물들 간의 대립과 갈등을 지켜보다 보면 가끔 보는 사람까지 피곤한 감정이 들 때도 있는데, <언더스터디>는 아주 자연스럽고 유쾌하게 관점의 차이를 다뤘다고 생각한다.




단 한 번도 공연하지 못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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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스터디> 연극의 상황상, 제이크는 브루스의 언더스터디이고 해리는 제이크의 언더스터디이다. 사실 브루스가 스케줄을 펑크 내지 않는 이상, 이들은 지금 연습 중인 것을 관객에게 선보일 수조차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매우 열정적이다. 사실 이 연습은 의미가 없다고 느낄 수도 있는데 말이다.


극예술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보고, 또 학교 활동으로나마 직접 경험해보며 느낀 것이 있다. 단 하루를 공연한다 해도 완벽한 장면들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언더스터디>의 세 인물은 어쩌면 단 하루도, 한 번도 공연하지 못할지 모르는 상황에서도 무기력해지지 않고 열정을 다한다.


가끔은 실현 가능성을 재며 노력을 안배하기도 했던 나에게 그들의 태도는 몹시 인상적이었다. 선택과 집중을 해서 더 효과적인 결과를 얻는 것도 좋지만, <언더스터디>의 인물들처럼 어떠한 상황에서든 최선을 다하는 모습 자체도 너무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같은 일이라도 진심을 다할 때 배우는 점이 더 많은 법이다. 똑같은 성공을 해도 더 정성 들인 일이 뿌듯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모든 게 어그러진 상황에서도 춤을 추며 자신들의 연습을 이어간 세 사람의 모습을, 살아가면서 자주 떠올리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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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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