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잊힌 상상 속의 미묘한 존재들 – 한국의 신비로운 12가지 이야기 [전시]

우리 설화 속 상상의 존재들을 미디어 전시로 만나보기
글 입력 2022.01.27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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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우면서도 흥미로운 그러나 잊힌 존재들



드라마 도깨비, 구미호뎐, 불가살 등 예부터 전해지던 우리 설화 또는 그를 기반으로 한 이야기가 점점 대중에게 선보고 있다. 그러나 분명 대중적으로 이들은 그리 익숙한 존재는 아니었다. 언젠가부터 서양 속 신비의 존재들이 우리에게 더 익숙하게 여겨지고 우리 명절이 아닌 할로윈을 기념하는 것이 자연스레 여겨지는 현실에서 우리나라의 전통 설화 속 존재들을 조명하는 콘텐츠가 등장하는 것은 어쩐지 반가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두려우면서도 흥미의 대상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이 땅의 요괴 및 신비한 존재들은 언제 그렇게 자취를 감추었나.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들이 자취를 감춘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흥미와 관심에서 멀어졌을 것이다. 그래서 <<한국의 신비로운 12가지 이야기>> 전시회를 알게 된 후, 해당 전시가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잊힌 우리 이야기 속 존재들을 다시 대중에게 가까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의 설화, 기담 속의 다양한 귀신 및 상상 속 존재들을 미디어 전시 형식으로 만날 수 있다는 소개를 읽은 후 기대감이 차오르면서도 어떻게 전시를 구성했을지 확인하고 싶었다.

 

 

 

시공간을 넘어 마주하는 존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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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가지 미디어 체험 공간으로 구성된 전시의 시작은 매표소에서부터 이어진다. 허공에 자리한 문의 형상과 요괴들은 앞으로 마주할 상상의 세계를 짐작게 한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요괴는 신도와 울루라는 이름으로 전통적으로 문을 지키는 존재라고 한다. 전시장에 들어가기 전 매표소 직원이 더 재미있는 체험을 위해 관련 어플 설치 및 팜플렛 인쇄를 권한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전시에서 이어질 12가지 이야기에 대한 간단한 소개가 적힌 공간이 펼쳐진다. 옆 전시관으로 걸음을 옮기니 붉은빛과 석상, 그리고 수천 년 전부터 궁궐과 사찰 등의 장소에 자리했다 여겨지는 백호, 백룡과 같은 상징적 존재들이 거울 벽면에 자리한다. 과거와 현재의 공존을 형상화하고자 했다는 공간을 지나면 다시 새로운 분위기의 장소가 펼쳐진다.

 

종소리가 울려 퍼지는 하얀 벽과 바닥으로 구성된 공간, 그리고 중간에 자리한 거울은 나의 모습을 무한히 비춘다. 시간과 공간의 빠른 변화를 표현하고자 했다는 이 장소는 시공간의 초월이라고 한다. 시공간을 초월한 무한의 곳을 벗어나면 무엇을 마주하게 될까?

 

 

 

달, 소원 그리고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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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번째 전시관, 우리마을 소원의 나무]

 

 

어둠 속에서도 고개를 들어 쉽게 찾을 수 있는 존재, 달과 별. 그 모습과 모양이야 매일 조금씩 다르더라도 항상 하늘 위에 자리한 존재들은 사람들의 마음에 상상력을 불러일으켰다. 그중에서도 만월이 자리할 때, 사람들은 그를 가리키며 떡방아 찢는 달 토끼가 산다며 이를 인간에게 무병장수와 복을 전해주는 길한 존재라고 여겼다. 토끼, 늑대, 독수리의 그림자가 차례로 만월에 비치는 4관에 잠시 머물렀다가 다음 공간으로 이동했다.


다시 빛나는 공간이 펼쳐진다. 소원을 이루어준다는 만개한 계수나무 모형과 빛을 발하는 여러 관이 천장에 매달린 모습이 마치 여기에 자리한 사람들을 더없이 환한 빛으로 감싸주는 듯하다. 소원을 빌며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형상화한 듯한 공간의 길을 따라 걸어 나오자 역시 관람객들이 자신들의 소원을 적어 포스트잇에 붙이는 체험 공간이 자리한다.

 

6번째 전시 공간에서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천문도인 우리 전통 별자리 천상열차분야지도를 소개한다. 달의 위치에 따라 28수로 나누어 배열한 이 별자리로 관객들은 자신의 생년월일시에 맞는 별자리를 찾아볼 수 있다. 입장할 때 받은 팜플랫의 바코드를 키오스크에 태그하면 각자의 별자리를 확인할 수 있다. 어두운 하늘에 수없이 빛나는 별 중 나의 별자리를 마주할 때 어쩐지 신기하면서도 반가운 기분이 든다.


7번째 전시관도 체험 위주의 공간이다. 어둠 속 회오리치는 다채로운 빛들 사이의 공간은 도깨비불을 형상화한 것이다. 자리한 센서에 손을 인식하면 자신만의 도깨비불을 홀로그램으로 불러낼 수 있다. 다음 공간인 꿈의 도서관에서는 주작, 구미호 등의 전설 속의 동물들을 다시 현실로 소환하는 애니메이션을 감상할 수 있다.

 

 

 

우리의 곁에 있어온 존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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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번째 전시관, 무시무시 기담]

 

 

9관에서 12관까지는 과거의 한 존재로만 여겨지지 않고 아직 우리 주변에 남아 있을 신비한 에너지와 존재들에 대한 공간이 펼쳐진다. 9관에서 관람객들은 각자의 팜플랫을 이용해 자신만의 기를 시각화한 이미지를 보고 기념품으로 간직할 수 있다.


과학기술이 발달한 현대사회에 신비한 존재들은 모두 사라졌을까. 세상의 모습이 달라졌듯이 귀신과 같은 미지의 존재들도 그에 맞춰 적응하며 우리와 함께했으리라. 10번째, 11번째 공간인 “무시무시 기담” 및 “우리는 가택신과 함께 살고 있다”는 이름인 공간은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에서 신비한 존재들의 모습을 재현한다. 어두운 밤, 네온사인과 시끄러운 음악이 들리는 10번째 전시관에서 다양한 모습의 귀신들이 자리하고 있다. 어쩐지 요즘 귀신은 클럽에 많이 있다는, 특히 음악이 나오는 스피커에 가까이 있다는 설이 떠오른다.

 

11번째 전시관은 사람들의 주거공간에 함께한다는 신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일명 집안을 평안하게 보살펴준다는 여러 가택신과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키오스크도 자리한다. 마지막 공간도 관람객들에게 색다른 체험을 하게 해준다. 전시에서 만난 신비한 존재들이 자리한 미디어 아트 공간에서 각자의 수호신 또는 귀신을 그려 간직할 수 있다.

 

***

 

본 전시회는 “기묘한 미디어 전시”라는 부제답게 신비한 분위기를 조성하면서도 미디어 장치 및 방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어렴풋이 들었던 혹은 알지 못했던 우리나라의 요괴, 귀신과 같은 신비로운 존재들에 대해서도 전시장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시회 전용 어플과 키오스크, 팜플랫으로 관객이 전시에 참여할 수 있는 구성도 흥미롭다. 관람객은 각자의 생년월일을 입력해 인쇄한 팜플렛의 바코드를 통해 자신의 전통 별자리를 확인하고 미지의 존재들과 사진을 기념으로 남길 수 있다. 어플을 통해 전시장 곳곳에 있는 신비의 존재들을 모아 기념품과 교환할 수 있는 이벤트도 있다.


<한국의 신비로운 12가지 이야기>는 신비한 존재들과 현대 예술의 조화가 어우러진 구성으로 관객들이 적극적으로 체험하면서 즐길 수 있는 전시회이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우리의 잊힌 존재들에 관해 재미있게 배우는 시간을 가지고 다시금 고찰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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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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