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커피와 문학의 향기로운 만남 - 커피 한잔

도서 <커피 한잔>을 읽고
글 입력 2022.01.28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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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부터 왠지 읽고 싶어졌던 책이었다. 커피를 좋아하고, 카페에 가서도 다른 음료보다는 커피를 고르는 나는 책 속에 어떤 내용이 담겨있을지 굉장히 궁금했다. 실제로 책을 받았을 때, 민트색 배경과 밤색의 커피잔 일러스트가 마치 여유로운 휴식이 떠오르는 듯했다.

 

읽는 내내 또 한 가지 마음에 들었던 것은, 바로 폰트였다. 진한 브라운을 띠는 글자색은 커피를 떠오르게 했고, 각지지 않은 글자체는 딱딱하지 않은 책의 내용과 부드럽고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이 때문에 마지막 페이지를 읽는 순간에도 커피 하면 이 책이 떠오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커피의 문화


 

이 책은 총 3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 첫 번째 챕터에서는 커피에 대한 저자의 애정을 엿볼 수 있었다. 커피의 맛은 개인적으로 뭐라 말로 형용하기 힘들다고 생각하는데, 저자는 쌉쌀하면서도 달콤하며, 산뜻하면서도 새콤하고 구수하면서도 깔끔한 맛이라 칭한다.

 

그리고 카푸치노와 카페모카 등 휘핑크림을 올리는 커피를 종종 마시는 나와 달리, 저자는 그저 정석의 커피만을 고집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 모습이 남들과 다르지만 그만의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는 커피에 산미가 있는 것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라, 아메리카노의 원두를 골라달라는 카페에서 늘 고소한 맛이 주를 이루는 원두를 고르곤 했다. 개인적으로 디저트와 가장 궁합이 잘 맞는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리고 커피를 단독으로 마실 때에는 라테를 주로 시키는 편이다. 녹차 라테, 초코 라테 등 색다른 맛을 즐기기도 한다.

 

취향이 나와는 정반대인 저자가 좋아하는 커피는, ‘하와이 코나’라고 한다. 하와이 섬에 있는 지역인 코나는 해발 4500미터에 위치해 있는데, 열대 기후와 태평양의 바람이 이 땅의 기운을 돋우어 커피 열매가 자라기 좋은 환경이라고 한다. 코나 커피는 향기 자체가 풍성하고 달콤하며 쌉쌀한 맛이 특징인데, 이 쌉싸름한 맛이 입안 전체에 맴돌다가 느껴지는 찰나의 단맛이 매력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렇게까지 극찬을 하니, 나도 하와이 코나의 향기와 맛을 한 번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학 속의 커피


 

저자는 이 챕터에서 많은 문학가들을 소개한다. 그중에서는 나에게 생소한 사람들도 몇 있었지만 익히 아는 이름도 있었다. 박태원과 이상이다. 아마 대한민국의 입시를 거쳤던 사람이라면 다 아는 문학가일 것이다. 박태원은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이라는 작품으로, 이상은 <날개>라는 작품으로 뇌리에 기억되고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상의 작품을 좋아한다. 처음에 보면 난해하고 뭔가 이상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묘한 매력이 있다. 그리고 곱씹을수록 함축적인 의미들이 피어올라 해석하는 묘미가 있다. 나에겐 <날개>라는 작품이 그랬다.

 

책을 읽으면서 놀랐던 것은 ‘이상’이라는 이름이 본명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문학가 이상의 본명은 김해경이라고 한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그가 다방을 운영했었다는 사실이다. 1920년대 후반 서울에 ‘다방’이라는 새로운 공간이 들어서기 시작했는데, 다방 제비라는 이름의 가게가 바로 이상이 차린 것이었다.

 

나는 그에 대해 별로 아는 것은 없지만, ‘어쩌다 다방이라는 공간을 열게 되었을까?’라는 궁금증이 일었다. 책장을 넘기다 보니 그 사연을 알 수 있었는데, 생업을 위해 구상한 사업이 ‘다방 제비’였다고 한다. 스물둘의 나이에 폐결핵 판정을 받은 그는 화가를 꿈꾸던 꿈을 포기하고 조선총독부 건축기사도 사직했다. 이후에 다방 영업을 시작한 그는 문인들과의 교류를 바탕으로, 문학적 글쓰기의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되고 <오감도>라는 작품을 발표한다.

 

‘다방 제비’는, 책 속 저자의 말처럼 이상의 삶을 파탄으로 내몰았지만 이 공간은 아이러니하게도 새로운 문학적 산실이 되었다.

 

 

 

#커피의 공간, 카페


 

이 챕터에서는 저자가 들렀던 수많은 카페들이 소개된다. 나는 그중에서도 이탈리아 로마에 위치하였다는 ‘카페 그레코’가 기억에 남았다.

 

유럽에서는 커피가 런던 커피하우스의 등장과 함께 대중적인 기호품으로 인정받았다고 한다. 그 흐름을 타고 오픈한 카페 그레코는 현재까지 로마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로 250년째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바로크 풍의 카페는 대리석으로 이루어져 있고 유명 예술가들의 자필 사인들이 벽에 걸려 있다. 그리고 이 카페는 이탈리아 정부가 ‘로마 특별 중요 유산’으로 지정하여 보존 및 관리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 때문에 내외부 인테리어 구조 변경 등이 엄격히 규제된다고 한다.

 

카페 그레코에 들어서면 마치 박물관 같은 느낌이 날 것 같아 그곳의 분위기가 궁금해졌다. 늘 관광객이 넘쳐난다는 이 카페는 고전적인 분위기이지만, 유동 인구가 많아 굉장히 소란스럽다고 한다. 그리고 놀랐던 사실 하나는, 자리에 앉아 주문하면 그 값이 무려 5배 정도 비싸다는 점이었다. 이름하여 ‘자릿세’를 받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과연 그 값을 지불한 만큼 좋은 장소일까?’라는 궁금증이 일었다.

 

카페 그레코에 관련된 뒷이야기도 꽤나 흥미로운데, 이는 직접 책을 읽으면서 접하는 걸 추천한다.

   

*

   

이렇게 커피와 문학의 연결고리를 <커피 한잔>을 통해 알아봤다. 에세이 형식이라 문체가 딱딱하지 않고, 저자의 경험 또한 많이 녹아들어 있어 공감이 가는 대목도 꽤 있었다. 내가 친구들와 밥을 먹고 카페에 가는 것이 일상이 된 것처럼, 커피 한잔은 이제 ‘문화’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커피 애호가라면, 나보다 이 책을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연관성이 없을 것 같은 커피와 문학을 저자의 관점에서 어렵지 않게 풀어낸 책, <커피 한잔>.

 

느지막한 저녁, 노을이 지는 시간대에 커피와 함께 이 책을 곁들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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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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